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예고된 법안 왜 또 일방처리하나”
김 의장은 이날 오후 단식 천막을 찾아 이 대표 옆자리에 앉았다. 민주당 출신인 김 의장의 방문은 응원·지지 성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의장은 “모든 게 순리대로 풀려야 하는데 국회가 순리대로 못가서 고생하시는 것 같아 저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운을 뗐다. 이 대표는 “미래가 암울하고 정치가 사라지는 것 같다”며 “대화를 하고 상대를 인정해야 하는데 완전히 제거하려고 한다. 국무위원들 도발하는 것 한번 제지하시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 주변에 함께 앉은 우원식·백혜련·권인숙 의원 등도 “의장님이 지적해달라” “행태가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어진 김 의장의 발언은 민주당에 대한 우려·경고에 가까웠다. 김 의장은 “정치라는 것이 언제나 상대적인 것이다.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잘하고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잘못했다고 국민들이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과 제도에서 의결정족수 구성으로 보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사전에 예고되거나 그렇게 되는 것이 분명한 사안에 대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반복해서 단독 처리를 계속 하는 것이 과연 나라를 위해서나 민주당을 위해서 옳은 건가”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등을 단독 처리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김 의장은 이어 “민주주의라는 게 51대 49로 국회가 구성됐다 할지라도 51%가 주장하는 10개를 한꺼번에 다 못하면 6~7개라도 살리고 나머지 3~4개는 양보하는 타협안을 만들어 가야 하지 않나”라며 “민주당은 야당이지만 압도적 1당이기 때문에, 어떤 것이든 최종적으로 일방처리 하기 전에 조정을 해보려고 하는데 조정을 해주시면(좋겠다)”라고 말했다.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면서도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비판한 것이다. 이 대표는 김 의장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무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이 광경이 이 대표의 유튜브 채널에 생중계되는 동안, 채팅창에는 “소금은 뿌리라고도 있는 겁니다” “왜 온건가”라는 글이 쏟아졌다.
민주당은 이후 낸 서면 브리핑에서 “김진표 의장은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서로 존중해야 한다며 공감대를 표했고, 다시 한번 이 대표의 건강을 당부했다”고만 밝혔다.
[김경화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