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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외교무대서 오염수 홍보 총력전 '성과'…中과는 신경전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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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외무상, 다자회의 계기 회담서 '오염수 안전성' 강조

EU '日식품 수입 규제 철폐'로 한국에 개방 압박 가중 가능성

연합뉴스

EU와 정상회담 한 기시다 총리
(브뤼셀 EPA=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과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올여름으로 예고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를 앞두고 오염수의 안전성을 알리기 위해 외교 무대에서 벌이고 있는 홍보 총력전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종합 보고서를 근거로 다른 나라로부터 자국산 식품의 수입 규제 철폐 결정과 방류 지지 표명을 끌어내면서 방류를 강행할 명분을 하나씩 쌓아가고 있다.

일본은 다만 동중국해 안보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등으로 갈등을 빚어온 중국과는 오염수 문제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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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진 찍는 EU-일본 정상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13일(현지시간) EU-일본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3.7.13 shine@yna.co.kr



◇ 기시다와 만난 EU, 日식품 수입 규제 철폐…호주 "방류 지지"

1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 이후 시행한 일본산 식품의 수입 규제를 12년 만에 철폐하기로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은 전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이 같은 방침을 발표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과학적 증거와 IAEA 평가에 근거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며 EU의 27개 모든 회원국과도 합의가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EU는 일본과 함께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도 '과학적 증거'를 언급하면서 IAEA 종합 보고서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재해지 복구를 크게 뒷받침하는 것으로 높이 평가한다"면서 EU의 결정이 확고한 과학적 근거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달 3일 규제가 없어지면 일본은 후쿠시마현 생선·버섯, 미야기현 죽순 등 10개 현(광역지자체) 식품을 EU에 수출할 때 내는 방사성 물질 검사 증명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게 된다.

한편 페니 웡 호주 외교부 장관은 전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만나 오염수 방류 계획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IAEA 종합 보고서를 바탕으로 오염수 방류가 인체와 환경에 미칠 방사선 영향이 무시해도 될 정도라고 설명했고, 웡 장관은 일본 입장을 이해하고 지지한다고 답했다.

호주는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남태평양 섬나라들이 가입한 태평양도서국포럼(PIF)에서 활동하고 있다.

앞서 PIF의 또 다른 회원국인 뉴질랜드는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에게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한 IAEA의 조언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시다 총리와 하야시 외무상은 이처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 등 다자회의를 계기로 마련한 회담에서 상대국 파트너에게 오염수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점을 역설해 결실을 봤다.

이에 따라 일본이 IAEA 평가를 존중한다는 의사와 무관하게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를 지속하는 한국에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EU의 수입 규제 철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일부 국가, 지역에서 (일본산 식품의 수입) 규제가 유지되고 있는 점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산 식품과 관련해 엄격한 안전 대책을 강구해 과학적으로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점을 계속해서 정중하게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아세안+3 외교장관 회의서 발언하는 하야시 외무상
(자카르타 AFP=연합뉴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1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3(한일중) 외교장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중국과는 대립 이어가…서로에게 '과학' 근거한 행동 촉구

일본은 가치관이 유사한 국가들과는 오염수 문제에서도 보조를 맞춰가고 있지만, 동중국해를 공유하는 중국과는 좀처럼 견해의 폭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전날 아세안+3(한일중) 외교장관 회의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일본 정부가 '처리수'라고 부르는 물을 '오염수'라고 표현했다.

왕 위원은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오염수 방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오염수 방류는 해양 환경의 안전과 인간의 생명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무모하게 행동하고 큰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에 하야시 외무상은 오염수 방류를 IAEA 종합 보고서 결론을 토대로 국제 기준과 관행에 따라 실시할 것이며, 이웃 국가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쓰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에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논의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또다시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중국은 IAEA 보고서가 일본의 방류 계획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 없으며,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일반적인 원전과 사고로 부서지고 가동이 중단된 원전에서 배출하는 물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국은 각각 자신들의 방침이 '과학적'이라고 항변하면서 상대에게 '과학'에 근거해 행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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