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이재명 ‘무기한 단식’ 선언… “무능폭력정권 향해 국민항쟁”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李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오염수 방류·홍범도 흉상 등 거론

“민주주의 파괴 막을 것” 입장 밝혀

당내선 “비명 제압 위한 것” 비판

與 “국회 개회 앞두고 뜬금포 단식”

검찰선 “일체 고려 없이 수사 진행”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정권은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 오늘부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능폭력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정부를 향해 △민생 파괴·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 사죄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반대 입장 천명 및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전면적 국정 쇄신 및 개각 단행 등을 촉구했다.

세계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거대 야당 대표가 단식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하반기 정국은 급속히 얼어붙을 전망이다.

이 대표가 돌연하게 빼든 ‘단식 카드’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김은경 혁신위원회 조기 좌초와 김남국 제명안 부결, 총선 위기론 부상 등에 따른 리더십 위기를 타개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대응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오송 지하차도 사고 △이태원 압사 사고 등 현정부 실정 사례를 조목조목 거론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정권의 국민 포기에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앞둔 상황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이 대표는 “단식한다고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검찰 수사도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내부 분열을 획책하고 국가권력을 악용해 고통을 감수하게 하는 것은 폭력”이라고 검찰을 겨냥했다. 이 대표는 또 “사법리스크라고 하는데, 이것은 검찰 스토킹”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 대표는 자신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천명한 만큼 소속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 가결 요청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당내 일각의 사퇴 주장에 대해서는 “물러나라는 의견이 있는 것은 왕정시대에서도 있었다”며 “지금도 민주당 지지자들, 당원들이 압도적으로 현 당 지도체제를 지지하지 않느냐. 명백한 사실”이라고 일축했다. 당 지지율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에는 “대선에서 패배한 세력이 집권세력보다 높은 사례가 있는지 봐 달라. 자부할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선방하고 있다”고 답했다.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며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제원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대표의 무기한 단식 선언을 바라보는 당내 비이재명계 시선은 곱지 않다.

비명계의 한 재선 의원은 “지지층 결집, 검찰 수사 회피, 비명계 제압을 위한 단식”이라며 “이정현·황교안 두 정치인의 단식이 떠오른다”고 꼬집었다. 2016년 당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의 해임안 처리에 반발, 정세균 국회의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당대표실에서 ‘비공개’ 단식에 나섰다가 7일 만에 끝낸 바 있다. 미래통합당 황 전 대표는 2019년 문재인 대통령에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철회 등 3가지를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8일간 단식했다. 두 단식 모두 결과적으로 아무런 결과물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석열정부의 실정을 낱낱이 폭로해야 할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모든 시선이 이 대표 단식에 쏠리는 것을 우려하는 당내 목소리도 적잖다.

세계일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31일 오전 전남 순천시 순천만국제습지센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뜬금포 단식’이라며 맹공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전남 순천 현장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민생을 챙기고 국민의 삶을 돌봐야 하는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웬 뜬금포 단식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1야당, 거대야당을 이끌고 있으면서 직무유기를 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며 “정 자신의 사법리스크가 두렵고 체포동의안 처리가 두려우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면 되는데 왜 그렇게 자꾸 민생 발목 잡는 일을 하는지 참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찾은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개인 비리 수사에 단식으로 맞서는 것인가. 워낙 맥락 없는 일이라 국민들께서 공감하실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 대표의 단식 선언에 대해 “저희는 이 대표 조사를 진행했고 그 조사를 바탕으로 보강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보강수사 결과와 제반사항을 고려해 구속영장 청구 등 향후 수사 절차를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의 단식이나 건강에 대해선) 일체의 고려 없이 수사 상황에 맞게 수사를 진행해 나갈 뿐”이라고 말했다.

김현우·유지혜·유경민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