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의 5월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5% 하락했다. 이는 0.9% 상승한 전월에서 마이너스 전환한 것으로, 하락폭도 시장 예상치(-1.3%)보다 컸다. 유로존의 생산자물가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2020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소비자물가의 선행 지표인 생산자물가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로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천연가스 공급가격 급등 등의 요인으로 미국 등 다른 주요국들보다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 속도를 보여왔다.
지난 2021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로존의 생산자물가는 1년 반 넘게 치솟으면서 지난해 8월(43.3%)에야 정점을 찍었다. 외신들은 "(생산자물가 하락은) 유로존 기업과 가계를 괴롭혀오던 물가 급등세가 후퇴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노무라증권은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내년에는 더욱 빠른 속도로 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ECB의 분기별 가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로존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4월 4.1%에서 5월 3.9%로 떨어지는 등 3개월 연속 감소 흐름을 보였다. 네덜란드 ING은행의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이코노미스트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은 유로존의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둔화) 과정이 탄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연말께면 근원물가가 현재 ECB의 예상보다 더 빠르게 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공급망 차질과 러·우 전쟁에 따른 공급 요인이 해소되면서 물가 상승률이 올해 하반기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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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견조한 고용시장 상황이 임금, 물가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면 수요발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이 여전하다. 유로존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5%로 여전히 유럽중앙은행(ECB)의 목표치(2%)를 배 이상 웃돌고 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5.4%로 전월(5.3%) 대비 상승폭이 소폭 확대됐다.
ECB는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되돌리기 위해 경기 침체 국면에서도 긴축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ECB가 올 7월과 9월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두 차례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보다 금리 인상을 다소 늦게 시작한 유로존은 지난해 7월부터 1년 동안 기준금리를 4.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유로존 경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는 점은 ECB의 추가 긴축 행보에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은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로 전분기(-0.1%)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역성장하는 등 이미 경기 침체에 접어들었다.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도 1분기 기술적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지난해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촉발한 은행 위기 이후 시중은행들의 대출 태도가 엄격해지고 주택 차입 비용이 높아진 것이 대출 의존도가 높은 유로존 경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유로존의 모기지 금리는 평균 3.58%로, 1년 전(1.78%)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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