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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물가와 GDP

차례상 물가 1년새 18% 껑충… 사과 5→2.5개, 굴비 10→6마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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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3곳 8개 품목 가격 분석

동아일보

추석을 앞두고 과일을 중심으로 가격이 뛰어오르면서 10만 원으로 살 수 있는 식자재가 1년 새 크게 줄었다. 지난해 8월 한 대형마트에서 10만 원으로는 사과 5개, 배 3개, 굴비 10마리(700g), 계란 한 판(30구), 돼지 앞다리살 한 근(600g) 등을 살 수 있었지만(위쪽 사진), 올해 9월 같은 돈으로는 사과 2.5개, 배 2.5개, 굴비 6마리, 계란 24구, 돼지 앞다리살 500g 등으로 구매할 수 있는 수량이 줄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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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이랑 고기 정도만 차례상에 올리고 올해부터 전은 안 부치려고요.”

18일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엄승일 씨(55) 부부는 생대추와 동그랑땡 등 추석 차례상에 올릴 식자재를 골라 담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엄 씨는 “올해 농사가 어려웠다더니 생각보다 많이 올랐다”며 “10여 년간 추석에 전을 부쳐 왔는데 겸사겸사 차례 음식 가짓수를 줄일까 한다”고 했다.

여름철 불볕더위와 집중호우 등의 여파로 농산물 등의 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추석 명절을 앞두고 차례상 부담이 커졌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물품을 구입하거나 차례상을 간소화하는 등 명절을 앞두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18일 동아일보가 지난해와 올해 추석을 2주 앞둔 시점을 기준으로 대형마트 3곳의 차례상 대표 품목 8가지의 판매 가격을 분석한 결과, 올해 가격은 1년 전보다 17.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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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별로는 과일이 크게 올랐다. 한 대형마트에서 사과 1봉(5개입) 가격은 홍로 품종을 기준으로 지난해 추석 2주 전에는 6960원이었으나, 올해 추석을 2주 앞둔 이달 14일에는 1만4320원이었다. 1년 전보다 두 배 넘게(105.8%) 올랐다. 지난해 5개를 살 돈으로 2.5개밖에 못 사는 것이다. 직장인 김모 씨(35)는 “사과가 비싸서 저렴하면서도 먹을 만한 ‘못난이 사과’만 뒤적거리고 있다”고 푸념했다. 사과값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에 미리 사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사과(홍로 품종) 도매가격이 최대 160.5%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부 안모 씨(62)는 “사과가 비싸긴 하지만 일찍 사는 게 오히려 싸게 사는 방법인 거 같아 지난주에 1박스를 미리 주문해놨다”고 했다.

배(3kg)도 신고 품종을 기준으로 1년 전보다 20.2% 올랐다. 이날 대형마트 과일 판매대에서 만난 이모 씨(63)는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마트, 전통시장, 온라인 판매가를 공들여 비교하고 있다”며 “지난해보다 차례상 예산을 20% 늘리긴 했지만 결국 예산을 초과할 것 같다”고 했다. 1년 새 냉동 굴비도 20마리 기준으로 33.6% 올라 지난해 10마리를 살 돈으로 6마리만 살 수 있다. 계란 한 판(17.7%)과 당근(22.5%)의 가격도 올라 장바구니 부담을 키웠다.

정부가 추석 명절 물가 관리를 위해 20대 성수품 가격을 지난해보다 5%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며 ‘추석 민생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소비자들은 아직 체감을 못 하는 분위기였다.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식용유도 지난해보다 10% 오르는 등 식품 전반의 물가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적인 공급 감소 문제가 여전해 원료를 수입해야 하는 제품들의 가격이 꺾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소고기 가격만큼은 지난해보다 낮은 상황이다. 국거리에 주로 쓰이는 소고기 사태(100g)는 지난해 5400원에서 현재 2792원으로 값이 절반가량 떨어졌다. 주부 차유숙 씨(66)는 “전통시장과 다른 대형마트 모두 돌아봤는데 고기 가격은 나름 저렴해 다소 부담을 덜었다”고 했다.

고물가 기조가 계속되자 차례를 포기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이달 롯데멤버스가 20∼50대 소비자 4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는 응답이 56.4%로 절반을 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통 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도 있지만 소비자들이 지갑까지 닫아 버린 데는 물가 부담이 핵심”이라고 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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