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미들급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와 드리커스 뒤 플레시스가 9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UFC 290에서 충돌했다.
뒤 플레시스는 이날 로버트 휘태커와 미들급 타이틀 도전권을 놓고 맞대결을 펼쳤다. 휘태커가 2014년 스테판 톰슨전 패배 이후 아데산야를 제외하면 9년 간 패배가 없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히 그의 우위를 점칠 수밖에 없는 매치업. 그러나 뒤 플레시스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엉성한 스텝, 그리고 묵직한 주먹으로 휘태커를 놀라게 했다.
뒤 플레시스의 묵직한 펀치에 휘태커도 버티지 못했다. 사진(라스베거스 미국)=AFPBBNews=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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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 플레시스가 휘태커에게 밀린 건 1라운드 초반일 뿐이었다. 그의 파괴력 넘치는 주먹이 휘태커의 얼굴과 몸을 강타한 순간 경기 흐름은 무너졌다. 휘태커는 순식간에 전의를 상실했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채 쓰러지고 말았다.
문제는 뒤 플레시스가 승리한 직후였다. 이날 현장을 찾은 아데산야는 경기 종료 후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에게 허락을 구한 뒤 옥타곤에 올랐고 뒤 플레시스와 설전을 펼쳤다. 두 선수의 미들급 타이틀전이 예정된 상황에서 벌어진 신경전이었다.
처음에는 뒤 플레시스의 도발에 아데산야가 진정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아데산야는 마이크를 쥐자마자 N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반복하는 등 도발도 멈추지 않았다.
아데산야는 “진정해. 나의 아프리칸 형제가 여기 있다”면서 N-단어를 거침없이 남발했다. 이에 뒤 플레시스가 “내가 아프리칸은 맞지만 너의 형제는 아니다. 뉴질랜드 사람들에게 뭐라고 할 건가”라며 받아쳤다.
이때 아데산야는 “난 DNA 테스트가 필요 없다. 23&ME(유전자 검사)에서 DNA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내가 테스트를 받으면 나이지리아 출신이라고 나오겠지. 너도 받아본다면 출신이 어딘지 제대로 알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직접 너가 어디서 왔는지 보여줄게”라고 강하게 도발했다.
‘미들급 챔피언’ 아데산야의 도발, 사실 이 이야기는 뒤 플레시스로부터 시작됐다. 사진(마이애미 미국)=AFPBBNews=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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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도발은 사실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뒤 플레시스는 UFC 285 미디어 데이에서 자신이 첫 번째 아프리칸 UFC 챔피언이 되겠다고 밝혔다. 또 UFC 벨트가 아프리카에 간 적이 있는지에 대해 되묻기도 했다.
사실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의 UFC 챔피언 등극은 그리 낯선 일도 아니다. 최근만 보더라도 카메룬 출신의 프란시스 은가누가 헤비급 챔피언으로 군림했고 나이지리아 출신의 카루마 우스만(웰터급), 그리고 아데산야까지 모두 아프리카 출신의 선수들이었다.
다만 그들은 출신일 뿐 현재 국적은 아프리카가 아니다. 은가누는 프랑스, 우스만은 미국, 아데산야는 뉴질랜드 국적자다. 흔한 일이기 때문에 큰 문제로 삼지는 않았던 일. 그러나 이에 대해 남아프리카 공화국 국적의 뒤 플레시스가 도발을 시작한 것이다.
당시 뒤 플레시스는 “내가 알기로는 UFC 벨트는 미국과 뉴질랜드로 향했다. 그 벨트를 아프리카에 가져오겠다. 나는 매일 아프리카 공기를 마시고 아프리카에서 훈련했다. 아프리카에서 자랐으며 아프리카에서 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뒤 플레시스의 강펀치는 분명 아데산야도 경계해야 한다. 엉성한 스텝에서 나오는 변칙적인 펀치는 무게가 남다르다. 사진(라스베거스 미국)=AFPBBNews=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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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아데산야는 뒤 플레시스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걔가 대체 누군데 나와 우스만, 그리고 은가누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가? 멍청한 건가? 식민지화로 인해 나온 놈이 나에 대해 설명하려고 한다. 아프리카인을 아프리카에서 데려갈 수는 있겠지만 아프리카인 안의 아프리카를 빼앗을 수는 없다. 그런데 백인이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화가 날 뿐이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뒤 플레시스는 남아공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백인이다. 과거 네덜란드, 영국, 포르투갈 등 많은 유럽인이 남아공에 정착해 살아갔는데 그들의 후손이 뒤 플레시스일 가능성이 크다. 아데산야 입장에선 백인이 아프리카를 언급하면서 흑인인 자신과 은가누, 우스만을 도발하는 것에 대해 강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입장. 반대로 뒤 플레시스는 남아공에서 나고 자란 만큼 아프리카 국적이 아닌 출신일 뿐인 UFC 전현직 챔피언들이 그리 좋게 보일 리 없었다.
다소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면서 시작된 아데산야와 뒤 플레시스의 갈등. 그들의 미들급 타이틀전은 상당히 뜨겁고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데산야 입장에서 다소 변칙적이고 파워가 강한 뒤 플레시스는 까다로운 상대다. 천하의 휘태커가 이리 쉽게 무너졌다는 건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알렉스 페레이라와의 과거를 청산, 이제는 무서울 게 없는 아데산야다. 뒤 플레시스 역시 지금의 기세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 점점 식어가고 있던 미들급에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탄생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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