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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월)

‘16세 차이’ 벽과 편견 깨고 월드컵 4강 합작한 우정의 리더십…김은중X차상광의 동행은 현재진행형[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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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중(왼쪽)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과 차상광 골키퍼 코치.수원 | 정다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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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1월 첫 훈련부터 함께했던 김은중 감독과 차상광 코치.밀양 | 정다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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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수원=정다워기자] 팀의 성공을 위하는 마음 앞에서 나이 차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김은중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이 차상광 골키퍼코치를 선택한 것은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2021년12월 U-20 사령탑에 오른 김 감독이 코칭스태프를 꾸리는 과정에서 차 코치에게 손을 내밀자 주변에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 감독은 1979년생, 차 코치는 1963년생으로 무려 16세 차이다. 한국 체육계 정서상 감독은 자신보다 어리거나 나이가 비슷한 코치와 일하고 싶어 한다. 최종결정권자인 감독이 코치보다 너무 어릴 경우에는 보통 협업에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 감독은 주저 없이 차 코치에게 동행을 제안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오직 능력과 필요성에 따른 결정이었다. 당시 김 감독은 “차 코치님이 아니면 안 된다고 끝까지 주장했다. 주변에서는 불편하지 않겠냐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랬다면 제가 제안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에게는 큰 힘, 도움이 되는 분”이라고 말했다.

1년6개월 후. 김 감독의 선택은 월드컵 4강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비교적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 속에서도 김 감독이 준비한 전술과 전략, 그리고 꼼꼼한 준비가 낳은 결과물이었다. 이 과정에 함께한 차 코치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 팀 내 최선참으로 차 코치는 김 감독의 든든한 조력자로 버팀목 구실을 했다. 골키퍼로 코치로서 김준홍이라는 걸출한 차세대 수문장까지 키워냈다.

25일 수원에서 본지와 만난 김 감독은 “차 코치님 덕분에 긴 항해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라며 “젊은 감독, 스태프에게 없는 풍부한 경험, 깊이 있는 통찰력이 팀에 큰 도움이 됐다. 늘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하게 중심을 잡아주셨다. 워낙 인품도 좋으셔서 다른 스태프들도 나이 차를 느끼지 못하고 융화됐다. 스태프부터 원팀이 되니 선수들까지 잘 따라와 줬다”라며 차 코치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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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대표팀 코칭스태프. 왼쪽부터 차상광 코치, 이창현 코치, 김은중 감독, 김태민 코치.제공 |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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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3 대표팀 시절의 김은중 감독과 차상광 코치.제공 |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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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6년의 긴 동행이다. 두 사람은 2017년 23세 이하(U-20) 대표팀 시절부터 ‘김학범 사단’으로 아시안게임, 올림픽을 거쳐 U-20 월드컵까지 함께 출전했다. 나이 차이는 많이 나지만 서로의 스타일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호흡을 맞췄기에 가능한 항해였다. 김 감독은 “어떤 분인지 알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함께하고 싶었다. 몰랐다면 아예 시작도 안 했을 것”이라며 “이번에도 역시나 일을 하면서 코치님을 모시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코치님이 없었다면 이렇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차 코치는 “마음이 맞기 때문에 이렇게 오래 함께 일할 수 있는 것 같다. 김 감독이 잘할 줄 알았지만 나 역시 4강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덕분에 행복한 경험을 했다. 대회 도중 환갑을 맞았는데 정말 큰 선물을 받았다. 이 팀과 함께하길 잘했다”라며 웃었다.

코치로 함께하다 감독으로 변신한 김 감독을 차 코치는 어떻게 봤을까. 그는 “김 감독은 꼼꼼하다. 정말 철저하게 준비한다. 전술도 그렇지만 선수 선발도 정말 열심히 했다. 영리한 사람이라 선택의 순간이 다가올 땐 보통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 부드럽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선수들에게 잘해준다. 그런데 막상 필요한 순간엔 강하게 리더십을 발휘한다. 그럴 때 선수들이 감독에게 확 끌려가는 모습을 봤다. 강단이 있는 지도자다. 감독으로서 아주 많은 장점을 봤다. 앞으로 더 좋은 지도자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증언했다.

U-20 대표팀에서의 여정은 끝났지만 두 사람은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이라 확신한다. 김 감독은 “김학범 감독님께서 혹시나 다른 팀에 가실 때 모셔가지만 않는다면 제가 꼭 다시 손을 내밀고 싶다”라며 웃은 뒤, “그래서 그런지 일정이 끝났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 올해는 거의 붙어 있어서 그런지 꼭 금방 함께 일을 해야 할 것만 같다. 헤어지지 않을 것 같다”라며 든든한 선배이자 조력자인 차 코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차 코치도 “끝난 게 끝난 게 아닌 것 같다”라며 “좋은 감독, 스태프와 함께하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기회가 된다면 김 감독과도 계속 일하고 싶다. 어떤 상황이 될지 모르겠지만 또 다른 도전이 기대된다”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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