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이번 광복절 특사에는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 2176명이 포함됐다. 조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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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4일 각종 비리로 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은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이중근 전 부영그룹 회장 등 경제인 12명을 사면·복권했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 전 장관도 복권됐다. 사회 통합 명목으로 정치인들도 사면했으나 정부·여당과 가까운 인사들이 대다수였다.
정부는 중소기업인·소상공인 등 일반 형사범과 경제인, 정치인 등 2176명에 대해 15일자로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이날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세 번째 특사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특사 명단을 발표하면서 “서민 경제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경제 살리기에 중점을 뒀다”며 “국가 경제 전반의 활력을 회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정치·사회적 갈등을 해소해 국가적 화합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기업 운영 관련 범죄로 집행유예가 확정되거나 고령 또는 피해 회복 등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판단된 경우 특사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중근 부영 창업주는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2020년 8월 징역 2년6개월을 확정받아 복역하다 이듬해 광복절에 가석방됐다. 형기는 만료됐지만 특별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라 5년간 취업이 제한됐던 이 창업주는 복권돼 경영 활동이 가능해졌다.
130억원이 넘는 규모의 배임 혐의로 2018년 1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도 형선고 실효 및 복권 대상으로 선정됐다. 롯데그룹의 경영비리 사건으로 2019년 10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된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형선고 실효 및 복권 조치됐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도 복권됐다. 횡령·배임과 법인세 포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회장은 ‘황제 보석’ 논란 속에 2018년 구속됐고, 징역 3년을 확정받아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운전기사 상습 갑질 혐의로 2019년 11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이장한 종근당 회장, 거액의 회사자금 횡령과 병·의원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의 형기를 마치고 2020년 9월 출소한 강정석 전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도 각각 복권됐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도 특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는 이들을 사면한 명분으로 “경제위기 극복 및 국가경쟁력 제고”를 들었다.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은 브리핑에서 ‘경제인들이 횡령·배임과 같은 개인 범죄를 저질렀는데 왜 사면 대상에 포함됐느냐’는 질문에 “경제인들이 기업을 운영하면서 저지르게 되는 범죄 중 횡령·배임이 많다”며 “횡령·배임 수사 과정에서 실질적인 피해가 얼마나 있는지, 어느 정도 회복이 됐는지, 피해 회복을 위해 어느 정도 노력을 했는지를 전부 보게 된다”고 했다.
정부는 정치·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해 정치인 4명, 전 고위공직자 3명도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공개한 6명 중 4명은 정부·여당 측 인사로 분류된다. 복권된 강만수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초대 기재부 장관으로 ‘MB노믹스’를 설계한 인물이다. 지인의 회사가 국책과제 수행업체로 선정되도록 외압을 넣은 혐의 등으로 2018년 5월 징역 5년2개월을 확정받은 뒤 2021년 8월 광복절을 맞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한 2018년 말 특감반과 관련한 의혹을 폭로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정무사법행정분과 자문위원을 지냈다. 그는 공무상 알게 된 비밀을 언론 등을 통해 누설한 혐의로 기소돼 올해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고,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이번 특별사면으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지 불과 3개월 만에 형선고 실효 및 복권 조치됐다. 복권된 박재기 전 경남개발공사 사장은 홍준표 대구시장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정용선 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정무법무행정분과 전문위원을 맡았다.
복권 대상에 포함된 임성훈 전 나주시장은 2010년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전남 나주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한 야당 인사다.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지냈고,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비서관, 부대변인을 지냈다. 2018년 민주당 후보로 경기도 남양주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지만 지난해 민주당을 탈당했다. 조 전 시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 ‘이재명 저격수’로 불린다.
신 국장은 정치인들을 사면·복권한 이유에 대해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같은 경우 국가적인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되고자 실시한 것”이라며 “김 전 구청장의 경우 내부고발자의 입장에서 고발했던 사건들이 유죄로 확정된 점도 감안이 됐다”고 했다.
세월호 유가족 사찰 혐의로 올해 3월 징역 1년이 확정된 소강원 전 기무사령부 참모장도 복권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직무와 관련해 상급자의 지시를 받고 불법행위를 한 공직자에 대해서는 복권해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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