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유럽행 아프리카 난민 몰려드는 기착지
사하라 이남 출신 난민들 국경 밖 사막으로 추방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튀니지-리비아 국경지대 사막지역에서 튀니지에서 추방 당한 이주민들이 모여 있다. A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려는 난민들이 몰려들고 있는 북아프리카 국가 튀니지와 리비아 접경지역 사막에서 최소 27명의 아프리카 이주민이 숨진 채 발견됐다. 튀니지 당국이 자국을 거쳐 남부 유럽으로 향하려는 이주민들을 사막 국경지대로 강제 추방해 이들이 극한 상황에 내몰렸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리비아 내무부는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최근 며칠새 이민자들의 시신이 국경지대에서 잇따라 발견됐다며 사인 규명을 위해 법의학팀을 해당 지역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리비아 보건부는 사막 국경지대에서 의료진으로부터 치료를 받고 있는 이주민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현지 인권단체인 리비아국가인권위원회는 튀니지 보안군이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온 아프리카 이주민을 강제 추방하며 물이나 음식이 없는 사막지역에 이들을 유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튀니지 정부는 최근 몇달간 유럽행을 원하는 이주민들을 해안 지역에서 국경지대 사막으로 내몰고 있다. 튀니지 내무부 장관도 입국을 시도하던 이주민 일부를 리비아와 알제리 접경 사막 지대로 보낸 사실을 이달 초 시인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아흐메드 함자 리비아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사막으로 추방이 시작된 지난 7월 이후 리비아 국경에서 수습된 시신이 최소 35구에 달한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튀니지에서 리비아로 강제 추방된 아프리카 이주민은 750명이 넘는다.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과 직선거리로 180㎞ 떨어진 튀니지 동부 스팍스 해안은 배를 타고 유럽으로 향하려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출신 이주민들의 주요 기착지다. 이탈리아 내무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9만2000여명이 이 경로를 통해 람페두사에 도착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만3000여명보다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그러나 위험한 항해로 난민선 침몰 사고도 연일 속출하고 있다. 이날 튀니지 스팍스에서 출발한 소형 난민선이 람페두사섬 인근 해역에서 침몰해 이주민 41명이 사망하고 4명이 구조됐다. 지난 6일에도 튀니지 연안에서 난민선이 침몰해 최소 4명이 사망하고 51명이 실종됐다.
☞ 튀니지 앞바다서 난민선 침몰···최소 4명 사망·51명 실종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308071019001
튀니지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려는 이주민이 늘어나자 튀니지 정부는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이 지난 2월 유럽행을 원하는 남부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에 대해 혐오 발언을 한 뒤 이들 이주민들은 튀니지 내에서 인종차별적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 무슨 옷 입고 일할까? 숨어 있는 ‘작업복을 찾아라
▶ 뉴스 남들보다 깊게 보려면? 점선면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