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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고유가 끌어내리자”… 佛, 유통규제 풀고 美는 에너지기업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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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유가 상승 대응책 고심

佛 “유통업체 가격인하 경쟁 유도”… 60년만에 ‘구매값 이하 판매’ 허용

美, 年41조원 보조금 철폐 카드 꺼내… 日은 휘발유 보조금 지원 연장

동아일보

국제유가가 연중 최고치를 거듭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대응책을 짜내고 있다. 끝없는 유가 상승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석유를 원료로 하는 다른 물가 상승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12월부터 휘발유 및 경유 유통업체들 간 가격 인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조만간 통과시킬 방침이다. 미국은 에너지 기업들에 가격 인하를 압박하기 위해 ‘보조금 철폐’ 카드를 꺼내들었고, 일본은 이달 종료될 예정이던 휘발유 보조금 지원을 연장했다.

● 佛, 60년 만의 법 완화로 ‘착한 기름’ 유도

18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정부는 유류 유통업체들이 약 6개월간 휘발유나 경유를 매입가보다 싸게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27일 각료회의에 제출할 계획이다. 브뤼노 르메르 경제장관은 “법안은 12월 1일 발효를 목표로 한다”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1963년부터 휘발유 및 경유 유통업체가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법에 규정해 왔는데 약 60년 만에 이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주유소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저렴한 기름’을 팔게끔 경쟁을 유도해 기름값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앵테르마르셰, 시스템 U, E.르클레르 등 대형마트들은 이미 올여름부터 마트 내 주유소에서 유류를 원가 수준에 판매해 ‘착한 기름’을 찾는 고객을 유치하는 효과를 거뒀고, 오히려 휘발유나 경유가 마트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정부는 동시에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영세한 주유소들에 대해선 보조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프랑스 정부는 한국이 재정 부담을 감수하며 고수하고 있는 ‘유류세 인하’ 카드는 거부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휘발유나 경유 판매가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인하하라고 요구하지만 정부의 거부 방침은 확고하다. 유류세를 인하하면 세수 감소로 국가 부채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유류세를 인하했다가 향후 유가 진정기에 이를 다시 올리는 과정에서 여론의 반감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여기에 프랑스 대표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는 L당 1.99유로(약 2820원)로 책정한 유가 상한제를 내년까지 연장한다고 12일 발표했다. 또 상한제 적용 주유소를 현재 2600곳에서 내년에 34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 美, 정유사 압박… 日, 보조금 연장

미국도 치솟는 유가에 에너지 기업들을 옥죄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석유와 가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간 310억 달러(약 41조1400억 원) 규모의 세액 공제 혜택을 내년부터 없애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근거로 지급하던 보조금을 철폐하겠다는 것으로, 유가 인하를 압박하려는 취지다. 중국에 맞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핵심 정책을 일부 무력화한 셈이다.

지난해 유가 급등에 미 에너지 업계는 호황을 맞았다. 엑손모빌이 지난해 올린 순이익은 557억 달러(약 74조 원)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셰브론, 셸, BP 등 다른 글로벌 에너지 기업도 기록적인 이익을 냈다. 월리 아데예모 미 재무부 차관은 11일 “최근 에너지 기업의 행보를 두고 이들이 보조금을 받아 마땅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밝혔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에너지 업계가 지나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며 경고를 날린 것이다.

일본은 당초 9월 종료 예정이던 휘발유 보조금 지원을 연장하기로 했다. 일본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L당 185엔(1659원·11일 기준)으로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자 고육지책으로 보조금 연장을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보조금을 조금씩 확대해 10월에 휘발유 가격을 175엔(1570원)까지 떨어뜨릴 계획이다. 또 고물가 대책을 10월 중 발표하고 휘발유 보조금 재원 등을 포함한 추가경정예산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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