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고 포효하는 조규성.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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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이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 부임 이후 반년 만에 첫 승을 거두며 벼랑 끝에서 탈출했다. 하지만 승리를 거둔 이후에도 대표팀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8위 한국은 13일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54위)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전반 32분에 터진 조규성(미트윌란)의 골을 앞세워 1-0으로 이겼다. 앞서 5경기에서 3무2패에 그치며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클린스만호는 출범 이후 6번째 경기에서 비로소 첫 승리를 거두며 한숨을 돌렸다.
◆정교하지 않은 난사 축구=한국은 전·후반 내내 흐름을 주도하며 사우디아라비아를 몰아붙였다. 슈팅(18-7)과 유효 슈팅(9-2)에서 압도하며 공격 축구를 선보였다. 하지만 실속이 떨어졌다. 무려 18개의 슈팅을 시도하고도 단 한 골만 기록했다. 성공률이 5.6%에 그쳤다.
스트라이커 한 발 아래 자리 잡고 프리롤을 소화한 손흥민(토트넘)의 기여도는 높았지만, 동료 선수들과의 연계 플레이는 매끄럽지 못했다. 전술적인 움직임 대신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장면이 자주 눈에 띄었다. 빌드업 과정을 생략하고 전방으로 신속히 볼을 보내려다 실수가 나와 역습을 허용하는 모습도 여러 차례 반복됐다. 번번이 월드클래스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뒤처리를 도맡았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역대 최강이라 부를 만한 선수 구성이다 보니 개개인의 기량만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줬다”면서 “이 선수들을 전술적으로 잘 버무려 시너지를 발생시키기 위한 고민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A대표팀 성적표 |
◆‘클린스만 리스크’는 계속=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 대부분의 시간을 유럽 또는 자택(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보냈다. 그뿐만 아니라 대표팀과 상관없는 행사에 자주 참석해 외유·태업 논란에 휘말렸다. 축구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은 생략하더니 해외 미디어와의 인터뷰는 수시로 진행하는 클린스만 감독의 행보는 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A매치 일정을 마친 뒤 클린스만 감독은 또 한 번 외유 논란을 일으켰다.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귀국하지 않고 유럽에 머무르며 김민재를 비롯한 해외파 멤버들을 점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여론이 나빠지자 급히 철회했다. 박 위원은 “부상에서 회복한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을 보러 간다면 이해하겠지만, 대표팀 소집 기간 내내 함께 한 김민재를 다시 살핀다는 설명 자체가 넌센스”라면서 “클린스만 감독과 대한축구협회가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뛰는 일본, 위협적인 UAE=클린스만 감독은 “당장의 A매치 결과보다는 내년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본선 결과로 평가해달라”고 했다. 들끓는 여론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업무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갈 경우 1964년 이후 60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이 올해 A매치 첫 승에 목말라하는 사이 ‘숙적’ 일본은 압도적인 경기력을 과시 중이다. 유럽 팀과 치른 이달 A매치 두 경기를 모두 대승으로 마무리했다. 지난 9일 독일전(4-1승)과 12일 튀르키예전(4-2승)에서 잇달아 4골씩 넣었다. 파울루 벤투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아랍에미리트(UAE)도 북중미의 강호 코스타리카를 4-1로 대파했다. 김은중 전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은 “유럽파 선수가 주축을 이룬 일본이 독일과 맞대결하는 방식은 분데스리가 경기를 보는 듯 매끄러웠다”면서 “일본은 유럽 축구를 더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신감에 가득 찬 일본을 넘기 위해선 신중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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