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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이태원 참사

이태원참사특별법 패스트트랙 지정···실효성 있는 조사는 내년 총선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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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을 참관하던 중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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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은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구성과 특별검사(특검) 도입 요구권을 명시했다. 본회의 통과까지는 최장 330일이 걸려 내년 5월에야 제정이 가능하다. 내년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실효성 있는 조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특별법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야권 의원 183명이 공동발의한 법안이다. 특별법에 따르면 국회 추천을 받은 위원 17명으로 구성된 특조위는 최장 1년9개월 동안 활동할 수 있다. 특조위는 자료 제출명령, 고발 및 수사요청, 감사원 감사 요구, 청문회 개최를 할 수 있다. 특조위는 필요하면 국회에 특검 도입을 요청할 수 있다. 국무총리 소속 이태원 참사피해구제심의위원회를 두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의료지원금, 심리지원, 치유휴직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야당이 공조한 패스트트랙 지정은 유족의 노력이 큰 동력이 됐다. 유족은 지난 7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또 시민들과 함께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농성장까지 8.8㎞를 18일간 걷는 159km 릴레이 행진도 했다. 지난 20일 민주당과 유족의 간담회에서 송진영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민주당과 야 3당은 신속처리안건을 포함해 (참사) 1주기 안에 특별법을 통과시킬 모든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 지정을 당론으로 정했다. 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은 전날 패스트트랙 지정동의안을 국회에 공동으로 제출했다. 야당 4당 협력에 따라 이날 패스트트랙 지정 요건인 재적의원 5분의3(180명) 이상인 184명이 찬성했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특별법은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에서 최장 180일, 법제사법위에서 최장 90일 심사를 거친 뒤 본회의에 회부된다. 본회의에서 60일 내에 상정되지 않으면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돼 표결을 거친다. 본회의 표결까지 최장 330일이 걸리는 셈이다.

야당이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게 소요되는 ‘직회부’ 트랙이 아니라 패스트트랙을 선택한 것은 특별법 소관 상임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처럼 상임위에서 5분의 3이상의 동의를 얻어 본회의로 직회부하면 더 짧은 시간이 걸린다.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60일간 법사위에서 이유 없이 체계자구심사를 하지 않으면 상임위는 법안의 본회의 직회부를 요구할 수 있다. 이후 3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서 법안의 본회의 부의 여부를 투표해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부의한다. 이후 상정 절차를 거쳐 본회의 표결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를 선택하지는 않았다. 지난달까지 본회의 직회부 건 상정 권한을 쥔 행안위원장이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지난 14일 민주당 소속 김교흥 의원이 행안위원장으로 새로 선출됐다.

민주당이 여·야 합의를 최대한 유도하면서 21대 국회 내에 특별법을 처리한다는 명분을 세우기 위해 패스트트랙을 선택한 것으로도 보인다. 법안 내용은 상임위와 법사위의 심사 과정에서 여야 협상을 통해 변경될 수 있다. 본회의 직회부를 거쳐 국회를 통과한 법안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끝내 부결된 점도 야당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이날 법안 처리 기간을 단축하자고 밝혔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여야만 합의하면 법안 처리 기간은 얼마든지 단축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게 특별법 처리 기간 단축에 협력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아무리 늦어도 (참사) 1주기가 오기 전에는 (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법안 내용에 워낙 독소조항이 많다”며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서 선거(총선) 시기에 활용하겠다는 것이 뻔히 보이기 때문에 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별법이 최장 330일을 거쳐 21대 국회 말기인 내년 5월쯤 제정되더라도 진상조사가 실효성있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야당이 패배할 경우 여당과 정부가 조사를 조직적으로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경향신문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30일 국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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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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