바다 위 떠 있던 고래 사체가 갑자기 폭발했다. /인스타그램 |
바다 위에 떠 있던 고래 사체가 아무런 외부 자극이 없는데 폭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체 내부에서 장기가 부패하는 과정에서 가연성 기체 메탄을 생성하면서다.
490만명 팔로워를 보유한 동물 전문 인스타그램 계정 ‘네이처 이스 메탈’은 지난 18일 바다 한가운데에서 혹등고래로 추정되는 고래 사체가 폭발하는 영상을 올렸다. 영상을 자세히 보면, 고래 사체는 배가 가까이 다가가자 돌연 터졌다. 폭발로 내장과 피가 쏟아지면서, 주변 바닷물이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네이처 이스 메탈은 “죽은 고래가 마지막으로 가스를 배출하며 썩어가는 장기를 모두 바다로 내보냈다”며 “이런 격렬한 폭발은 고래 특유의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속 쌓이던 가스가 점차 한계에 도달하면 저항이 가장 약한 곳을 통해 터져 나온다”며 “폭발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고래 피부에 구멍을 뚫는 것”이라고 했다.
고래 사체 폭발로 바닷물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인스타그램 |
고래 사체가 갑자기 폭발한 건 내부에서 생성된 메탄가스 때문이다. 이 메탄가스는 죽은 고래 몸 안에 미생물이 자라나 장기가 부패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보통 다른 동물 사체에서도 발생하지만, 고래는 피부층이 워낙 두꺼워 메탄가스가 방출되지 못하고 내부에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포유류인 고래는 차가운 물 속에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피하지방층이 발달해 있는데, 두께가 50㎝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메탄가스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몸속에 쌓이는 이유다.
지난 7월 폭발 위험에 아일랜드 남부 도시 발린스켈리그스 해변에 떠밀려 온 참고래 사체 부검을 하지 못하고 피부 실험용 시료만을 긁어내고 있는 연구진. /IWDG |
지난 7월에는 이 같은 이유로 아일랜드 남부 도시인 발린스켈리그스 해변에 떠밀려 온 길이 약 19m의 참고래 사체 부검을 하지 못했다. 당시 연구진은 참고래 사체에 다가갔다가, 내부에서 부글거리는 소리를 듣고 부검을 포기했다. 메탄가스가 생성되는 소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죽은 참고래 피부에서 실험용 시료를 긁어내는 정도에서 현장 조사를 마쳤다.
실제로 부검을 위해 칼을 댔다가 고래 사체가 폭발한 사례도 있다. 2013년 한 연구자가 덴마크령 페로제도에서 향유고래 사체 배를 가르다 폭발이 일어났다. 다행히 연구자가 다치거나 화재가 발생하는 등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현장은 굉음과 고래의 내장·혈액 등으로 난장판이 됐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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