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1 (금)

이슈 주목 받는 아세안

외국 관광객이 쓰는 돈이 급한 베트남 vs 돈은 덜 벌어도 된다는 인도네시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베트남, 비자 문턱 대폭 낮춰
관광 발전 위한 불가피한 조치
인니는 무비자 방침 돌연 없애
한국일보

2020년 2월 베트남 나트랑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구경하고 있다. 나트랑=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방문을 두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핵심 국가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비자 정책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베트남은 경제 성장을 위해 최대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반면 인도네시아는 사회 질서를 유지하면서 관광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베트남, 무비자 15일→45일 확대


25일 VN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베트남 국회는 전날 본회의를 열고 외국인의 전자 비자(e-visa) 유효 기간을 현행 30일에서 90일로 연장하는 내용의 외국인 출입국·경유·거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비자 면제국 국민의 무비자 체류기간도 15일에서 45일로 늘어난다. 개정안은 올해 8월 15일부터 시행된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다른 아세안 국가에 비해 보수적인 비자 정책을 운용해 왔다. 무비자를 허용한 나라는 한국, 일본, 영국 등 25개국뿐이다. 태국(68개국)과 필리핀(157개국), 말레이시아·싱가포르(162개국) 등 관광 수입을 놓고 경쟁하는 동남아 국가들과 비교하면 현저히 적은 규모다.

베트남 관광업계에서는 "경직된 비자 정책이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지난해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목표치(500만 명)의 70% 수준인 367만 명에 그쳤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억눌렸던 글로벌 관광 수요가 폭발하면서 각각 1,100만 명, 9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렸다.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는 베트남 전체 관광 수입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외국인들이 사실상 관광 산업을 떠받쳐 왔다는 의미다.

베트남은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비자 정책 완화가 불가피하다고 본 셈이다. 베트남 국회 중앙위원회는 “이번 조치가 더 많은 외국 여행자를 유치하고 역내 다른 국가보다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인도네시아 발리 성지로 불리는 아궁산에서 바지를 내린 채 기념사진을 찍다가 6개월 입국 금지 명령을 받은 러시아 남성 유리 칠리킨. 유리 칠리킨 인스타그램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159개국 무비자 입국 중단


이웃 국가 인도네시아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인도네시아 법무부는 이달 7일 아세안 회원국 9곳을 제외한 159개국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공질서 혼란 및 질병 전파 가능성"을 이유로 들었다.

인도네시아는 관광객들의 추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천국의 섬’이라 불리는 최대 관광지 발리에서는 외국인들이 종교 명소를 나체로 활보하거나 현지인들이 신성시하는 나무나 건물을 함부로 오르내리면서 정부가 관광객을 위한 에티켓 안내서 배포에 나섰다.

또 헬멧을 쓰지 않고 오토바이를 타거나 클럽에서 불법 약물이나 마약류를 거래하고, 비자로 입국한 뒤 불법체류하면서 범죄를 저지르는 등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외국인 관광객 129명이 인도네시아에서 추방됐다. 현지 안타라통신은 “무비자 정책이 공공질서 혼란을 불러오며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인도네시아는 사회 안정을 위해 입국 문턱을 크게 높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까다로워진 입국 방식이 관광 산업과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산디아가 우노 관광창조경제부 장관은 “오히려 관광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무비자 입국 중단 시한을 밝히지 않았다. 한국을 비롯해 30일간 무비자로 인도네시아에 입국할 수 있었던 국가의 국민들은 비자 요금을 내고 도착 비자나 전자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한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