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러 감산에 美 원유재고 감소 우려도…주가↓ 국채 금리↑
국제유가 |
(뉴욕·서울=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차병섭 기자 =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연장 여파와 미국의 재고 감소 우려 속에 6일(현지시간)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9거래일째 상승하는 등 국제유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고유가와 성장세 지속이 물가 상승세를 다시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 미 증시가 약세로 마감한 가운데, 브렌트유 가격이 내년 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 WTI 선물 9거래일 연속 상승…90달러 넘은 브렌트유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WTI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0.85달러(0.98%) 상승한 배럴당 87.54달러에 장을 마쳤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물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0.56달러(0.62%) 오른 90.60달러였다.
WTI 선물 가격은 지난달 24일 이후 9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지난해 11월 11일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장중 88.08달러를 찍었다.
직전 거래일에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90달러를 넘긴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이날 장중 91.15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시간 7일 오전 10시 5분 기준 WTI와 브렌트유 선물은 각각 87.66달러, 90.76달러로 거래되고 있다.
이날 유가는 예상보다 높게 나온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8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발표와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장 초반 약세를 보였지만, 후반 들어 상승 폭을 키웠다.
앞서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와 사우디의 감산 연장 결정이 글로벌 원유 공급 감소 우려를 키우고 있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각각 하루 100만 배럴, 하루 3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12월까지 연장한다고 5일 발표한 바 있다.
또 로이터통신이 애널리스트 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가 210만 배럴가량(평균)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등 원유 재고에 대한 시장 우려도 가격 상승 요인이 됐다. 시장에서는 550만 배럴이 줄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래픽] 국제유가 추이 |
원유 시추시설 |
◇ 유가 부담에 美·유럽 주가지수 하락…국채 금리는 ↑
유가 상승세 지속은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높이며 이날 뉴욕 증시에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전장보다 198.78포인트(-0.57%) 내린 34,443.19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31.35포인트(-0.70%) 하락한 4,465.48에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148.48포인트(-1.06%) 내린 13,872.47에 거래를 마쳐 14,000선 아래로 다시 떨어졌다.
유가 상승 영향과 더불어 ISM이 발표한 미국의 8월 서비스 PMI가 54.5로 전월 대비 상승하면서 미국의 성장세 지속 및 고금리 장기화 기대를 키웠다.
고유가와 성장세 지속이 물가 상승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는 채권 금리를 올렸다.
이날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날 오후 3시 기준가보다 2.90bp(1bp=0.01%포인트) 상승한 4.293%를 나타냈다.
유럽 증시에서는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 50지수가 0.72% 떨어진 것을 비롯해 독일 DAX지수(-0.19%), 영국 FTSE 100지수(-0.16%), 프랑스 CAC 40 지수(-0.84) 등이 일제히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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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드만삭스 "감산 지속시 브렌트유, 100달러 돌파할 수도"…가격하락 요인도
월가 일각에는 사우디·러시아의 감산이 계속될 경우 국제 유가가 내년까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가능성이 가장 큰 기본 시나리오가 아니라면서도, 유가 강세장이 펼쳐질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내년 연말에 배럴당 107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골드만삭스는 사우디의 원유 공급이 기존 예상보다 하루 50만 배럴 적어질 경우 이것만으로도 유가가 배럴당 2달러 오를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고공 행진할 경우 미국의 셰일유 생산이나 청정에너지 전환 움직임이 빨라질 수 있는 만큼 사우디·러시아가 무작정 유가를 올리지는 못할 것으로 봤다.
내년 대선을 앞둔 미 행정부가 유가 상승을 원하지 않는 만큼, 미국이 외교적 해법을 통해 원유 공급 확대를 모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유소 소비자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에너지의 안정적·효과적 공급을 강조했다.
에너지 업계 정보분석 업체 리스태드 에너지의 호르헤 레온 이코노미스트는 "바이든 행정부가 사우디 감산에 대응해 할 수 있는 일은 다른 나라에서 더 많은 원유를 시장에 들여오는 것"이라며 이란·베네수엘라산 원유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게다가 유가 상승 시 수요가 둔화할 수 있고 달러 가치 상승도 유가 상승을 제약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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