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장교 2명 살해사건 47주기…미루나무 가지치기 발단 전쟁위기
전투기·폭격기 JSA 상공 대기…항모까지 이동하면서 나무 베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18일은 미루나무 1그루에서 가지 치는 작업으로 인해 한국전쟁 재발 위기를 부른 이른바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47주기다.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은 북한에서 '8.18사건'으로도 불린다.
1976년 8월 18일 우리 측 시야를 가리는 미루나무 가지치기를 위해 투입됐던 한국군과 미군을 북한군이 도끼·몽둥이 등으로 공격해 미군 장교 2명을 살해하고 9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사건이다.
북한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 등은 이날 "당시 10시 45분경 미제는 도끼를 가진 14명의 불한당을 내몰아 쌍방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안의 나무를 제멋대로 찍는 도발 행위를 감행하였다"고 주장했다.
불법행위를 그만둘 것을 요구하는 북측 경비 인원들에게 미군 측이 흉기를 휘두르면서 집단 폭행을 가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에 북측 경비 인원들이 부득불 단호한 자위적 조처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북한 매체들은 전했다.
이 과정에서 미 2사단 아서 보니파스 대위와 마크 버렛 중위가 북한 군인 30명에게 도끼로 살해당했다.
북한 매체들은 미군의 인명피해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우리나라에는 당장 전쟁이 터질 수 있는 위기일발의 사태가 조성되었다"고 전했다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현장 모습 |
미군은 북한에 강력한 전쟁 억제력을 보여주기 위해 사상 최대의 나무 제거 작전인 '폴 버냔 작전(Operation Paul Bunyan)'을 펼쳤다.
미루나무 1그루를 베기 위해 F-4 전투기와 B-52 폭격기가 JSA 상공에 대기했고, 오산 기지의 F-111 전투기들이 출격을 준비했다. 미드웨이 항공모함까지 한반도 근처로 이동했었다.
미군은 북측이 나무 베는 작업을 또다시 방해한다면 개성을 점령하고 황해도 연백평야까지 진격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 매체들은 "미제의 군사적 망동은 우리 인민군 장병들과 인민들의 영웅적 투쟁에 의하여 수치스러운 패배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도끼만행사건의 발단된 미루나무 잘라내기 |
JSA도 도끼만행 사건을 계기로 변모했다.
1976년까지만 해도 MDL 표식이 없었고 북측, 유엔사 측 초소가 남쪽 또는 북쪽을 가리지 않고 설치되어 있었다. 양측 경비병들은 JSA를 자유롭게 통행했다.
도끼만행 사건 이후 북측, 유엔사 측 초소가 남북으로 갈라졌고 폭 50㎝·높이 5㎝의 시멘트 구조물로 표시된 MDL을 경계로 분할 경비를 서게 됐다. 현 JSA 경비대대인 캠프 보니파스는 사건에 희생된 보니파스 대위의 이름을 따랐다.
北김정일,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직후 북한 경비병들과 기념촬영 |
앞서 북한은 2016년 8월에도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변인 명의로 담화를 내 사건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고, 2017년 8월에는 김일성대 역사학부 교원들이 조선중앙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동일한 주장을 반복한 바 있다.
이후 남북 및 북미 관계가 호전되며 관영매체와 선전매체 모두 관련 언급을 안 하다가 5년 만인 지난해 공세를 재개했다. 올해는 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가세했다.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희생자 추모하는 김승겸 합참의장 |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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