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홍대 한 소극장에서 열린 ‘해결사 김기현이 간다’ 행사에서 ‘대학생 종합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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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에 상주하다 국회 본회의 같은 중요한 일정이 있을 때만 여의도에 온다. 하루 두 번 서울과 지역구를 비행기로 오간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역구 행사에 참석한 사진을 부쩍 많이 올린다.
내년 4월10일 치러질 22대 총선을 9개월 여 앞둔 국민의힘 의원들의 요즘 모습이다. 여당 의원들은 이미 꽤 오래전부터 각자 총선 모드에 돌입했다. 지역구를 찾아야 하는 주 후반에 의원총회 등 당 행사가 자주 잡힌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의원도 있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에 더 신경쓰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번엔 유독 심한 것 같다”며 “다들 여의도(국회) 일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정치 경력이 짧아 여당 내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을 계기로 검찰 출신 등으로 본격적인 친정체제 구축을 시도할 거란 전망이 여당 의원들의 공천 탈락 불안감을 높였다. 특히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의 출마 예정지로 여당 우세지역인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등 영남권이 구체적으로 거론되면서, 이곳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 지역구 챙기기에 더 매진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가 이달에만 세 차례나 검사 대거 공천설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의원들은 이 말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여당 초선 의원은 “영남 의원들은 만약 공천에서 떨어지더라도 무소속으로 나가 당선될 정도로 조직력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공천 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니 서로 나눠 맡아주면 좋을 자잘한 당직도 안 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서는 행정관 중에서만 40명 이상이 총선 출마 준비를 이유로 윤 대통령 취임 1년을 전후해 사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TK에서는 박근혜 정부 실세였던 최경환 전 부총리,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유영하 변호사 출마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최근 지역언론 여론조사에서는 이들이 총선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최근 불법정치자금 수수 및 사생활 의혹으로 탈당하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황보승희 의원(부산 중·영도구) 사례를 PK 물갈이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배후에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인 모 의원이 있으며, 해당 지역에 검찰 출신 모 공직자 공천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벌써 나온다.
윤핵관이거나 당 지도부를 지낸 중진 의원들의 불출마·험지 출마를 두고도 여러 말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 측 관계자는 “의원은 본인 지역구에 다시 나가고 싶어하지만, 대통령실과 당에서 원한다면 다른 곳에서라도 출마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TK 의원들이 ‘용산에서 입각 제안 전화가 올까 봐 겁이 난다’더라”고 했다.
여당 주류로 분류되지 않았던 의원 가운데 최근 부쩍 친윤(석열)계와 접점을 늘리려는 사람이 늘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당내 현안에서 균형감 있는 자세를 취하거나 침묵했던 의원들이 요새는 눈에 띄게 친윤계 입장에 동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공천이 가까워졌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현역 의원들도, 출마 예상자들도 대부분 영남과 서울 강남권 등 여당 우세지역만을 두고 일찌감치 ‘수성’과 ‘탈환’ 시도에 나서면서 총선 전체 판세에는 악영향을 줄 거란 우려가 나온다. 총선 과반 달성을 위해서는 121석 중 불과 18석만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 승리가 반드시 필요한데, 어차피 여당 승리가 유력한 곳에서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정작 수도권에서는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다. 한 영남권 초선 의원은 “영남에서 검사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커질 경우 수도권 선거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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