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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현대인의 고질병 '만성피로' 원인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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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구팀, 관련 작용 단백질 확인

롱 코비드 등 치료약 개발 청신호

만성 피로증후군은 많은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질병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감염 후유증인 이른바 롱 코비드(Long Covid)의 일종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만성 피로증후군을 일으키는 원인 단백질을 확인해 향후 치료법 개발에 희망을 켰다.

아시아경제

만성피로. 자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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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국 국립 심장ㆍ폐ㆍ혈액 연구소는 이같은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당초 한 38세 여성을 상대로 암을 촉발하는 유전자(TP53) 변이를 연구할 계획이었다. 아버지ㆍ형제들과 달리 TP53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이 여성은 공식적인 만성 피로증후군 진단을 받지 않았지만 장기간 극심한 피로를 호소해왔다. 연구팀은 그녀의 근육 세포에서 표본을 채취해 TP53과 연관된 생화학적 경로의 비정상성을 확인하려 했다. 그런데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WASF3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WASF3 단백질은 습진ㆍ혈소판감소ㆍ면역결핍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위스콧ㆍ알드리치 증후군 단백질의 일종인데, 이미 2011년 한 논문에서도 만성 피로증후군과 관련돼 있을 수 있다고 보고된 적이 있다.

연구팀은 WASF3가 세포 내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와 상호작용을 통해 만성 피로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에 연구팀은 해당 여성, 다른 사람, 생쥐에서 각각 세포를 채취해 WASF3 단백질의 양을 조절하는 실험을 실시한 결과 해당 단백질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높은 수치의 WASF3 단백질은 미토콘드리아가 정상적인 에너지 생산을 위해 분자 복합체로 조립되는 것을 막았다.

연구팀은 다음으로 생쥐의 유전자를 조작해 고의로 WASF3 단백질의 양을 늘렸는데, 해당 생쥐 역시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에 결함이 생겼다. 정상적인 생쥐들에 비해 바퀴를 절반 정도밖에 돌리지 못할 정도로 피로에 시달렸다. 연구팀은 이제 사람에게도 눈을 돌려 연구를 했다. 공식적으로 만성 피로증후군 진단을 받은 14명과 건강한 사람 10명으로부터 각각 근육 세포를 채취해 검사한 것이다. 이 결과 역시 만성 피로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세포 내에서도 WASF3의 수치가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같은 원리가 코로나19 완치 후에도 만성 피로ㆍ인지 장애 등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WASF3가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산을 방해한다는 것은 근육뿐만 아니라 뇌세포에서도 마찬가지로 작용해 인지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WASF3의 수치를 줄일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면 만성 피로증후군이나 롱 코비드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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