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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지난해 KBO리그에서 있을 법한 상황이었을 수 있다. 마티니는 지난해 NC 소속으로 뛰었다. 터크먼은 한화 소속이었다. 하지만 이 장면은 KBO리그에서 연출된 게 아니다. 4일(한국시간)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와 시카고 컵스의 경기 5회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마티니가 잘 쳤지만, 터크먼이 잘 잡았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서로를 지켜봤던 두 선수는, 이제 메이저리그에서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두 선수는 4일 경기에 나란히 선발 출장해 한국 팬들의 관심을 자아냈다. 터크먼은 컵스의 선발 1번 중견수로 나갔다. 마티니는 신시내티의 1번 지명타자였다. 결과는 터크먼이 웃었다. 터크먼은 이날 6타수 4안타 3타점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15-7 승리를 이끌었다. 반면 마티니는 5타수 1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결과와 별개로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의 경력이 더 뻗어나가지 못하고 있었던 두 선수는 2022년 나란히 KBO리그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여 한국에 왔다. 흡사한 구석이 많아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모두 중견수였다. 거포 유형이라기보다는 중거리 유형에 가깝기도 했다. 비슷한 유형의 두 선수 중 어떤 선수가 더 큰 성공을 거둘지, 어느 팀이 선구안이 적중할지가 흥미로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선수 모두 나쁘지 않은 활약을 했다. 터크먼은 시즌 144경기에 모두 나가 타율 0.289, 12홈런, 43타점, 88득점, 19도루를 기록했다. 공수주 모두에서 고른 기량을 선보였다. 중견수와 1루수를 오간 마티니 또한 139경기에 성실히 나가며 타율 0.296, 16홈런, 85타점, 67득점, 12도루를 기록했다. 역시 준수한 성적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재계약에 이르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터크먼은 당초 한화의 재계약 대상자였다. 하지만 금액에서 다소 차이가 있었다. 개인적인 성향도 걸림돌이었다. 훗날 실패로 드러나지만, 장타를 칠 수 있는 선수가 더 필요했던 한화는 브라이언 오그래디로 선회한다. 마티니 또한 NC가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하지만 역시 더 좋은 득점 생산력을 기대할 수 있었던 제이슨 마틴과 비교 끝에 후자의 손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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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튄 선수는 터크먼이었다. 시범경기부터 타격감이 좋았다. 컵스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기에 충분했다. 결국 팀 외야의 결원 사태를 등에 업고 5월 20일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이후 활약이 쏠쏠했다. 처음에는 백업으로 생각했는데 방망이가 야무졌다. 준주전급 선수로 승격했다. 4일까지 시즌 86경기에서 타율 0.261, 출루율 0.360, 7홈런, 4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46의 호성적을 거뒀다. 이제는 자리 지분이 생겼을 정도다.
마티니는 마이너리그에서 더 오래 있었다. 트리플A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때를 기다렸다. 8월 23일 기회가 왔다. 올해 메이저리그 첫 승격이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는 흐름이다. 13경기에서 타율은 0.237에 그쳤으나 3개의 홈런과 7타점을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장타력을 선보였다. 장타 덕에 시즌 OPS는 0.810으로 뛰어나다. 이제는 로스터 고정을 노린다.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역수출되는 사례는 매년 있다. 하지만 온도차는 난다. 보장 계약을 받고 간 선수들은 나름대로 화려한 조명을 받는다. 반대로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선수들은 열에 아홉은 메이저리그에 제대로 복귀하지 못한 채 기억에서 잊힌다. 터크먼과 마티니도 그런 선수들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묵묵하게 때를 기다린 끝에 기회를 잡아가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나면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른다. 사실 대체가 불가능한 선수들은 아니다. 활용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면 방출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또 마이너리그 계약을 찾아 다녀야 할지 모른다. 그래도 올해 메이저리그에 복귀해 나름대로의 반등을 보였으니 구직은 지난겨울보다 한층 수월할 수 있다. 마지막 불꽃을 태울 기회가 주어질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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