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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라임·옵티머스 사태

[미결사건 라임·옵티머스]①증권사 징계 앞둔 당국… 소송까지 장기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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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2019년부터 사모펀드 사태가 본격화된 지 4년여가 흘렀다. 금융당국은 금융·증권사에 대한 제재를 마무리 짓지 못했고, 펀드 운용사와 판매사, 수탁사, 투자사, 금융당국 간 책임 공방도 현재진행형이다. 그간 나온 사모펀드 사태 관련 법원 판결을 통해 당사자 간 책임 소재를 짚어봤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4일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를 재조사하면서 새로운 위법행위가 발견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3월 말 중단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제재를 위한 막바지 검토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KB증권과 NH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사건에 연루된 증권사의 CEO들에 대한 제재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증권사 측이 제재에 불복소송으로 맞설 경우 사모펀드를 둘러싼 당사자 간 책임 공방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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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이 최근 재조사 결과를 발표한 '라임 사태'는 라임자산운용이 2019년 10월 일부 펀드에 대한 환매를 중단하면서 시작됐다. 라임은 시중금리보다 높은 5∼8%의 수익률을 내걸고 한 때 6조원에 가까운 돈을 굴렸지만, 펀드 돌려막기 의혹에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피해투자자가 4500여명, 피해액이 1조6000억원대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의 금융사기 사건'으로 불렸다. 이듬해 6월엔 옵티머스 사태가 터졌다.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안전한 상품으로 소개됐지만, 정작 투자금이 부실기업의 채권 인수와 펀드 돌려막기에 악용되면서 환매가 중단됐다. 옵티머스 사태로 1000여명의 투자자가 5000억원대 피해를 봤다.
法 "금융당국의 '옵티머스 판매' NH증권 일부 제재는 부당" 판결
현재 상품 판매 과정에 연루된 증권사 최고책임자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최종 제재는 답보 상태다. 금감원은 라임펀드와 관련해 나재철 전 대신증권 사장과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 윤경은 전 KB증권 사장에게 직무정지를, 박정림 KB증권 대표에겐 문책경고를 내렸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옵티머스 사태 관련해 문책경고 처분을 받았다. 모두 중징계에 해당하는 조치로 최종 결정 시 이들 전·현직 CEO들은 향후 3~4년간 금융권에 재취업할 수 없게 된다. 최종 제재 수위는 CEO들의 거취와 회사의 운영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금융사 임원 제재 및 기관 영업정지는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을 거쳐야 최종 결정된다. 그 사이 정 사장은 지난해 3월 3연임에 성공했고, 박 사장은 4년째 KB증권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라임펀드와 관련해 문책경고 처분을 받은 양홍석 당시 대신증권 사장은 2021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법원에선 옵티머스 펀드의 최대 판매사 NH증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는 NH증권이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금융위원회가 내린 업무 일부정지 3개월 처분, 금감원장이 내린 직원 문책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NH증권은 미환매 옵티머스 펀드 원본 중 84%인 4327억원을 팔았는데, 회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내려오자 "제재 사유처럼 투자자에게 단정적 판단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NH증권의 주의의무가 충분치 않았을지는 몰라도, 처분 사유 내용처럼 투자자에게 '단정적 판단'을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당시 NH증권엔 자산운용사에 펀드 운용 정보를 능동적으로 요구할 권한도 없었다"며 "판매사는 운용사로부터 받은 설명서 등 내용을 명확히 이해한 뒤 투자자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면 된다. 그 내용이 진실한지 따로 확인해 투자자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NH증권은 옵티머스 펀드의 운용자산에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편입된다고 믿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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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펀드구조에 책임소재 불명확… "CEO 내부통제 책임 법적 근거 마련돼야"
결국 금융당국이 "내부통제가 소홀했다"며 CEO 등을 상대로 내릴 제재 처분에 대해서도, 금융사들이 행정소송으로 맞설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 대법원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감원을 상대로 제기한 파생결합상품(DLF) 관련 중징계 취소소송에서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를 소홀히 했는지는 제재 사유가 아니다"란 법리로 징계 취소 판결을 확정했다. 당시 금융당국의 감독 책임, 판매사의 불완전 판매, 수탁사의 감시책임 등도 관련 소송의 쟁점이다. 통상 자산운용사는 펀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을 맡아줄 수탁사를 찾고, 수탁사는 판매사로부터 돈을 받아 이를 보관, 운용사 지시에 따라 자금을 굴린다. 수탁사는 운용사의 평판이나 펀드 설정액 등 다양한 요소를 심사하는 과정을 거친다. 펀드의 상품 구조가 복잡할수록 책임 소재를 구분하기 어렵다.

금감원이 재조사를 통해 "특혜성 환매가 이뤄진 정황 등을 새로 포착했다"고 발표했지만, 정책을 만들고 시장을 감독한 당시 금융당국 역시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제재 확정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당초 별다른 보완 조치를 요구하지 않은 점은 2021년 감사원의 지적사항이었다. 금융위가 투자자의 위험 감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투자 요건을 완화하면서 사고 발생 위험을 키웠고, 금융감독원이 규제 완화로 위험이 증가했는데도 자산운용사 재무 자료를 감시에 활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의심 행위에 대해 제대로 된 검사나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금융당국의 책임은 이번 NH증권의 승소 판결에서도 언급됐다. NH증권 측은 "옵티머스 펀드에 대해 금감원도 신탁계약서와 투자제안서 간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고 판단했었다"고 항변했고, 재판부는 "옵티머스 사건에 대한 감사 당시 금감원 담당 공무원조차 '옵티머스 측의 설명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판시했다.

결국 CEO의 '내부통제' 책임이 법적으로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금융당국은 지난 11일 윤항홍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개정안엔 '대표이사 등의 내부통제 등 총괄 관리의무' 조항이 신설됐고,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 특례 조항도 마련됐다.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융회사 대표이사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금융당국이 밝혔던 금융회사 CEO의 책임을 보다 구체화했다. 현행법엔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등만 명시돼 있고, 임원 별 구체적 책무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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