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옌센 음악 퍼블리싱 전문가…"숏폼 부상은 도전이자 기회"
음악 퍼블리싱 전문가 로빈 옌센 |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K팝은 음악 장르의 하나가 아닌 문화입니다. 창작물을 만들고, 이를 대중에게 어필하고 소비하는 방식까지 모두 포괄하죠."
음악 퍼블리싱(출판) 전문가인 로빈 옌센은 7일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 뮤직·엔터 박람회 '뮤콘 2023'을 계기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음악 시장에서 K팝의 영향력이 굉장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음악뿐만 아니라 숏폼 등 플랫폼, 영상(비디오), 패션, 메이크업 등 여러 트렌드를 선도하는 문화가 모인 것이 곧 K팝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노르웨이 출신 옌센은 음악 퍼블리싱 업체 에코뮤직 라이츠(Ekko Music Rights)와 음악 창작 플랫폼 스파크(SPARK)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인물로 아시아 음악 시장에 발표된 약 700여곡의 작업과 공급에 함께했다. 이 가운데 160여개 곡이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며 6천만장의 음반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다.
옌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가 신음하던 지난 2020∼2022년, K팝 시장은 반대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점을 들었다.
실제로 우리나라 연간 음반 수출액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7천459만4천달러(약 994억원)에서 지난해 2억3천138만9천달러(약 3천85억원)로 210.2% 급증했다.
옌센은 이를 가리켜 "K팝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문화"라며 "음악, 패션, 틱톡 등을 활용해 어린 연령층의 뇌리에 박히는 것들을 내놓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흔히 뮤지션이라고 하면 1명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지만, K팝은 5∼20명에 이르는 그룹으로 나온다는 점도 독특한 부분"이라며 "그룹이기에 각 멤버가 가진 다채로운 역할, 특색, 이야기도 함께 선보일 수 있다. 이 같은 다양성이 사람들이 K팝에 매력을 느끼게 하는 또 다른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옌센은 K팝의 성공 비결로 막대한 투자와 강력한 팬덤도 꼽았다.
그는 "K팝 앨범 하나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한 곡의 영상을 제작하는 데에도 상당한 돈을 투입하는데, 서구권이라면 이는 앨범 전체 영상 제작 비용에 맞먹는다"며 "한국의 음반은 CD 외에도 포토 카드 등으로 팬의 수요를 정확하게 포착해 음반을 넘어서는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조명했다.
옌센은 K팝의 폭발적인 성장 덕에 전 세계 음악 시장이 우리나라를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물론 일본과 중국까지 시야를 넓혀 본다면 이미 동아시아를 빼고는 '글로벌 음악 시장'을 논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K팝은 (자국 작곡가 외에) 북유럽 작곡가와 송 캠프(Song Camp·작곡가들이 한데 모여 노래를 만드는 행사) 등으로 활발한 협업을 하고 있다"며 "중국, 인도, 베트남 등 많은 나라는 K팝의 성공을 벤치마킹하고 싶어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서구권 음악 레이블은 K팝의 팬덤을 활용해 거대한 아시아 시장 고객을 붙들어 두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음악 퍼블리싱 전문가 로빈 옌센 |
옌센은 지금껏 수백곡을 공급하면서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나 엑소의 '늑대와 미녀' 같은 유명 히트곡 제작에도 관여했다.
그는 직접 '소원을 말해봐'의 다리를 활용한 안무나 '늑대와 미녀'에 나오는 포인트 안무를 선보이며 요즘 시대에는 이처럼 콘셉트를 잘 잡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D에서 MP3로, 다시 스트리밍에서 30초 남짓한 숏폼 콘텐츠로 음악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대의 생존법이라는 것이다.
옌센은 노래 길이가 짧아지는 현상이 도전인지 기회인지를 묻자 "둘 다"라며 "상업적으로는 특히 대응하기 어렵기는 하다.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이목을 끌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시대가 요구하는 포맷이 있고, 과거 부흥한 형식이라 하더라도 지금 맞아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며 "비틀스는 위대한 음악이지만 현재는 먹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K팝의 미래로 IT 혹은 AI(인공지능) 기술을 꼽았다. 한국이 기술 강국이라는 점을 살려 이들 첨단 분야와 음악을 결합하는 시도를 잘한다며 이는 시장의 저변을 넓히리라고 내다봤다.
"요즘 AI 가수가 나오는 것을 보면 기술 분야에서 선두에 선 한국이 이를 K팝 문화 확장에 잘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K팝의 경계를 넓히는 계기가 됐어요."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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