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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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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흐름 ‘나 홀로’ 외면하는 KLPGA투어[김정훈의 리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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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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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이후 약 2년 만에 국내 대회에 참가한 고진영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우산을 쓰고 걸어가고 있다. KLPGA투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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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피해 2주간의 휴식기를 보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가 3일 제주삼다수 마스터스를 시작으로 이번 시즌 후반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미 17개 대회 일정을 마무리한 KLPGA투어는 후반기에 15개의 대회를 치를 예정입니다. 특히 고진영(28)이 2021년 10월 이후 약 2년 만에 국내 대회에 참가하면서 후반기를 맞이한 KLPGA투어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더욱 올라간 상황입니다.

KLPGA투어 선수들도 이런 관심에 화답하듯 ‘우승’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후반기를 맞았습니다. 전반기에 우승을 올린 선수도, 그렇지 못한 선수도 휴식기 동안 체력을 보충하며 후반기에 대한 각오를 다진 것입니다. 전반기에 우승한 선수들은 후반기에 다승을 예고했고, 전반기에 우승하지 못한 선수들은 후반기에 반드시 1승을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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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시즌 KLPGA투어 대상을 받은 김수지. 박민지가 김수지보다 우승 횟수와 상금 랭킹에서 앞섰지만, 김수지는 박민지보다 시즌 성적을 더 꾸준하게 보이며 대상을 차지했다. KLPGA투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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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을 향한 각오 외에 휴식기 동안 만난 선수들이 공통되게 밝힌 목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대상’입니다. 한 시즌 동안 참가한 대회 성적에 따른 포인트를 합산해 시즌이 끝난 뒤 이 포인트가 가장 높은 선수에게 주는 상입니다. 선수들이 공통되게 대상을 바라는 것은 우승 횟수나 상금 액수와는 별개로 한 시즌 동안 가장 우수한 성적을 낸 선수에게 주는 상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즌 우승 횟수와 상금 액수가 가장 높았던 선수는 박민지(25)였지만, 대상을 김수지(27)가 차지한 것도 김수지가 박민지보다 한 시즌을 더 우수하게 보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다양한 혜택으로 ‘대상’ 권위 높여가는 세계 무대

전 세계적으로 대상은 그 투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2007년부터 페덱스의 후원을 받아 페덱스컵 포인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규투어 대회의 등급에 따라 포인트를 차등 부여하고 선수들은 대회 본선의 최종 순위에 따라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CME 그룹의 후원을 받아 이 제도를 운용하고 있고, 유럽남자프로골프투어인 DP월드투어나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인 LET투어도 각각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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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PGA투어 페덱스컵 랭킹 1~5위. PGA투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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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투어들은 포인트 운영에서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단순히 대회에서 꾸준하게 성적을 낸 선수에게 대상을 준다면 선수들이 대상 포인트에 큰 욕심을 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상을 받을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여러 가지로 늘려야 선수들이 욕심을 낼 것이란 생각입니다. 그 혜택으로 PGA투어는 정규대회가 끝난 뒤 페덱스컵 포인트 상위 10명에게 보너스 상금을 줍니다.

PGA투어의 생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PGA투어는 매 시즌이 끝난 뒤 총상금 7500만 달러(약 975억 원)가 걸려있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를 엽니다. 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는 국내 팬들에게도 ‘쩐(錢)의 전쟁’이라고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플레이오프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페덱스컵 포인트 70위 안에 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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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 3차전인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로리 매킬로이. 매킬로이는 당시 우승 상금 1800만 달러를 받았다. 애틀랜타=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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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플레이오프는 3차전으로 이뤄져 있는데, 1차전에는 70위까지 참가를 할 수 있고 2차전은 50위, 최종전은 30위까지만 참가할 수 있습니다. 정규투어가 끝난 뒤 70위로 플레이오프를 참가해 좋은 성적을 내 플레이오프 기간에 페덱스컵 포인트 순위를 끌어올릴 수도 있지만, 시즌 동안 획득한 포인트 순위가 높을수록 모든 플레이오프를 참가할 가능성이 큰 구조인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PGA투어 선수들은 이 페덱스컵 포인트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보너스 상금은 물론이고 이번 시즌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마스터스 대회 총상금 1800만 달러의 4배 가까운 상금이 걸려있는 플레이오프 참가에 대한 유인 구조 때문이죠. PGA투어 외에 위에서 언급한 LPGA투어 등 모든 세계 투어가 이 같은 챔피언십 체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KLPGA투어에만 없는 대상 특전

한국프로골프(KPGA)투어도 이미 세계 흐름에 따라 제네시스 포인트를 운영해 정규투어가 끝난 뒤 상위 10명에게 총 3억 원 규모의 보너스 상금 지급을 하고 있습니다. 비록 KLPGA투어에 비해 관심도는 적지만 투어의 발전과 대상의 권위를 높이려는 조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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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KPGA투어 제네시스 포인트 1~5위. KPGA투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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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상을 받는 선수에게 5년의 KPGA투어 시드권을 부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1년간의 DP월드투어 시드권과 PGA투어-DP월드투어의 공동 주관 대회인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출전권도 부여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대상을 향해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대상의 권위를 높이기 위한 KLPGA투어의 노력은 찾기 힘듭니다. 대상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고도 연말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주는 것 외에는 선수들에게 어떤 혜택도 주지 않고 있습니다. KLPGA투어를 후원하고 있는 위메이드가 자체적으로 대상 순위에 따라 차등해서 상금을 주기 시작했지만, 아직 부족한 수준입니다.

동아일보와 만난 한 선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KLPGA투어 행정부가 선수들에게 혜택을 주려는 노력보다는 KLPGA투어 행정부 자신들만을 생각한다는 인식이 선수들 사이에 팽배한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과 KLPGA투어 사이의 거리도 점점 멀어지고, 기회가 된다면 국내 투어를 뜨고 싶다는 선수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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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KLPGA투어 대상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지영. 박지영이 대상을 받더라도 위메이드에서 수여하는 상금 외에 별다른 특전은 없다. KLPGA투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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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투어가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지는 못하더라도 먼저 KPGA투어 수준으로라도 따라가려 노력한다면 어떨까요. 단순히 상금 순위로만 시드권을 부여하기보다는 대상 순위에 따라 시드권을 부여한다거나, KPGA투어처럼 대상을 받은 선수에게 다양한 특전을 준다면 선수들 역시 KLPGA투어에 실망감을 표하는 일은 줄어들 것 같습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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