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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민주화·보훈 단체 이례적 합심... 내일 ‘정율성 사업’ 반대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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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서 “기념공원 철회하라” 확산

호남과 민주화 운동 관련 단체들이 광주광역시의 정율성 기념 공원 조성 사업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광주 학생 단체, 호남 일부 시민 단체가 지난 27일 광주에서 규탄 집회를 연 데 이어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관련 공법 단체 5곳은 28일 주요 일간지에 공원 건립 반대 광고문을 냈다. 민주화 운동 공법 단체들이 정율성 사업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이 단체들을 포함해 대한민국상이군경회·월남전참전자회 등 보훈 단체 10여 곳은 오는 30일 광주에서 항의 성명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이날 전남 순천을 찾아 “호남은 호국의 고장”이라면서 “공산당 나팔수였던 정율성이 아닌 호남 학도병 등 수많은 애국지사를 기리는 현충 시설이 건립돼야 한다”고 밝혔다.

4·19민주혁명회, 4·19혁명희생자유족회, 4·19혁명공로자회와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등 공법 단체 5곳은 이날 주요 신문에 “‘조선인민군 행진곡’과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한 공산주의자 정율성 역사 공원 건립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제목의 광고문을 냈다. 공법 단체는 법에 따라 정부의 공식 인증을 받은 단체를 말한다. 이번 입장 표명에는 5·18 공법단체 총 3곳 가운데 2군데가 참여했다.

이들은 “정율성 공원 조성은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4·19혁명 정신과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자 우롱하는 처사”라면서 “자유민주주의 헌법 가치를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율성은 대한민국을 피로 물들인 북·중군의 발걸음을 힘차게 북돋워준 행진곡을 작곡한 북조선 노동당 당원이었다”고 했다.

황일봉 5·18부상자회 회장은 본지 통화에서 “5·18은 그동안 북한 선동설, 빨갱이 같은 왜곡에 시달렸다”면서 “군부 반란에 맞서서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나선 민주 영령들을 더 이상 억울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일간지 광고로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18은 공산주의를 찬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헌법을 지키기 위해 투쟁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강기정 광주시장은 그간 5·18 공법 단체들에도 별 관심을 안 갖고 예산 지원도 제대로 안 해놓고 대한민국에 아무런 기여도 없고 오히려 적대 세력에 공을 세운 정율성 같은 문제 많은 자에게 왜 48억원이나 되는 혈세를 부으려 하는 건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정중섭 4·19유족회장도 통화에서 “정율성 사업은 국가 근간을 흔드는 반헌법적 행태”라면서 “4·19, 5·18 단체뿐 아니라 수많은 단체가 ‘광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줄 미처 몰랐다’면서 비분강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화 관련 단체를 포함해 최대 14~16곳이 오는 30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과 광주시청, 정율성로(路) 등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6·25참전유공자회, 무공수훈자회, 고엽제전우회, 특수임무유공자회, 월남참전자회 등 보훈 단체들이 4·19, 5·18 단체와 같이 집회를 추진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정 회장은 “그만큼 좌우, 정치적 이념을 떠나 많은 사람이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5·18 단체 측은 광주시 측에 항의 서한을 보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전사한 고 서정우 하사의 모친 김오복씨가 28일 오후 광주시청 앞에서 열린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사업 반대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씨는 “평생을 북한과 공산당에 헌신하고 선동한 사람을 기념하기 위해 혈세를 들여 기념 공원을 만든다는 것은 광주 정신 모독”이라고 했다. /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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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율성 공원에 대한 반대는 광주 등 호남 지역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2010년 북한 연평도 포격전에서 전사한 고 서정우 하사의 어머니인 김오복 전 광주 대성여고 교장은 이날 전몰군경유족회와 함께 광주시청 앞에서 정율성 사업 철회 집회를 열었다. 김 전 교장은 대성여고에서 37년간 영어 교사로 근무하다 올 2월 정년 퇴직했다. 그의 아들 서 하사도 광주 태생이다. 김 전 교장은 이날 집회에서 “광주 정신은 공산주의자를 기념하는 정신이 아니다”라면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로 군인들이 전사한 아픔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생을 북한과 공산당에 헌신하고 선동했던 사람을 기념하기 위해 혈세를 들여 기념 공원을 만든다는 것은 광주 정신을 모독하고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6·25 때 부모나 자식, 남편을 잃은 6·25 유족들이 참석했다. 김 전 교장은 “북한에 의해 수많은 가정의 수백만 목숨이 희생됐는데 그분들의 목소리를 더 들어야 한다”면서 “강 시장은 이번 논란에 대해 철 지난 이념 논쟁이라고 했는데, 공산주의 이념은 지금도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광주시는 공원 조성을 계획대로 올 연말 완공하겠다는 입장이다. 강 시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정율성 선생 기념 사업은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기인 1988년 중앙정부가 먼저 시작했으며, 지난 35년간 국익을 위해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했던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사업은 노태우 정부 때는 북방 정책의 맥락에서 ‘공산권과의 교류’의 목적으로, 이후에는 김영삼 정부 때는 ‘한중 우호 교류 사업’의 일환으로, 최근에는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사업들이 추진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율성 기념 사업을 당당하게 진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광주 일부 시민 사이에서는 “그간 정율성이 광주 태생의 유명한 귀화 중국인 작곡가라고만 알고 6·25전쟁 때 북·중 점령군으로 수도 서울까지 내려왔던 침략자인 줄은 전혀 몰랐다”면서 “광주시가 정율성과 관련된 치명적인 문제점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일부분을 미화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보훈부는 광주시의 정율성 공원 조성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법률 검토에 착수했으며, 헌법소원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자치법 184조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지자체의 사무에 대해 조언 또는 권고나 지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188조는 지자체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될 경우, 주무 장관이 서면을 통해 시정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만약 지자체장이 바로잡지 않으면 명령이나 처분을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도 있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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