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개월 뒤면 총선(국회의원 선거)이다. 올해는 총선을 앞두고 극단적 대립정치, 팬덤정치를 극복하자고 국회의원 300명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위원회까지 네 번이나 열어서 선거제도 개편안을 논의했다. 그런데도 각종 현안에 선거제 개편은 사실상 뒷전으로 밀렸다.
최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의원정수 10% 축소를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장 야권은 김 대표가 정치혐오증을 이용한 포퓰리즘에 올라탔다고 아우성이다. 이미 야권은 의원정수를 300명으로 고정하거나 오히려 비례제도 확대를 위해 정수를 늘리자고 했기 때문에 김 대표는 어차피 야권이 받을 수 없는 안을 제시한 셈이다.
하지만 여론은 반색한다. '상생' 정치가 실종된 현재 국회에서 여야는 매번 싸우고 대립하는데 의원정수의 10%인 30명이 아니라 절반인 150명도 줄이자고 하면 국민들은 더 좋아할 것이다. 지금 여론의 정치혐오증은 역대급이다. 한 여론조사기관 조사에서 무당층은 약 30%에 달한다.
문제는 국민의 정치혐오증이 커질수록 여야 모두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민의 귀를 의심스럽게 하는 비상식적 발언이 경쟁적으로 쏟아지는 원인이다. 더 큰 문제는 여야 지도부가 대립정치, 팬덤정치의 덫에 빠져들수록 소신 있는 국회의원들은 이탈하는 현재 정치구조다. 현재의 양당 정치 속에서 정치인이 자신의 소신을 펼친다는 것은 신기루에 가깝다. 보통 소신정치의 대가는 공천 탈락으로 이어진다. 이는 여당도, 야당도 다르지 않다. 또 소신 있는 정치인이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하며 정치판을 떠난다.
우리가 한국 정치가, 정치인이 꼴 보기 싫어도 관심을 끊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국민들이 정치에 등을 돌리면 정치꾼은 선거 직전이 돼서야 혁신 경쟁을 하는 척한다. 이미 기득권을 가진 정치인이 긴장의 끈을 놓고 정치 신인과 경쟁하고 정치인이 자신의 소신을 펼칠 수 있도록 선거제 개편으로 정치 토대를 바꿔야 한다. 제3지대가 번번이 실패해도 정치의 다양성을 위해 그들의 도전을 응원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의원정수 축소가 해결책이라면 과연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까.
gogosing@fnnews.com 박소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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