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세사르 에르난데스 감독이 지난 27일 VNL 불가리아전을 지켜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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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조한 경쟁력에 병사 탓을 하는 패장까지 얹어졌다.
한국 여자배구의 암흑기다. 세사르 에르난데스 감독이 이끄는 배구대표팀은 지난 27일 경기도 수원시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불가리아와의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3주 차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했다.
대회 9전 전패로 독보적인 꼴찌, 16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2021년 VNL 5주 차 패배를 시작으로 지난해 12전 전패를 포함해 무려 24연패가 진행 중이다. 이번 대회에서 조금이나마 승리 가능성이 점쳐진 크로아티아, 불가리아에도 무기력하게 패했다. 세트득실률은 0.074(2/29)로 처참하다.
여자배구 대표팀이 경기 전 국민의례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한배구협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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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대회가 예상됐지만 베일을 벗은 민낯이 생각보다 참담하다. 여기에 대표팀의 리더십 부재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경기에서 패한 세사르 감독은 “전술 준비에는 문제가 없다. (선수들이) 국제 수준에 적응하는 게 부족하다”며 패배 책임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한국 배구의 경쟁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쟁에서 패한 장수가 병사들을 비난의 한복판으로 내모는 모습은 이례적이다.
이외에도 사령탑은 클럽-대표팀 겸직 문제에 대해 “다른 감독들처럼 활동하는 것일 뿐이다. (오히려) 대표팀보다 클럽팀이 불만을 가져야 할 일”이라는 여론을 자극하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패장의 뒷수습이다.
세사르 에르난데스 감독(가운데)이 지난 불가리아전 작전 타임 도중 선수단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대한배구협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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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노 라바리니 전 감독의 지도 아래 김연경, 김수지, 양효진 등의 황금세대가 도쿄 올림픽 4강 신화로 쌓은 탑이 무너진다. 어쩌면 찬란한 영광에 가려졌던 그늘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말이 적합하다.
부실한 배구 저변으로 인해 재능 있는 유망주를 찾기가 힘든 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올림픽 4강’이라는 신기루에 의해 큰 인기를 구가한 국내 대회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도 증명됐다. 여기에 책임 없는 리더십까지 얹어져 24연패라는 결과물이 나오고 말았다.
연패 행진은 계속될 확률이 높다. 대표팀은 오는 29일 도미니카 공화국을 시작으로 중국, 폴란드를 차례로 만난다. 모두 객관적 전력에서 크게 앞서는 팀들이다. 늘어가는 연패 숫자는 이제 큰 의미가 없다. 그 속에 있는 메시지를 봐야 할 때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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