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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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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경고장 날린 이창용…"GDP의 80% 아래로 끌어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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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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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통화위원 전원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최근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경고장을 날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과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졌다”며 “금리가 1~2%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으므로 감당할 수 있을지를 고려해서 부동산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2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통위원 전원이 기준금리를 3.75%로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공감한 발언을 소개했다. 그는 “첫째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매우 높고, 둘째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 확대될 수도 있어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처럼 통화당국에서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경고등을 켠 이유는 최근 2개월 동안 가계부채가 당국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가계부채는 지난 6월 5조8000억원, 지난달 6조원 등 빠르게 팽창했다.

이 총재는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국내 채권시장 불안정,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금융시장 불안 등에 대응하기 위해 규제 완화와 기준금리 인상을 동시에 단행해왔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할 가능성이 커졌고 금융시장 안정성도 개선됐지만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물도 나왔다고 했다.

한은은 가계부채가 급증한 원인을 부동산 가격이 반등하면서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고 기준금리가 곧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중첩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등 정부 규제를 우회하는 상품이 확대되면서 상승 작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 총재는 ‘빚내서 집 사는’ 행위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젊은 세대들은 물가 상승기를 겪어보지 않았다”며 “집값을 예측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다시 금리가 낮아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집을 샀다면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분간 1~2% 수준으로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으므로 현 고금리를 감당할 수 있을지 고려해 신중한 부동산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이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피력했다. 점진적인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을 통해 가계부채 연착륙을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을 현재 101% 수준에서 90%를 거쳐 80%까지 낮추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가 지금보다 더 늘어나면 국가 성장잠재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그 수준을 넘었다고 본다”며 “향후 몇 달은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 있겠지만 증가 폭이 다시 커지지 않도록 미시 정책을 재점검하고 필요하다면 거시적인 정책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은 총재로 부임할 때 국내 가계부채를 연착륙시키겠다고 강조했다”며 “가계부채 연착륙 필요성이 제가 한은 총재로 선임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그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총재는 경착륙 없는 디레버리징을 위한 이상적인 시나리오로 경제성장과 가계부채 관리를 동시에 해내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불황이 오면 제일 손쉽게 할 수 있는 게 부동산 시장 띄우고 대출해주는 것”이라며 “그런 유혹을 견디고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면서 점차적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을 낮추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아주경제=장문기·박성준 기자 mkmk@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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