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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山河를 피로 물들인다' 이순신 장도 국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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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2m 달하는 장검 한 쌍 "의장용"

칼날 문구 '이충무공전서' 기록 일치

높은 기술 집약된 요대 보관함은 보물로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의 숭고한 정신이 서려 있는 장검 등 유물이 국보로 지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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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인 '이순신 유물 일괄' 가운데 칼 한 쌍을 '이순신 장도'로 명명하고 국보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22일 예고했다. 한 달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이순신 장도는 1963년부터 보물로 관리돼온 크기와 형태가 비슷한 칼 한 쌍이다. 길이가 2m에 달하며 각각 칼집을 갖추고 있다. 칼자루는 나무에 어피(물고기 가죽)를 감싸고 붉은 칠을 해 제작됐다. 쥐었을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직사각형 금속판을 댄 뒤 검은 칠을 한 가죽끈을 'X'자로 교차해 감았다.

칼날에는 이순신이 직접 지은 시구가 있다. 몸체 길이가 196.8㎝인 칼의 날 위쪽에는 '삼척서천산하동색(三尺誓天山河動色)'이라고 새겨져 있다. '석 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떨고'라는 뜻이다. 길이가 197.2㎝인 또 다른 칼에서는 '일휘소탕혈염산하(一揮掃蕩血染山河)'라는 문구가 확인된다.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라는 의미다.

최나래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연구사는 "'이충무공전서(1795)'에 있는 기록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어 "칼자루 속에 '갑오사월일조태귀련이무생작(甲午四月日造太貴連李茂生作·갑오년 4월에 태귀련과 이무생이 만들었다)이라는 글귀가 있어 제작 시기와 제작자가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갑오년은 1594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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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도는 조선시대 군용 도검에서 보이는 전통 양식을 따르고 있다. 다만 칼자루를 단단하게 쥘 수 있도록 가죽끈을 'X'자로 교차해 감은 방식과 칼날이 휘어진 곡률, 혈조(칼날에 낸 홈)를 넣는 방식 등은 일본 칼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이순신 장도가 충무공의 역사성을 상징하는 유물로서 가치가 크다고 봤다. 칼날의 예리함과 물결무늬 선각 장식, 칼자루·칼집의 테·고리를 장식한 은입사 기법, 전통공예 활용, 세련된 균형미, 양호한 보존상태 등도 높게 평가했다. 다만 길이가 2m에 달해 실제 전투에서 쓰였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유물 현장 조사에 참여한 이상훈 전 육군박물관 부관장은 "실전용이라기보다 의장용이나 마음을 다스리는 용도로 썼으리라 추정된다"며 "옛 문헌을 봐도 이 정도로 큰 칼을 실전용으로 썼다는 기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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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문화재청은 기존 '이순신 유물 일괄'에 요대(허리띠)를 보관하는 함을 추가하고, '도배구대'라는 잔과 받침의 명칭을 '복숭아 모양 잔과 받침'으로 변경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이순신 유물 일괄은 갓 위를 장식하는 옥공예품인 옥로, 요대와 보관함, 복숭아 모양 잔과 받침으로 구성된다. 새로 추가되는 요대함은 별도의 잠금장치 없이 뚜껑처럼 덮는 형식이다.

최 연구사는 "조선의 전통적인 공예기법과 높은 기술 수준으로 제작됐다"며 "비슷한 다른 유물보다 크기가 매우 크며 보존상태도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관복이나 요대 보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는 점에서도 학술·자료 가치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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