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염혜란. 사진|넷플릭스 |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배우의 변신은 무죄라지만 이들의 변신은 충격 그 자체다. 지난 달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에서 모자 김경자와 주오남으로 분한 배우 염혜란과 안재홍의 이야기다.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직장인 김모미와 그를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로 배우 이한별, 나나, 고현정 등 3명의 배우가 김모미를 연기해 화제를 모았다.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브라운관을 씹어 먹는 두 배우의 연기에 주인공들의 기세가 눌린 모양새다. 중년의 김모미를 연기한 고현정은 “안재홍의 ‘아이시떼루’에 넘어갔다”고 할 정도다. 파격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두 모자를 만나 연기비결을 엿들었다.
◇‘더 글로리’ 현남 이모는 잊어라! ‘염바르뎀’ 염혜란
배우 염혜란. 사진|넷플릭스 |
흰자위를 번득이며 장총을 든 단발머리 중늙은이의 모습에서 ‘더 글로리’의 현남 이모님 모습은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 바르뎀이 떠오른다. 시청자들은 이제 그를 ‘염바르뎀’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마스크걸’의 김경자 역을 연기한 염혜란 이야기다.
김경자는 김모미를 사모했던 주오남(안재홍 분)의 엄마다. 아들이 세 살때 바람남 남편과 갈라선 후 억척스럽게 일하며 홀로 자식을 키웠다. 식모살이, 화장실 청소, 자장면 배달까지 안해본 일이 없다. 남편 대신 교회에서 위로를 받은 김경자는 ‘품안의 아들’이 사춘기 때 성적인 호기심을 보이자 불호령을 내렸다. 덕분에 그 아들은 여자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한 채, ‘성인돌’과 ‘야동’으로 성적 욕구를 해결하는 성도착증 환자가 됐다.
“김경자의 비뚤어진 모성애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죠. 엄마라는 보편성과 김경자의 상황이 만들어낸 특수성을 동시에 표현해야 했어요. 그녀의 편협함과 젓갈처럼 분노를 삭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전남 여수 출신인 그는 김경자 캐릭터를 위해 목포 사투리를 따로 배웠다. 대중은 쉽게 구분하지 못하지만 전남 출신들만 아는 어미의 차이점과 뉘앙스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분장도 디테일을 더했다. 그는 “김경자에게 어울릴 머리 스타일을 찾고자 여러 단발을 쓴 뒤 단발머리 스타일이 가장 대중적인 엄마 이미지에 어울린다고 판단해 택했다”고 설명했다. 아들을 잃은 김경자가 성형수술 뒤 달라진 모습을 표현할 때는 실리콘 코를 붙이고 광대를 높인 뒤 광대 밑을 인위적으로 채워 넣어 팽팽함을 강조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의 한장면. 사진|넷플릭스 |
반면 목주름은 한층 진하게 그렸다. 축 늘어진 뱃살과 가슴을 표현하기 위해 복대를 차고, 속옷 대신 러닝셔츠를 입었다.
염혜란은 “어색한 성형이라 볼은 보톡스로 통통하게 채웠지만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며 “원래 노안이라 분장없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분장 감독님의 ‘베이비’가 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염바르뎀’의 김경자는 이런 디테일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1976년생인 염혜란은 서울여대 국문과 재학 중 연극동아리 활동이 계기가 돼 연기에 발을 들여놓았다. 2000년 연극 ‘최선생’으로 데뷔, 20년 가까이 연극무대를 지키다 2016년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드’를 통해 본격적으로 TV드라마에서 활동하게 됐다.
tvN ‘도깨비’(2016) KBS2 ‘동백 꽃 필 무렵’(2019) 등 꾸준히 화제작에서 존재감을 뽐냈던 그는 올해 넷플릭스 ‘더 글로리’와 ‘마스크걸’ tvN ‘경이로운 소문’으로 단연 2023년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는 ‘마스크걸’의 주연배우 고현정보다 다섯 살 어리다는 그는 “나도 어릴 때는 외모 콤플렉스가 있었고 지금도 노안이라는 말은 듣기 싫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저도 제 얼굴에 만족하지 못해요. 그런데 주변에서 네가 예쁜 얼굴은 아닌데 훌륭한 연기를 할 때 예뻐 보인다고 해주세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우리 사회도 외모지상주의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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