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앞줄 왼쪽)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앞줄 오른쪽)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을 방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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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 급증으로 비상이 걸린 이탈리아 정부가 자국에 들어온 난민의 구금 기간을 종전보다 최대 4배로 늘리는 조치를 내놨다.
18일(현지시간) 안사(ANSA)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이날 각료회의를 열어 최근 급증한 난민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을 승인했다.
새 조치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망명 자격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 난민들을 최대 18개월까지 구금할 수 있다. 이는 구금 기간을 기존(최대 135일)보다 4배 더 늘리는 조치로, 이탈리아 정부는 새 조치가 시행되면 자국에 입국하는 난민 대다수를 본국으로 송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또 약 2000만유로(약 283억원)을 투입해 인구 밀도가 낮은 외딴 지역에 새 구금 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현재 이탈리아는 지난 11~13일 사흘 동안에만 8500명이 넘는 난민들이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 최남단 영토인 람페두사섬에 상륙하면서 난민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이는 람페두사섬 난민센터의 수용 한계(400명)를 넘어설 뿐 아니라 섬 전체 인구(6000명)보다 많은 규모다. 튀니지에서 145㎞ 떨어진 람페두사섬은 거리상으로 이탈리아 본토보다 북아프리카에 더 가까워, 유럽으로 가려는 북아프리카 난민들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이번 대책이 아프리카를 떠나려는 난민들에게 분명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밀항업자들에게 의지해 이탈리아에 오려면 돈이 많이 들고, 위험한 보트에 타야 하며, 도착한 뒤에는 구금된 뒤 송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의 엘리 스클레인 대표는 과거에도 구금 기간을 연장한 적이 있으나 난민 송환 규모를 늘리는 데 실패했다면서 “혐오스러운 선택”이라고 비판했다고 레푸블리카는 전했다.
유로뉴스는 내년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멜로니 총리와 연정 파트너 정당인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간 대결이 격화하면서 멜로니 총리가 더욱 강경한 난민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날 각료회의에서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이탈리아 좌파 정당 및 다른 유럽 국가 좌파 정당들이 난민 문제 해결책 마련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멜로니 총리는 “일부 이탈리아와 유럽 정당이 이념적 이유나 정치적 계산 때문에 노를 반대 방향으로 저으며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을 해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날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보렐 고위대표는 지난 7일 올리베르 버르헤이 EU 집행위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EU가 지난 7월 튀니지와 체결한 난민 단속·통제 관련 양해각서(MOU)를 비판했다. 이 MOU는 EU가 난민을 단속해 주는 대가로 튀지니에 10억유로(약 1조4000억원)를 지원한다는 내용으로, 보렐 대표는 서한에서 “여러 회원국들은 집행위의 일방적 결론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지적했다. 멜로니 총리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마르크 뤼터 당시 네덜란드 총리와 함께 MOU 체결식에 참석해 서명한 바 있다.
가디언은 “보렐이 MOU가 체결된 지 두 달 후 서한을 보낸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집행위가) 회원국들과 적절한 협의 없이 다른 북아프리카 국가들과도 유사한 협정을 체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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