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6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는 한국 녹색당과 일본 녹색당 | 한국 녹색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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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일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일본 정부가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 말하니 일본인들의 상당수는 괜찮을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어민, 특히 후쿠시마 어민들은 화가 단단히 나 있다. 어업에 궤멸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본 국민 및 세계를 향해 ▲방출하는 ‘처리수’는 국제기준에 부합한다 ▲태평양으로 방류해도 사람들의 건강·환경에 악영향은 없다 ▲다른 나라가 내보내는 양보다 적으니 그리 나쁘지 않다는 등의 이상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러한 정부의 변명만을 보도하기 바쁘다. 즉 방류 계획의 안전성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으며, 나아가 방출에 반대하는 중국 등의 수산물 수입 규제는 비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어 한다.
이에 대해 일본 녹색당, 그리고 우리와 뜻을 함께하는 많은 시민은 강력히 호소한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결코 우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환경 영향 평가는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았다. 해양 방류가 아닌 육상 보관을 해야 한다고.
오염수의 안전 기준 따위는 없다
일본 정부가 말하는 국제기준이란 무엇인가. 정부는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허용하는 피폭량 1밀리시버트(m㏜)/년을 기준으로, 해당 수준의 피폭을 발생시키는 방사능량으로 환산한다. 핵종에 따라 다른 계수를 사용해 피폭량(㏜)을 방사능량(Bq/L)으로 환산한다. 게다가 내부피폭의 경우 몸의 장기마다 계수도 다르다. 이러한 환산 자체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산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백번 양보해서 정확하다고 치자.
2023년 7월 26일 일본대사관에 한·일 녹색당 공동 항의서한을 제출하는 오가타 게이코 일본 녹색당 공동대표(왼쪽)와 김찬휘 한국 녹색당 대표 | 한국 녹색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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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26일 일본대사관 앞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비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일본 녹색당 오가타 게이코 공동대표(가운데) | 한국 녹색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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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핵종을 측정한다는 거짓말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 이외의 모든 핵종의 방사능량을 합해도 1m㏜/년의 피폭량을 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말하는 “고시농도비 총합이 1을 넘지 않는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일본 녹색당의 질의에 경제산업성 담당자는 “방출하기 전에 62핵종을 모두 측정하고 대략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모든 물질을 측정한다”고 말했다. 과연 사실일까. 현재까지 발표된 것은 주요 7~9개 핵종의 양뿐이다. 나머지 핵종은 농도비총합의 0.3%로 가정하고 있다. 이 숫자는 1000기 이상 되는 탱크 중 단 3기에서 20ℓ씩 꺼내 측정한 결과다. 이마저 방사성 물질이 침전돼 있는 바닥 쪽의 농도가 짙은 부분을 피해서 측정한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 불상사가 계속되고 있는 도쿄전력이 방출 개시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될 영향에 대해 엄청난 수고를 들여가며 앞으로도 모든 핵종을 측정할 것인가. 더군다나 이번 방류는 세계 최초로 원자로의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노심 용융(멜트다운)의 잔해로 오염된 물을 방출하는 것이다. 미지의 유독성 물질이 포함돼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IAEA는 과연 정당한 검사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ALPS가 제거할 수 없는 삼중수소는 수소의 동위원소이며, 베타선을 내뿜고 반감기 12년 만에 헬륨으로 바뀐다. 일본 정부는 배출 기준을 6만Bq/L로 정하고 있다. 이번에 방출하려는 물은 1500Bq/L이니 기준치의 40분의 1 수준이라며 으스대고 있다. 삼중수소의 위험성은 경시되기 쉽다. 도쿄전력은 최근 ‘광어 실험’을 실시했다. 광어를 삼중수소 함량 1500Bq/L의 물속에 며칠간 놓아둔 결과, 베타선 내부피폭이 있었으나 4~5일 만에 대사 과정을 거쳐 원래대로 되돌아 왔다고 한다. 그러니 괜찮다는 것이다.
이것은 삼중수소가 체내의 유기물로 흡수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작 무서운 것은 유기결합 삼중수소다. 수소의 동위원소인 삼중수소는 수소와 쉽게 대체된다. 만약 몸 조직의 수소와 대체돼 유기결합 삼중수소가 되면 대사되지 않고 10여 년간 장기를 피폭시킨 뒤 헬륨으로 변한다. 만약 유기결합 삼중수소가 유전자에 있다면 헬륨으로 바뀌었을 때 100% 확률로 유전자를 손상시킨다. 이 현상이 실제로 얼마나 일어나는지 우리는 잘 모른다.
2023년 7월 17일 바다의날 행동에 참여한 일본 녹색당원들 | 한국 녹색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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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7일 바다의날 행동에 참여한 일본 녹색당 오가타 게이코 공동대표(오른쪽) | 한국 녹색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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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석해도 방사능 총량은 같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로 독자들은 이미 눈치챘을 것이다. 우리는 방사성 물질의 ‘농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1ℓ의 물에 얼마나 많은 방사능이 있느냐는 얘기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문제는 방사능의 절대량이 아닌가. 희석한다고 해서 ‘총량’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희석된 폐기수를 대량으로 방출하는 것과 진한 폐기수를 소량 방출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다를지도 모른다. 바닷물의 흐름이나 식물성 플랑크톤이 핵 물질을 어떻게 흡입하는가 등에 따라. 그러나 어느 쪽이건 간에 환경에 미칠 영향을 심사할 때에는 축적된 방사능의 총량을 문제 삼아야 하지 않겠는가.
IAEA는 비등수형 핵발전소인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로부터, 삼중수소를 연간 22조Bq/L 방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한도가 꽉 찬 삼중수소를 방출하는 계산을 했다. 22조Bq/L을 365일로 쪼개면 매일 603억Bq/L의 삼중수소를 방출하는 셈이다. 이것을 바닷물에 희석해 농도 1500Bq/L로 하면, 약 4000만ℓ가 된다. 무려 25m 수영장 110개 분량이다. 희석했다고 해도 매일 이렇게 많은 양의 오염수가 방출된다는 의미다. 도쿄전력은 삼중수소만 약 860조Bq/L이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따라서 대량 방출은 약 40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삼중수소 이외의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총량(농도가 아니라)을 도쿄전력은 공표하고 있지 않다. 경제산업성 담당자는 탱크 내 농도가 균일하지 않고 1000기 이상의 탱크를 일일이 조사하기 힘들어 어차피 추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는 방사능 총량을 조사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방사능 총량도 모르는데 어떻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수 있겠는가. 불가능하다.
태평양 오염 금지 국제조약 존중해야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이 오염수 방류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1950~1960년대 원폭 실험으로 막대한 피해를 경험한 국가들의 우려는 당연하다. 바다 오염을 금지하는 국제조약으로 라로통가조약과 런던조약이 있다. 남태평양비핵지대조약(라로통가조약)은 남태평양비핵지대에서 방사성 폐기물 및 기타 방사성 물질의 해양투기에 대한 원조 및 장려 등을 하지 않는 것을 법적 의무로 부과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PIF에 모든 당사자가 합의할 때까지 ‘처리수’를 방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앞바다는 남태평양이 아니라고 밀어붙일 것인가.
또 하나의 조약인 런던조약은 폐기물을 선박-항공기 등에서 바다에 투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 해양 방출은 육상 투기이므로 조약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선박으로 외해에 투기하는 것이 아니라 육상의 물에서 방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육상의 물이라고 해도 1㎞의 해저터널 끝에서 방출하는 것은 가급적 오염수를 외해로 확산시키기 위한 목적이 아닌가. 그래도 런던조약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조약 위반은 아니라고 한다. 어느 쪽이든 조약의 취지를 경시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여러 세대에 걸친 미래의 위험, 어업, 환경, 생물 다양성, 건강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한편 이미 핵발전소에서 버려지고 있는 대량의 오염수를 세계가 묵인하고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맞다. 핵발전소의 오염물질이 이미 전 세계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큰 문제다. 더 큰 문제는 후쿠시마의 오염수 방출이 ‘처리가 곤란하면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면 된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방출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2023년 7월 13일 경제산업성과 면담 중인 일본 녹색당 오가타 게이코 공동대표(가운데) | 한국 녹색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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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에 보관할 공간과 방법이 있음에도
일본 정부는 ‘처리수’를 육상에 보관할 공간이 없으므로 바다로 방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것도 거짓말이다. 공간은 있다. 핵연료 잔해(데브리) 880t을 꺼내 보관하기 위한 넓은 공간이 확보돼 있다. 데브리는 언제 꺼낼 것인가. 로봇팔을 활용하는 등의 방법을 연구 중이지만 아직 1g도 꺼내지 못했다. 데브리를 꺼내는 것을 단념하고, 그 공간에 오염수를 보관할 거대탱크를 설치하는 것은 어떤가.
석유 비축에 사용되는 대형 탱크는 견고하고 빗물 혼입 대책이 마련돼 이미 세계 각지에서 이용되고 있다. 현재 저장탱크 1000기에 보관돼 있는 140만t의 오염수는 100만t 탱크 14기로 바꿀 수 있다. 또 시멘트를 섞어 모르타르 고체화하는 방법도 있다. 누수 위험이 줄어 이미 미국 핵시설에서 적용 중이다.
정부는 이러한 육상 보관 방법을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고 해양 방류밖에 없다는 쪽으로 결정했다. 그게 어업인들에게 심대한 피해를 준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그리고는 근해 1㎞ 지점에서 방출하기 위해 약 430억엔을 들여 해저터널을 건설했고, 이것은 가시마건설 등 건설대기업의 사업이 돼버렸다.
후쿠시마현 주민들과 어민들은 지금
2015년 일본 정부·도쿄전력과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간에 약속 문서가 오갔다. 이해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어떤 처분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담은 문서다. 후쿠시마현 어협을 비롯한 어민들은 지금도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약속을 파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는 되레 일찌감치 ‘가짜뉴스 대책’으로 2021년 300억엔, 2022년 500억엔을 책정했다. 많은 후쿠시마현 주민은 여전히 불신하고 있다. 이들 정책은 핵발전소 폐로를 우선시하고 부흥을 희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후쿠시마 재건과 핵발전소 폐로를 함께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실제로는 복구를 저해하는 오염수 방출을 우선시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12년이 흘렀다. 주민들은 조금씩이나마 오염이 사라져 고향이 회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파괴적인 피해로 인해 어획량과 매출이 급감했지만, 어민들은 어업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철저한 방사능 검사를 하는 등 열심히 노력해 왔다. 어민들은 여전히 오염수 방류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번에 오염수를 방류한다면 관련자들의 동의(이해) 없이는 어떤 방류 처분도 하지 않겠다던 정부의 중대한 약속 위반이다. 어민들은 정부의 진지한 대응을 바라고 있다.
후쿠시마현 내 농업협동조합·소비자조합도 최근 잇달아 항의 성명을 냈다. 후쿠시마현 내 59개 지역 의회 중 7할이 방출 반대 혹은 신중 대응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냈다. 후쿠시마현 주민만이 아니다. 올해 7월 26일, 전국자치단체장연합회(전국지사회)는 “국내외의 이해를 충분히 구한 상황이라 할 수 없으며, 새로운 가짜뉴스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며, 해양 방출을 전제로 하고 있는 정부의 자세에 대해 비판적인 제언을 의결했다.
2023년 7월 26일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 대응 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한 한·일 녹색당 및 한국 탈핵환경단체들 | 한국 녹색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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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쿄전력 발표대로 내보내는 언론
이처럼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높다. 그럼에도 이것은 단지 감정론일 뿐이며, “가짜뉴스 피해”를 선동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것이라는 언설이 유감스럽게도 일본 내에 퍼지고 있다. 언론도 비판을 망설이며,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발표를 그대로 전달할 뿐이다. 해외의 반응에 대해서도, 한국 국민이 방출에 반대하는 목소리나 중국의 일본수산물 수입 규제에 대해서도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비과학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이라는 말만 반복적으로 보도한다. 이런 방식의 보도 태도가 일본 국민의 사고방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많은 일본인은 정부 발표 혹은 정부의 발표밖에 보도하지 않는 언론의 보도를 그대로 믿고 있다. 다시 말해 IAEA가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 했으므로 괜찮다, 대양에 방출하는 ‘처리수’의 방사능은 미미하다, 점점 불어나는 오염수를 언제까지고 후쿠시마에 저장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이들도 안다. ‘처리수’라고는 해도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물을 태평양에 흘려보내는 것은 당연히 좋지 않다는 사실을. 그렇다고 목소리를 높여 반대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일본인은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는다. ‘생선을 먹어도 문제가 없으면 좋겠는데…’라고 바라던 찰나 IAEA가 때맞춰 “영향은 미미합니다”라고 말해주었다. 정부도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듣고픈 말을 해주니, 그것을 믿기로 했다고나 할까. 문제의식이 부족하다는 점이 같은 일본 국민으로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일본의 활동가들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자국민에게 알리는 것이다. 해양 방출이 과학적으로 옳다고는 전혀 말할 수 없다고. 정부는 해양 방출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육상 보관도 가능하다고.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는 국제조약의 취지를 존중해야 한다. 태평양을 방사성 물질로 더럽혀서는 안 된다. 해양 방류를 단념시키기 위해 후쿠시마 어민도, 일본 국민도 세계인과 연대하자. 모든 바다를, 지구의 환경을 지키자!
<오가타 게이코 일본 녹색당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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