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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물가와 GDP

[플레이션 경제학] 히트·오일·애그·슈거·밀크…눈뜨면 오르는 물가, 서민들은 '노이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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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태풍까지...배추·무·대파 가격 모두 '껑충'

9월 태풍·늦더위 변수...추석 전 물가 상승 불가피

소비자물가 두 달 연속 2%대...8월 다시 고개드나

아주경제

채소·육류 도매가 상승에 대형마트 물가 '흔들'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집중호우와 폭염 등으로 채소류 도매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23일 서울 시내의 한 마트에 채소가 진열돼있다. 도매가 급등세는 지난주 중반부터 대형마트 소매가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23일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적상추(200g)는 3천980원으로 1주일 전(3천480원)보다 14.4% 올랐고, GAP 깻잎(30잎)은 1천780원에서 1천980원으로 11.2% 뛰었다. 2023.7.23 hwayoung7@yna.co.kr/2023-07-23 14:47:57/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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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원권 한 장으로 장보기 힘들다는 건 옛말이죠. 이젠 십만원을 써도 장바구니 채우기가 만만치 않네요." 40대 주부 이모씨는 오늘도 한숨을 내쉰다. 밀가루나 설탕 같은 같은 필수 식재료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폭염·폭우·태풍 등 기상 악재까지 더해져 과일, 채소 가격까지 들썩이는 상황이 원망스럽다.

눈뜨고 나면 더 오른 물가에 민생고가 극심하다. 우유(Mlik), 기름값(Oil), 수산물(Fish) 등 필수재에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접미어처럼 붙인 각종 신조어가 신문지상을 메운다.

편의점 도시락이 불티나게 팔리는 계기가 된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 역대급 폭염이 식량 가격을 끌어올린다는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범람하는 온갖 '플레이션'에 서민들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촉발시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1년 반이 넘도록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잠잠하던 원유·가스 가격도 최근 들어 다시 우상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언제 끝날지 모를 물가와의 전쟁에 가계는 지쳐가고 있다.
밥상물가 삼킨 '기후플레이션'...추석 앞두고 비상

말라 죽은 농작물, 떠내려간 가축들, 우럭·광어 등 양식 어종의 집단 폐사. 모두 이상 기후의 결과다. 추석을 앞두고 들이닥친 기후플레이션에 밥상 물가도 비상이 걸렸다.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배추와 양배추 1포기 소매가격은 5782원과 4668원으로 한 달 전보다 각각 36%, 26% 올랐다. 시금치 100g 가격은 2108원으로 19% 상승했다.

참외 10개 가격은 2만9805원으로 79% 급등했고, 복숭아(백도) 10개 가격도 2만7551원으로 14% 올랐다. 수입산 망고의 경우 개당 6879원으로 1개월 전과 비교해 29% 비싸졌다.

기후플레이션은 한층 더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9월에도 태풍과 늦더위가 예고돼 있는 탓이다. 이미 태풍 '카눈'이 작지 않은 피해를 입힌 상황에서 현재도 다수의 태풍이 북상 채비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에도 9월에 상륙한 태풍 '힌남노'로 인해 인명·재산 피해가 막심했다. 기상청은 올해 9월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크다고 예보한 바 있다.

기후 악재 등에 따른 수급 불안에 추석 수요까지 더해지면 물가가 또다시 요동칠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사과와 배 생산량이 각각 지난해보다 18.7%, 21.8% 줄어들 것을 전망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통상 8월에 태풍이나 폭염 등으로 농산물 수급에 일부 애로가 있을 수 있고 9월 말에는 추석이 있다"며 "이럴 때는 명절 특수가 있어 대체로 일시적인 물가 상승이 있다"고 우려했다.
각종 플레이션 '현재 진행형'...소비자물가 재반등 유력

농수산물 외에도 우유, 설탕 등의 가격 오름세가 확연해 식품업계는 물론 최종 소비자인 서민 가계에 우려를 안기고 있다. 원유 가격 인상 여파로 가공식품 가격도 줄줄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이 대표적이다.

앞서 낙농가와 우유 업계로 꾸려진 낙농진흥회는 오는 10월 1일부터 신선 유제품에 사용되는 원유 가격은 ℓ당 88원, 가공유용 원유 가격은 ℓ당 87원 올리기로 합의했다. 2013년 ℓ당 106원을 올린 이후 10년 만에 최대 인상 폭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주로 구매하는 흰 우유 가격은 1000㎖에 3000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원유 가격이 ℓ당 49원 올랐을 때도 우유 제조업체들은 제품 가격을 10%가량 인상했다.

일부 아이스크림 업체는 벌써 가격을 올렸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아이스크림 소비자물가는 118.99로 전년 동월 대비 10.7% 상승했다. 전체 물가 상승률(2.3%)의 4.7배에 달한다. 빙과업체들은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의 이유로 원부자재 가격을 비롯해 인건비, 물류비, 전기·가스요금 등이 오른 것을 꼽는다. 오는 10월 원유 가격이 오르면 아이스크림 가격은 한 번 더 뛸 가능성이 크다.

기름값도 심상치 않다. 국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와 경유가 5주 연속 오름세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8월 셋째 주 기준 ℓ당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주 대비 32.7원 오른 1727.7원이다. 경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74.6원 상승한 ℓ당 1526.0원으로 집계됐다. 국제 유가 상승세와 재고 감소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플레이션'이 붙은 주요 품목 중 가격 오름세가 꺾인 건 거의 없다. 올 하반기에는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의 추가 인상도 불가피한 만큼 서민 가계의 부담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정부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에서 다시 3% 위로 오를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7월까지는 기저효과로 물가가 안정된 측면이 있으나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8월에는 둔화 흐름이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주경제=조아라 기자 abc@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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