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향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반등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존재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물가 상승률 고공 행진 장기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금융 안정에 유의한 통화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한은은 14일 서울 중구 본부에서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를 통해 최근 통화신용정책과 결정 배경, 향후 정책 방향 등을 공개했다. 한은은 앞서 7~8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는 △물가 상승률이 안정될 때까지 상당한 기간 소요 전망 △주요국 통화정책·경기 불확실성 여전 △가계부채 흐름 예의 주시 등 판단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통화정책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도 시사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 하반기 이후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는 있지만 물가 안정 목표 수준인 2%대에 안정적으로 수렴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판단이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지속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며 “물가 상승률 둔화 흐름, 성장의 하방 위험, 그간 금리 인상에 따른 파급효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가계부채 증가 추이 등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당국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닫아두지 않는 것은 물가 상승률 관련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까지 국내외 물가는 국제 유가 추이 등 영향으로 기저효과를 누려 왔다. 지난해 8월부터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주춤했기 때문에 전년 동월 대비로 발표되는 물가 상승률이 8월부터는 다시 오름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설명회를 통해 “향후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기저효과 등 영향으로 3% 안팎이 될 것이라는 기존 예상과 같을 것 같다”면서도 “최근 국제 유가가 예상보다 크게 오르고 있고 농산물 가격 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워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4%를 기록해 3개월 만에 3%로 복귀했다. 13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8월 CPI도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하면서 시장 전망치(3.6%)를 소폭 웃돌았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언급되는 만큼 우리나라도 긴축 기조를 유지한 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날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이달 19~20일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히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97%로 보고 있지만 11월로 예정된 다음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42%로 보고 있다.
다만 한은은 최근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의 목표가 항상 같을 수는 없다는 점에서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가계대출 증가 원인으로 부동산 시장을 직접적으로 지목하면서 관련 정책이 장기간에 걸쳐 일관되게 수립·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유지되지 않도록 꺾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주택 관련 자금과 관련한 공급 측면 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수요 측면의 기대도 꺾인다면 가계부채 문제가 어느 정도 가라앉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주경제=장문기 기자 mkmk@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