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개막 전 'ESPN'은 내셔널리그 중부 1위 팀으로 세인트루이스를 예상했다. 전문가 28명 중 25명이 세인트루이스를 지지했다(나머지 세 명 밀워키).
'디애슬레틱'도 비슷했다. 세인트루이스의 우승을 예상한 득표율이 87.1%로 압도적이었다. 2위 밀워키가 9.7%, 3위 시카고 컵스는 3.2%에 불과했다. 참고로 세인트루이스의 득표율 87.1%는 각 지구 우승 후보 6팀 중 가장 높았다. 그만큼 내셔널리그 중부지구는 답이 정해진 곳이었다.
'디애슬레틱' 지구 예상 1위 득표율 (%)
87.1 -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NL 중부)
83.9 - 휴스턴 애스트로스 (AL 서부)
74.2 -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NL 동부)
61.3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NL 서부)
54.8 - 클리블랜드 가디언즈 (AL 중부)
45.2 - 토론토 블루제이스 (AL 동부)
하지만 현재 내셔널리그 중부는 모두의 외면을 받은 팀이 지배하고 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신시내티 레즈다. 신시내티는 파죽의 11연승을 질주하며 지구 선두에 등극했다.
시작은 미약했다. 4월말 6연패를 당하면서 첫 22경기 7승15패를 기록했다. 이 방황은 약 한 달간 이어졌다. 5월 26일 세인트루이스에게 패하면서 첫 50경기 성적이 21승29패에 머물렀다. 워싱턴 내셔널스와 더불어 내셔널리그 최하위에 해당했다. 5월 마지막 5경기를 모두 승리하면서 달라지는 듯 싶었는데, 6월 첫 4경기를 모두 패하면서 다시 분위기가 꺾였다. 신시내티의 행보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였다.
신시내티는 물러서지 않았다. 물러설 이유도 없었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는 기대를 모았던 세인트루이스가 부진하면서 모두에게 기회의 땅이 됐다. 초반에 치고 나간 피츠버그 파이러츠도 서서히 힘이 떨어지고 있었다. 신시내티는 방아쇠를 당길 타이밍을 지켜봤다.
6월 7일 LA 다저스와의 시리즈 1차전. 신시내티는 메이저리그 최고 유망주로 성장한 엘리 델 라 크루스(21)를 승격시켰다. 델 라 크루스는 트리플A 38경기 타율 0.298 12홈런 11도루, OPS 1.031로 메이저리그에 올라올 준비를 끝마쳤다. 신시내티는 델 라 크루스가 먼저 데뷔한 맷 매클레인(23)과 함께 팀의 새로운 동력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었다.
모든 팀의 시즌에는 기폭제가 있다. 162경기 시즌을 치르면 야구가 생각대로 잘 풀리는 특정 구간이 찾아온다. 이 순간을 '모멘텀'이라고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이 시점과 맞물려 탄력을 받은 팀들이 반전을 도모했다. 신시내티는 객관적인 전력상 우위에 있는 다저스를 잡게 되면 보다 확실한 분위기 반전을 노릴 수 있었다.
신시내티의 계획은 대성공이었다. 신시내티는 3-8로 끌려가던 경기를 뒷심을 발휘해 뒤집었다. 6-8로 패색이 짙었던 9회 말, 밀어내기 볼넷과 밀어내기 몸맞는공으로 동점을 만든 뒤 신인 매클레인이 끝내기 안타를 때려냈다. 짜릿한 역전승이 나온 신시내티 홈구장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는 광란의 도가니가 됐다.
신시내티의 반격은 끝이 아니었다. 신시내티는 다음날도 6-6으로 맞선 9회 말에 윌 벤슨이 끝내기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이 경기에서는 델 라 크루스의 데뷔 첫 홈런도 나왔다. 다저스와의 시리즈 1,2차전을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한 신시내티는 자신감이 크게 상승했다. 리그 최고의 팀을 상대로 거둔 승리였기 때문에 1승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올해 신시내티는 리빌딩의 초석들이 메이저리그에 모습을 드러내는 시기로 여겨졌다. 델 라 크루스와 매클레인을 비롯해 노엘비 마르테, 크리스티안 엔카나시온-스트랜드 같은 유망주들이 첫 선을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당장의 성과를 내는 건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100패 팀의 현실적인 과제는 다음 시즌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리빌딩은 시작은 분명할지언정 끝은 다소 불분명하다. 예기치 않게 리빌딩이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 신시내티도 유망주들의 도약과 동시에 지구 내 경쟁이 유리하게 흘러가면서 갑자기 우승 도전이 가능한 상황이 됐다. 이에 프런트 실무를 총괄하는 닉 크롤 부사장은 "팀이 필요하다면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다가오는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선수를 파는 셀러(seller) 대신 선수를 데려오는 바이어(buyer)가 되겠다는 뜻으로, 신시내티가 남은 시즌 우승 도전에 나서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시내티의 리빌딩은 흡사 2010년대 중반 시카고 컵스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컵스도 야수진의 세대 교체를 이루면서 팀의 주축이 될 '코어'들을 육성했다. 현재 신시내티도 리빌딩에 박차가 가해진 건 팀을 이끌어야 할 어린 선수들이 빨리 적응을 마친 덕분이다.
문제는 야수진이 좋아진 것만으로는 우승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초 신시내티는 선발진에 굉장히 공을 들였었다. 6년 53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안겨준 헌터 그린(23)을 에이스로 낙점한 데 이어 좌완 닉 로돌로(25)와 그라함 애시크래프트(25)가 선발진 상위 트리오를 결성했다. 그런데 현재 이 세 선수가 모두 부상으로 낙마했다. 심지어 애시크래프트를 제외하면 그린과 로돌로는 부상 공백이 길어질 전망이다.
선발진 ERA 하위권
5.76 - 신시내티 레즈
6.35 - 콜로라도 로키스
6.44 -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선발진 구상이 틀어진 신시내티는 현재 선발진 평균자책점이 전체 세 번째로 나쁘다. 유망주 앤드류 애보트(24)와 브랜든 윌리엄슨(25)이 합류했지만, 두 선수만 믿고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는 건 위험하다. 2010년대 중반 컵스 역시 필요한 투수들을 영입하면서 투타 균형을 맞추는 작업을 우선시했다. 엄밀히 말하면 여전히 신시내티의 전력은 불안정한 상태에 가깝다. 무리하게 노선을 바꿨다가는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2020년 신시내티는 단축 시즌 규정에 힘입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러나 신시내티가 162경기 시즌에서 포스트시즌에 올라간 건 10년 전이었다. 이후 신시내티는 긴 암흑기를 견디며 언젠간 다가올 자신들의 시간을 준비했다.
올해 신시내티는 자신들의 시간을 위한 중대한 기로에 섰다. 계속 달릴지, 아니면 한 번 더 숨고르기를 할지 선택해야 한다.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하는 건 맞지만, 분위기에 치우쳐서 판단력이 흔들리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신시내티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어떤 선택을 내리더라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신시내티의 파란이 이 흥미로운 상황을 만들었다. 이로 인해 자칫 싱거울 수 있었던 내셔널리그 중부지구도 한동안 예의주시해야 할 볼거리가 생겼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