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피셜로 초토화된 ‘나는 솔로’. 사진|ENA, SBS PLU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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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피셜’. 검증된 사실이 아니라 개인적인 생각, 즉 나의 뇌에서 나오는 나만의 생각을 말하는 신조어다. 얼핏 그럴 듯하지만 뇌피셜로 인한 가짜뉴스가 판친다. 장안의 화제, ‘나는 SOLO’(이하 나는 솔로) 돌싱특집이 뇌피셜 가짜뉴스로 초토화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ENA, SBS플러스 ‘나는 솔로’는 싱글 남녀들이 본명 대신 영수 영숙 등 가명을 사명해 4박 5일간 한 공간에 머무르며 내 짝을 찾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연애 프로가 범람하지만 결혼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인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특정 공간에서 인연 찾기에만 몰두하다보면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이 튀어나오고, 경쟁과 질투가 불타오르며 드라마 이상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히 ‘나는 솔로’ 16기 돌싱특집은 ‘역대급 빌런’의 등장과 난무하는 뇌피셜로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화제를 싹쓸이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가짜뉴스 근절에 나섰지만 직접 당해보기 전엔 상관없는 얘기 같다. 지난 6일 방송된 ‘나는 솔로’는 근거없는 뇌피셜 가짜뉴스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했다.
지금부터는 16기 ‘나는 솔로’를 보지 않은 시청자들이라면 이게 무슨 소린가 싶겠지만 양해를 당부한다. ‘나는 솔로’ 뇌피셜은 이런 식이다.
# 지난 주, 뇌피셜의 시작
영숙은 광수와 랜덤 데이트를 나가는 차 안에서 광수가 호감을 갖고 있는 옥순의 마음에 대해 뇌피셜 가짜뉴스를 전한다. 이 때문에 광수는 옥순에 대해 서운한 마음이 생긴다. 광수에게 뇌피셜을 전한 영숙은 광수가 자신의 처지를 공감하지 못하고 두 번이나 가볍게 말했다며 식사 도중 자리를 박차고 혼자 숙소로 돌아가는 초유의 사태를 만든다.
이어 숙소. 영숙은 정숙에게 데이트 도중 귀가한 일을 말하고, 정숙은 여자들 몇이 모인 방에서 이 얘기를 한다. 잠시 후 이 얘기가 퍼지자 발끈한 영숙은 엉뚱한 옥순을 의심하며 순자에게 “옥순님 맞지?”라고 묻고 순자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인다. 영숙의 뇌피셜에 옥순은 순식간에 고자질쟁이가 되고 화가난 옥순은 영숙에게 따진다. 이 와중에 영숙을 달래주러 갔던 상철은 편들지 않고 공정하게 말했다가 영숙에게 당하고 와 괜찮은 남자로 떠오르기도 한다.
옥순은 인터뷰에서 “영수님은 친한 오빠 동생으로 지내고 싶다. 선택권이 있으면 난 광수님”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옥순의 마음을 옮기는 영숙, 영자의 뇌피셜은 제각각. 뇌피셜에 광수는 삐지고 영수는 옥순에 대해 급 자신감을 보이며 오해한다. 광수의 변심을 알아챈 옥순도 마음이 상한다.
# 이번 주, 범람하는 뇌피셜
영철, 영자가 뇌피셜에 가세한다. 영철은 “옥순이랑 영수랑 뭔가 있는 것 같다. 옥순의 포지션이 영수 쪽으로 기울어진 것 같다”고 뇌피셜을 날린다. 또 회사 가랴 아이 키우랴 연애할 시간도 없는 처지를 한탄하며 울던 영자도 “영수는 옥순이랑 잘되고 있는 것 같다”며 뇌피셜 가짜뉴스를 띄운다.
뇌피셜을 전해들은 이들은 점점 감정이 상한다. 이 와중에도 이성을 차린 이들, 영식과 정숙은 “제가 들은 바로는 아닌데”, “그냥 본인이 본인한테 들어, 그게 제일 정확해”라며 중심을 잡는다. 정숙은 심각한 분위기를 깨달은 영숙이 다른 출연자들의 이름을 들먹이며 발을 빼려 하자 “너도 있잖아”라고 콕 집어 말해 영숙을 뜨끔하게 한다.
사실이 와전되고, 뇌피셜 가짜뉴스가 난무하며 광수는 결국 눈물을 쏟고 촬영을 잠시 거부하기도 했다. 심지어 방송 말미 다음화 예고에서는 뇌피셜을 둘러싸고 광수가 영철에게 “(방송)테이프 까자”며 험악한 분위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주 방송에서는 광수가 실수했다고 우기며 “허파가 디비졌다”던 영숙이 역대급 빌런으로 떠오르며 광수-옥순의 관계를 악화시켰다면 이날은 다른 출연자의 뇌피셜이 더해지며 초토화됐다.
영숙의 뇌피셜 오해에 사과를 권한 상철. 사진|ENA, SBS PLU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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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들과 달리 돌싱들은 결혼 상대를 찾기가 더욱 어렵다. 이성으로 좋다고만 되는게 아니라, 내 아이를 함께 잘 키울 수 있을지, 나는 저 사람의 아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저 사람은 어떤 이유로 이혼했고 그 문제가 내게는 해당되지 않을지 등등 고려할 현실적 조건이 켜켜이 쌓여 있다.
그동안 싱글맘으로, 싱글파더로 아이를 키우며 쌓인 고됨과 설움이 비슷한 출연진 사이에서 나도 모르게 터지기도 한다. 청춘들의 핑크빛 설렘이 아닌, 날것 그대로의 현실적 사랑과 인연을 찾다보니 그 자체로 인생다큐다. 여기에 뇌피셜 가짜뉴스가 횡행하며 이보다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없다는 반응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나는 솔로 16기는 역대급이다. ‘욕하면서 보는 재미’라는 말이 딱 맞다”면서 “한편으로는 방송 보면서 뇌피셜이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하고 있다. 남의 일에 함부로 아는 척하고, 내 생각을 얹어 가짜뉴스를 전하는게 남한테 얼마나 큰 피해로 작용할 수 있는지 이보다 실감나게 보여줄 수 없다”고 말했다.
누리꾼들도 “역대급”이라며 혀를 내두른다. 누리꾼들은 “영숙만 빌런인줄 알았는데 대박”, “영숙한테 당하는 상철만 멀쩡해 보임”, “욕하면서 보다가 나도 저렇게 내식대로 생각하는 걸까 돌아보게 한다”, “영식 정숙 말이 맞다. 직접 들어야 한다”, “뇌피셜 함부로 전했다가 현생 원수 될라. 조심해야 한다” 등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방송 다음날인 7일 영자는 SNS에 “죄송하다. 데이트를 망치고 와서 정확하지 않은 말을 제 생각대로 아무렇게나 말하는 영자의 모습을 오늘 방송으로 보니 부끄럽고 반성하게 된다”고 적었다. 영자만 부끄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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