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박현경은 지난 시즌 KLPGA투어 전반기와 후반기 사이의 휴식기 동안 자신이 샷감이 좋았던 때의 영상을 여러 차례 돌려보며 후반기의 샷감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KLPGA투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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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쉼표 기간’ 동안 선수들은 휴식을 취하면서 전반기 동안 떨어졌던 체력을 보강하거나 자신이 보완해야겠다고 생각한 샷에 대한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합니다. 선수들은 한 시즌을 준비하는 겨울훈련도 중요하지만, 전반기가 끝나고 2주간의 휴식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후반기 성적이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지난 시즌 전반기에 단 한 차례도 ‘톱3’에 진입하지 못했던 박현경(23)은 후반기 첫 대회인 제주삼다수 마스터스를 시작으로 후반기에만 준우승 2차례를 포함해 톱3에 세 차례 진입했습니다. 박현경은 그 비결로 “휴식기 동안 제가 샷감이 좋았던 때의 영상을 여러 차례 돌려봤다”며 “후반기 첫 대회 시작 전에 뭔가 감이 ‘딱’하고 왔다”고 말했습니다.
● 선수들은 바이오 기업을 가장 선호
그런데 이 휴식기 동안 선수들보다 더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선수들을 관리하며 선수들의 후원 등 계약을 총괄하는 매니지먼트사입니다.
바이오기업 파마리서치의 제품 브랜드인 리쥬란의 서브 후원을 받는 고진영. 스프링필드=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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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후원 계약은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이뤄집니다. 이 때문에 7월 1일을 기준으로 계약이 종료되는 후원이 발생해 휴식기 전후로 매니지먼트사에서는 계약이 끝난 후원사를 대체할 후원사를 구합니다.
특히 모자 정중앙 등에 브랜드를 노출하는 메인 후원사가 주로 교체되는 연초와 달리 이 기간에는 주로 옷깃이나 팔 등에 브랜드가 노출되는 서브 후원사에 대한 계약이 이뤄집니다. 큰 금액이 들어가는 메인 후원사는 보통 1개 시즌을 아우르는 1년 단위로 이뤄지지만 메인 후원에 비해 적은 금액이 들어가는 서브 후원의 경우 6개월 등 계약 기간이 다양합니다. 이 때문에 7월 1일을 기준으로 계약이 종료되는 서브 후원사가 꽤 됩니다.
그렇다면 한국 여자 프로골프 선수들은 어떤 후원사를 가장 선호할까요.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자신을 후원해주는 기업에 대한 고마움을 가지고 있어 특별한 내색을 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비타민이나 미용, 건강용품 등을 판매하는 바이오 기업의 경우 여성 선수에게 깨끗한 이미지를 심어줘 선수들이 제약사 후원을 가장 반기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160주간 세계랭킹 1위를 기록 중인 고진영(28)도 왼쪽 옷깃에 ‘리쥬란’을 부착하고 있습니다. 리쥬란은 의약품 등을 판매하는 파마리서치의 제품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건강식품 등을 판매하는 바이오기업 바스칸제약의 서브 후원을 받는 박민지. KLPGA투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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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을 포함해 3년 연속 KLPGA투어에서 가장 먼저 2승 달성에 성공한 박민지(25)도 오른쪽 등 부위에 바스칸제약의 상표를 부착하고 있습니다. 바스칸제약 역시 건강식품 등을 판매하는 바이오 기업입니다.
지난 시즌까지 리쥬란의 후원을 받다가 계약이 종료됐던 박현경도 멀미약 ‘키미테 패치’ 등을 판매하는 명문제약과 최근 서브 후원을 맺으면서 다시 바이오 기업의 후원을 받게 됐습니다. 박현경은 이번 시즌 남은 대회 동안 왼쪽 옷깃에 명문제약 브랜드를 부착하고 뛸 예정입니다.
● ‘풀 라인’ 정책 고수하는 나이키-하이트진로
여기서 궁금증이 생기는 독자도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브랜드로만 모자와 의상 대부분을 채운 선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를 ‘풀 라인’이라고 합니다. 메인 후원사와 계약을 하면서 서브 후원을 하지 못하는 대신 서브 후원사의 자리를 모두 메인 후원사의 브랜드로 채우는 것입니다. 서브 후원을 하지 못하게 한다고 해서 좋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루키 등 신인 선수들의 경우 투어에서 성공할지 하지 못할지 모르기 때문에 서브 후원 계약이 대부분 잘되지 않습니다. 이런 선수들의 경우에는 서브 후원 계약에 대한 부담을 메인 후원사가 덜어주는 것입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투어 데뷔 시절부터 나이키의 ‘풀 라인’ 후원을 받아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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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풀 라인 후원사는 나이키입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8·미국)는 1996년 프로 데뷔를 하면서 당시 나이키와 4000만 달러(약 520억 원)에 5년간 용품 계약을 한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계약을 갱신해 왔습니다. 그래서 우즈는 나이키의 의류와 용품만 사용합니다.
2019년 우즈가 14년 만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던 상황을 보면 나이키가 이 같은 정책을 고집하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당시 마스터스 최종라운드에서 우즈가 경기를 펼치면서 나이키 브랜드를 노출한 효과는 약 2254만 달러(약 293억 원)란 분석이 있습니다. 만약 나이키 외에 다른 브랜드가 섞여 있었다면 이렇게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KLPGA투어 선수 중에서는 손예빈(21), 이지현7(21)이 나이키의 풀 라인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신인왕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민별은 하이트진로의 후원을 받고 있다. KLPGA투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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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어에서도 나이키와 비슷한 정책을 고수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완벽한 의미의 풀 라인은 아니지만 하이트진로는 노출 빈도가 가장 높은 전면 부분에 의류사를 제외한 타 브랜드 노출을 막고 있습니다. 대신 같은 선수에게 메인 후원 계약금을 타 기업보다 약 1.5배 높여줘 서브 후원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있습니다. 고진영, 서희경(37·은퇴), 전인지(29) 등이 거쳐 갔고, 올 시즌에도 신인왕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민별(19)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올 시즌 휴식기를 거친 뒤 독자들께서 응원하던 선수들의 의상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요.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를 함께 응원해주는 기업이 어디인지, 혹은 응원해주던 기업이 바뀌었는지를 확인하면서 경기를 본다면 새로운 재미를 찾으실 수도 있습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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