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무인기 급속히 늘려 재도발 징후…군 "도발시 자위권 차원서 평양으로 날릴 것"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최근 북한의 무인기 재도발 징후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남측도 소형 무인기 전력 100여대를 단기적으로 확보하고 있어 한반도 하늘이 무인기 각축장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소형 무인기의 경우 2~3㎞ 상공에서 비행하면 지상 탐지레이더에 '새 떼'로 오인할 정도의 작은 점으로 포착되거나 아예 나타나지 않을 수 있고 맨눈으로는 식별되지 않는다.
북한은 무인기의 이런 특성을 고려해 다시 한번 남쪽 상공을 휘저을 태세인 것으로 보인다. 그간 북한 무인기 침투 사례는 드러난 것만 8차례다.
이런 징후를 감지한 남쪽도 북한의 무인기 도발시 10배 이상의 무인기를 북쪽으로 날려 보내 평양 상공을 휘젓는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 '대남도발 기획자' 김영철 복귀 주시…"무인기 재도발 노릴 수도"
군과 정보 당국은 김영철 전 노동당 대남비서가 통일전선부 고문 직책으로 정치국 후보위원에 복귀한 것을 주시하고 있다. '천안함 피격'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강경파 김영철의 등장이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에서다.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속출하는 징후가 포착되는 등 북한 내부 정세가 긴장된 상황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을 들인 위성발사체(천리마 1형) 발사마저 실패했고 2단부로 추정되는 동체 잔해까지 남측이 수거한 상황에서 김영철의 등장이 또 다른 도발을 예고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군의 한 정보 소식통은 24일 "북한은 우리 측에서 로켓 잔해를 인양한 것에 대해 도발로 불만을 표출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무인기 재도발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전선부 고문에 임명된 북한 김영철 |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이 무인기 전력을 최근 급속히 증강하고 있고, 소형뿐 아니라 대형 무인기 시험비행을 확대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지난 14일 평안북도 방현 비행장에서 날개폭이 약 35m인 드론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지난 3일 같은 비행장에서 포착된 20m짜리보다 이번 무인기 날개폭이 두 배 가까이 길다고 전했다.
이 무인기는 북한에서 포착된 무인기 중 가장 큰 것이다. 날개폭이 긴 것으로 미뤄 태양광 무인기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간위성업체 '플래닛랩스'의 위성사진에 나타난 이 대형 무인기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고고도 태양광 무인기(EAV-3)'와 모양이 흡사했다.
◇ "무인기 도발시 자위권 차원서 10배 이상 보내 평양 휘저을 것"
군은 북한이 무인기 재도발을 감행할 경우 자위권 차원에서 강력히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만약 1대의 무인기를 서울 상공에 침투시키면 10배 이상의 무인기를 날려 보내 평양 상공을 휘저을 것이라는 게 군 내부의 의지다. 이런 의지는 이미 일선 부대에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는 9월 창설되는 '드론작전사령부'의 작전 계획 수립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가 있을 만한 평양의 건물 등을 촬영해 복귀하면 북한을 심리적으로 흔들 수 있다는 계산으로 관측된다.
군 소식통은 "드론작전사에 배치할 장거리 정찰드론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무인기 재도발을 감행하면 다수의 드론을 북한 지역으로 투입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육군 무인정찰기 |
북한 무인기 도발과 남측의 10배 이상 응징은 '정전협정 위반'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작년 12월 북한이 무인기 5대를 군사분계선(MDL) 이남으로 침투시키자, 우리 군이 이에 대응해 무인기 3대를 MDL 이북으로 날려 정찰했을 때 유엔군사령부는 남북 모두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적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정전협정의 정신을 모두 위반했다는 게 유엔사의 판단이다.
그러나 군은 북한 도발에 상응해 대응한 것은 유엔 헌장의 '자위권'에 해당한 조치이며, 이를 정전협정으로 제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위권은 유엔 헌장 51조가 보장하는 합법적인 권리로서, 그 하위인 정전협정으로 유엔 헌장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엔 헌장 51조는 '유엔 회원국은 (자신들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하면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을 갖는다'고 돼 있다.
◇ 남, 글로벌호크 이어 소형무인기 100여대 거의 확보…북, 500대 이상 개발해 운용
국가정보원은 지난 1월 국회 정보위에서 북한이 날개폭 1~6m급 소형기 위주로 20여종 500대의 무인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폭형 공격용 무인기도 소량 보유하고 있고, 원거리 정찰용 중대형 무인기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특히 북한은 2015년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 때 차량 지붕에 설치된 발사대에 탑재된 자폭형 공격용 무인기를 공개한 바 있다. 이 무인기는 100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북한 무인공격기 |
한국군사문제연구원은 지난 1월 정책연구보고서에서 북한이 2014년 중국이 개발한 고성능 전투용 무인기 '차이훙(彩虹·CH)-4'과 유사한 중고도 드론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아직 (제원 등은) 베일에 가려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북한이 작년 4월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에서 무인기로 공중에 다양한 형상을 시현했다"며 "이는 북한의 드론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고 군집드론을 이용해 공격할 수 있는 능력도 있음을 과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무인기가 남측의 핵심 목표물을 촬영할 수 있는 능력은 2017년 6월 강원도 인제에서 추락한 무인기에서 입증됐다. 당시 이 무인기 카메라(일본 소니사 DSLT·메모리 64GB)에는 500여장의 사진이 찍혔고, 이 중 10여장은 경북 성주 사드 기지가 선명하게 담겼다.
2014년 경기도 파주에서 발견된 소형 무인기 카메라에 담긴 193장 중 5장이 청와대 전경이 포함된 서울 사진이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 소형 무인기에 장착하는 카메라 성능이 과거보다 훨씬 좋아졌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북한 무인기 전력에 대처하는 우리 군의 보폭도 빨라지고 있다.
군은 2019년 12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고고도 무인정찰기(HUAV) 글로벌호크 4대를 도입했다. 최대 20㎞ 상공에서 촬영한 북한지역의 영상을 지상에서 판독해 핵심 목표물의 이동 및 변화 등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무인기다.
중고도 무인정찰기(MUAV), 군단급 무인정찰기 등 부대 규모와 용도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무인기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 특히 이달 말까지 북한 전 지역을 정찰 감시할 수 있는 소형 무인기 100대를 순차적으로 확보하는 계획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소형 무인기는 시간당 수백 ㎞의 비행 능력과 비행조종컴퓨터, 인공위성위치정보(GPS), 복귀 기능 관성항법장치 등을 갖췄으며, 통신 범위 밖에서도 자동으로 비행하고 북한 지역에 추락할 경우 데이터를 자동으로 불태우는 기능도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태양광 전지를 연료로 고고도에서 장거리 정찰이 가능한 드론을 확보했으며, 연말까지 북한군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 형상의 소형 무인기도 개발한다. 스텔스 소형무인기도 사전에 입력된 경로로 시간당 수백㎞를 비행할 수 있고, 임무 완료 시 자동으로 복귀하는 기능도 탑재할 계획이다.
드론을 잡는 '드론 킬러 드론' 체계도 개발한다. 적 드론을 레이저빔이나 총기 발사, 그물망 투하 등의 방식으로 격추하거나 떨어뜨리는 드론 체계를 말한다.
공격하는 소총 드론 |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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