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향하려는 아프리카 이민자 튀니지 집결
현지인 1명 사망하는 등 원주민-이민자 충돌
튀니지 당국, 국경 사막으로 이민자 내쫓아
튀니지 해안 도시 스팍스에서 4일(현지시간) 현지 주민들이 아프리카 이민자의 이동을 막기 위해 불을 지르며 위협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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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려는 아프리카 이민자들과 튀니지 현지 주민 간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목숨을 잃을 위기를 여러 차례 넘기고 가까스로 튀니지에 도착한 난민들은 또다시 척박한 사막으로 내몰리며 절망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5일(현지시간) 튀니지 정부가 아프리카 이민자 1200여명을 리비아와 알제리 국경 사막 지역으로 보냈다고 보도했다.
현재 튀니지 국경수비대가 이들을 관리하고 있으며, 정부는 조만간 이민자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이민자들에겐 물과 의약품이 제공됐지만, 워낙 환경이 열악해 인권단체 등에선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튀니지 당국이 이민자들을 사막으로 쫓아낸 이유는 현지 주민과의 충돌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남부와 가까운 튀니지는 불법 이민선을 타고 유럽으로 가려는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출발지로 삼는 곳인데, 지난 3일 해안 도시 스팍스에선 이들의 진입을 막으려던 한 주민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온 이주민 3명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며 갈등이 불거졌다.
현지 주민들은 이민자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질서를 흐트러뜨리고 있다며 튀니지 당국에 강력한 대응을 요구했다.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도 지난 2월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튀니지로 불법 입국하는 행위는 튀니지 인구 구성을 바꾸려는 목적의 범죄”라며 반이민 정서를 부추겼다.
다만 아프리카 이민자를 대하는 튀니지 당국과 주민들의 방식이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튀니지 남성들이 이주민들을 둘러싸고 막대기를 치켜세우며 “튀니지 만세”를 외치라고 강요하는 영상이 게재됐고, 일부 주민들이 이민자를 불법으로 감금하고 폭행했다는 증언도 쏟아지고 있다.
특히 튀니지로 몰려든 이민자들은 이미 목숨을 내놓고 자국 탈출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이들 대부분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사람들로 극심한 고통을 겪어왔다”며 이민자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시에라리온 출신으로 고향에서 부모와 형제를 모두 잃었다는 모하메드는 “살기 위해 리비아로 향했지만, 무장 단체에 납치돼 몸값을 지급하고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며 “튀니지의 폭력도 그만큼 가혹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튀니지 사람들은 내가 머물던 공간에 문을 부수고 들어와 우리를 때렸다”고 말했다.
이에 자조의 목소리도 나온다. 스팍스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남성은 알자지라에 “내가 지금까지 함께 지냈던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 출신들은 모두 괜찮았다”며 “결국 이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을 거란 우려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런 경제 위기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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