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서 벗어난 편의점 업계가 올해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편의점 본사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28% 증가했죠. 하지만 이런 봄바람이 편의점 점주에게도 불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본사의 매출이 8.9% 증가할 때 편의점 점포당 매출액은 10분의 1 수준인 0.8% 늘어나는 데 그쳤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임대료·최저시급·전기요금까지 점주의 어깨를 짓누르는 요인은 한두 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편의점 수가 2021년 5만개를 넘어섰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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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엔 편의점이 몇개나 있을까요. 편의점 업계가 추산한 지난해 우리나라 편의점 수는 5만3837개(직영점+가맹점)입니다. 평균을 따져보면, 3분을 걸을 때마다 편의점을 하나씩 볼 수 있죠. 우리나라 편의점 간 평균 거리가 224.9m에 불과해서입니다.
편의점이 밀집돼 있는 서울은 더 가깝습니다. 구자근 의원(국민의힘)이 대한상공회의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서울시의 편의점 간 평균 거리는 104.6m에 불과하죠. 특히 서울시 중구는 75.8m로 간격이 가장 짧았습니다. 중구를 걸으면 1분에 한개꼴로 편의점을 볼 수 있습니다(표➊).
그만큼 편의점 간 경쟁이 치열하다는 겁니다. 이런 경쟁은 더 심화했을 공산이 큽니다. 편의점 가맹점 수는 2018년 4만2712개에서 2021년 5만2168개로 9456개(23.0%) 늘어났기 때문이죠(표➋).
여기엔 한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이렇게 많은 편의점의 모든 점주가 돈을 벌고 있느냐죠. 우선 편의점 본사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2023년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4% 증가'란 제목의 자료에 따르면, 편의점 3사(GS25·CU·세븐일레븐)의 4월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8.9% 증가했습니다. 대표적인 오프라인 업종인 대형마트(3.3%), 백화점(2.5%), SSM(기업형 슈퍼마켓·3.7%)의 매출 증가율을 훌쩍 뛰어넘었죠(표➌).
올해 4월 편의점 업계의 월 매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8.9% 증가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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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의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점포당 매출액이 지난해 4월 5095만원에서 올해 4월 5133만원으로 0.8% 증가하는 데 그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통계입니다(표➎).
편의점 점주를 짓누르는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상가 임대료가 껑충 뛰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주요 상권 1층 점포의 지난해 통상임대료는 1㎡당 평균 6만9500원을 기록했습니다. 2020년 5만4100원 대비 28.4% 상승한 수치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에게 주는 임금의 기준인 최저시급은 2020년 8950원에서 올해 9620원으로 7.4%(670원) 상승했습니다. 정부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의 전기세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본사의 지원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GS25와 CU는 각각 2019년과 지난해 전기요금 지원책을 중단했죠. 세븐일레븐도 4월 신규계약 편의점부터 최대 50%까지 지원했던 전기요금 대신 운영지원금을 주는 방안으로 전환했습니다(표➐).
편의점 점주에겐 매출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운영비 부담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입니다. 편의점 업계의 파이는 커지고 있지만 점주들은 나아지는 게 없다는 얘기죠. 편의점 업계의 호황 뒤에 숨은 씁쓸한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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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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