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2.7만ha 물에 잠겨…가축 57만 마리 폐사
추가 비 예보에 피해 커질 듯…정부 수급점검회의 앞당겨
기록적인 폭우로 여의도 면적의 90배가 넘는 농지가 침수되면서 채소를 비롯해 먹거리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가축 폐사 규모도 최근 5년간 최대 폭이라 축산물 수요가 늘어나는 여름 휴가철과 맞물려 가격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한 분위기다. 관련 점검회의를 앞당겨 여는 등 물가 안정 정책 수립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주말부터 이어진 집중 호우로 이날까지 2만7094만ha에 이르는 농지에 침수와 유실, 매몰, 낙과(과일이 떨어져 못 쓰게 되는 것)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여의도 면적(2.9㎢)의 93배에 달하는 규모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품목은 벼(1만9465ha)와 콩(5198ha)이다. 전라북도와 충청남도를 중심으로 손실이 컸다. 수박, 사과, 멜론 등 다수의 과일 농장이 침수 피해를 입었고 배, 복숭아 농장의 낙과 피해도 심각했다.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18일부터 충청권과 전북, 경상북도 내륙 등에 30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돼서다.
앞서 폭염으로 신선채소 등의 가격이 이미 치솟은 상황에서 폭우로 추가 피해가 발생할 경우 최근 안정세를 보이던 물가가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1개월 만에 2%대로 떨어졌지만 가공식품(7.5%), 외식(6.3%) 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지난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라면 가격' 발언 이후 가격 인하에 나선 식품업계 등도 기후 변수에 따른 수급 불안정 가능성을 걱정한다.
올여름 재배 면적이 전년 대비 6.6% 감소한 배추는 폭우와 폭염으로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에도 이상 기후에 9월 태풍까지 겹치며 가격이 한달 새 2배가량 오른 바 있다.
폭우 여파로 가축 폐사량이 급증한 것도 문제다. 통상 여름철은 고온 다습한 날씨로 축산물 생산성이 떨어지는 반면 휴가철 수요는 많아 가격이 오르기 마련이다.
특히 이번 폭우로 57만9000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는데 이는 최근 5년간 가장 큰 규모다. 폐사한 가축 대부분은 닭(53만3000마리)으로 양계장이 집중된 전북과 충남 지역에 피해가 집중됐다.
앞서 정부는 공급 부족으로 오른 닭고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0% 할당관세를 적용한 수입 닭고기 3만t을 들여오는 등 축산물 물가 안정에 힘써 왔다. 그 결과 지난달 축산물 물가가 4.9% 하락하며 안정세를 찾는 듯했지만 폭우로 폐사가 늘면서 공급 부족 상황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마가 지나가도 당분간 먹거리 물가는 불안정한 흐름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가을 태풍과 9월 추석 등 변수가 줄줄이 대기 중이라 가격 상승 압력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업계를 상대로 가격 인하 협조 요청에 나서는 한편 농산물 수급 관리에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당초 이달 21일 예정됐던 차관 주재 농식품 수급상황 점검회의를 19일에 앞당겨 열고 호우에 따른 농축산물 수급 영향을 집중적으로 살피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여름 기상 이변으로 생산성 저하나 출하 지연 등 상황에 대비해 비축 물량과 해외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피해 복구를 위한 가용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박기락 기자 kirock@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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