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기준 세율로 '가이드라인' 마련…정부, 30% 범위 조정
'소상공인 지원' 생맥주 주세율 경감 연장…주류면허 취소 기준 현실화
주세 물가연동제 폐지 추진 |
(세종=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정부가 맥주·탁주 등 주류 종량세에 적용되던 '물가 연동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따라 자동으로 세금이 올라가는 현행 계산법 대신, 국회와 정부가 상황에 따라 세율을 조정할 수 있는 방식을 새로 도입할 방침이다.
정부는 2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주세법 개정안을 '2023년 세법개정안'에 담았다.
종량세는 주류의 양이나 주류에 함유된 알코올양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1968년 이후 50여년간 주류 가격에 따라 과세하는 종가세 체계를 유지하다가, 지난 2020년부터 맥주·탁주에 대해서만 종량세를 도입했다.
물가 상승을 반영하기 위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70∼130%에서 결정되는 '가격변동지수'를 정하고, 이를 전년도 세율에 곱해 매년 세율을 새로 정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매년 인플레이션에 따라 맥주·탁주 주세가 기계적으로 올라가면서 주류 가격 인상을 촉발한다는 데 있다. 업체들이 소폭의 세율 인상을 빌미로, 주류 가격을 대폭 인상하는 꼼수를 부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종량세 물가연동제 시행 후 맥주 1병(500㎖)당 세금은 3∼15원가량 인상됐지만, 실제 맥주 가격은 500∼1천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주세율 조정이 주류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세금 방식의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마련한 개정안의 골자는 종량세 체계는 유지하되, 물가 연동 방식을 폐지하고 탄력세율 제도로 전환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법률로 주류 종량세의 기본 세율을 결정하고, 필요시 정부가 시행령으로 기본 세율의 ±30% 내에서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기본 세율은 현재 시행령으로 규정 중인 세율(맥주 885.7원/ℓ, 탁주 44.4원/ℓ)을 법률로 상향입법하고, 향후 국회에서 비정기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했다.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기본세율 결정 권한을 국회에 주면서도, 여론을 의식한 국회가 주세 인상을 미루는 상황에 대비해 탄력세율이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개정안 적용 시기는 내년 1월 1일 이후 제조장 반출 또는 수입신고 분부터로 정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부는 주어진 ±30% 범위에서 세율을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입법 취지 자체가 주류 가격 상승의 빌미를 최소화한다는 것인 만큼, 법 시행 후 한동안은 현행 세율이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세는 정부와 국회가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세율을 조정하는 게 맞다"며 "다만 국회에서 매번 법으로 세율을 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행정부가 재량적 판단을 할 수 있는 탄력세율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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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주류업계 소상공인 지원 차원에서 시행하던 '생맥주 주세율' 한시 경감 제도도 연장하기로 했다.
출고가가 병·캔·페트병 맥주보다 저렴한 생맥주는 앞서 세금 체계가 종량세로 전환되면서 상대적으로 더 큰 세 부담을 지게 됐다.
이에 정부는 종량세 도입 당시 2년간 한시적으로 생맥주에 낮은 세율을 적용했고, 이후에도 제도 일몰 기한을 연장하며 혜택을 유지해왔다.
별도의 추출장치를 사용하는 8ℓ 이상의 용기에 담은 생맥주를 대상으로 하며, 경감률은 20%(㎘당 88만5천700원→70만8천500원)다. 연장 기한은 2026년 12월 31일까지로 했다.
주류면허 취소 기준을 현실화하기 위해 주세포탈 기준 금액을 2배씩 상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새로운 기준 금액은 맥주 2천만원, 증류주·주정 1천만원, 기타 발효주류 400만원 등이며 내년 1월 1일 이후 제조장 반출 또는 수입신고분부터 적용된다.
trau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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