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시작은 20일 한 매체의 단독 기사였다. <[단독] 김행 “강간 당해 아이 낳아도 사회적 관용 있어야”> 제목의 기사의 첫 부분은 이렇게 시작한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012년 위키트리 유튜브 방송에서 “낙태(임신중지)가 금지된 필리핀에서는 한국인 남자들이 필리핀 여자를 취하고 도망쳐도 코피노(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 태어난 아이)를 다 낳는다”면서 “너무 가난하거나 강간을 당해 임신을 원치 않을 경우에도 우리 모두가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톨러런스(tolerance·관용)가 있으면 여자가 어떻게든 아이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해당 발언은 2012년 9월 17일 위키트리 소셜방송 ‘김형완의 시사인권토크-낙태, 태아인권 vs 여성인권’에서 나왔다.
해당 방송을 확인한 결과, 당시 김 후보자는 “임신을 원치 않지만 예를 들어서 너무 가난하거나 남자가 도망갔거나 강간을 당했거나 어떤 경우라도, 여자가 아이를 낳았을 적에, 사회적 경제적 지원 이전에 우리 모두가 좀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톨러런스라고 할까요. 이런 거가 있으면 사실 여자가 저는 어떻게 해서든지 키울 수 있다고 봐요”라고 말했다. 발언 중간에 ‘여자가 아이를 낳았을 적에’라는 발언이 들어간다.
이어 “산모가 원치 않는 임신이란 것도 사회가 원치 않는 임신일 수 있다”며 “우리 전체가 생명권에 대한 존중,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존중 이전에 얼마나 관용이 있는 사회인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21일 입장문을 내고 “인사청문회의 충실한 준비를 위해 새만금에 다녀온 사이 저는 악마가 되어 있었다”며 “저는 여가부 장관 후보자가 아닌 ‘가짜뉴스 퇴치부’ 장관 후보자 같다”고 밝혔다. 그는 “단독 타이틀을 붙인 가짜뉴스가 순식간에 ‘강간 임신도 출산해야’라는 식의 제목으로 퍼졌고, 제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부정했다는 식으로 매도됐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이 발언의 방점은 ‘여자가 아이를 낳았을 적에’”라며 “이들을 여가부에선 위기 임산부, 위기 출생아라고 하고 당연히 여가부와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또 “저는 ‘여성이 설사 강간을 당해 임신했더라도 낙태는 불가하며 무조건 출산해야 한다’는 생각을 단 1초도 가져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언제 강간당해도 낳으라고 했나. 제가 언제 성폭행당한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했나”라며 “모두들 가볍기가 깃털보다 더하다”고 했다.
실제로, 기사의 제목만을 퍼간 온라인 커뮤니티 글에는 “대한민국 출산율을 위해 강간당해 아이 가져도 애를 낳으라는 말이냐” “저게 같은 여자로서 할 수 있는 얘기냐” “본인 가족일이라도 그런 말이 나오겠냐” 등의 비판이 거셌다. 반면 “전문을 보니 ‘강간당해도 무조건 낳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사 제목을 자극적으로 뽑았다”는 글에는 “나도 나중에 영상 보니 생각한 것과 내용이 달랐다”는 동조 댓글이 달렸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논평에서 “성폭행당한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행위이자 책임을 피해 여성에게 돌리는 발언”이라고 했다. 진보당 인권위원회는 “강간 등의 이유로 임신을 해도 출산을 강제해야 한다니 이 무슨 망발인가”라고 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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