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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살아서도 죽어서도… 아프간 생명 살리는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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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간 의료 봉사’ 나카무라씨

2019년 피살 전 관개 시스템 설계… 최근 日지원금으로 공사하기로

조선일보

2019년 12월 4일 아프가니스탄 동부 잘랄라바드에서 운행 중이던 승합차에 괴한들이 무장 총격을 가해 6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는 일본인 의사 나카무라 데쓰(당시 73세)와 동료들이었다. 35년 동안 의사와 구호 전문가로 주민들의 열악한 생활환경 개선에 헌신했던 그의 사망 소식에 추모 열기가 일었다.

그로부터 2년 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면서 물거품이 되는 듯했던 그의 유산이 다시 명맥을 잇게 됐다.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와 일본국제협력기구(JICA)는 아프간 동부 지역 주민들의 생활 개선을 위한 관개 시설 공사를 진행하기로 하고 28일(현지 시각)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서명식을 열었다. 일본 정부 지원금 9500만달러(약 1257억원)를 재원으로 동부 쿠나르주 농지에 현대적인 관개·수리 시설을 구축한다.

프로젝트의 기반은 나카무라가 생전에 닦아뒀다. 그는 2003년부터 아프간의 황무지 특성에 맞춘 관개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축해 65만 주민에게 혜택을 줬다. 오카다 다카시 주아프간 일본 대사는 “나카무라의 유산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1946년 후쿠오카에서 태어나 규슈대를 졸업한 나카무라는 1978년 아프가니스탄과 가까운 파키스탄 티르치미르산 원정에 나선 후쿠오카 등반대의 의료진으로 동행하며 지역과 인연을 맺었다. 6년 뒤 파키스탄으로 이주해 한센병 환자들을 돌봤고, 아프간에서도 의료 활동을 시작해 난민 보호, 농지 개선 등으로 폭을 넓혔다. 주민들은 그를 ‘카카(아저씨)’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표했다. 그는 2003년 막사이사이상을, 숨지기 두 달 전에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에서 주는 명예 시민권도 받았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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