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분업체 “3분기 가격인하 여력”
2010년처럼 라면값 인하 가능성
2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의 모습. 2023.06.20.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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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라면 가격을 내려야 한다”며 라면 제조사들을 압박하면서 라면값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국제 밀 가격이 떨어졌으니 라면 가격도 내릴 수 있다고 본다. 라면 제조사들은 밀가루값이 떨어지지 않아 당장 가격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제분업체가 3분기(7∼9월) 밀가루값 인하 여력이 있다고 밝힌 만큼 2010년처럼 라면 제조사들이 라면 가격을 일부 인하할 가능성도 나온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5월 국제 밀 가격은 t당 228달러로 1년 전(419달러)보다 45.6% 떨어졌다. “국제 밀 가격이 50% 안팎 내렸다”는 추 부총리의 말은 맞는 셈이다.
라면업체들은 하락한 밀 가격이 라면값에 바로 반영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CJ제일제당,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등 제분회사에서 밀가루를 공급받는데, 이 밀가루 가격이 지난해 오른 뒤 떨어지지 않고 있다. 제분업체와 라면업체가 밀가루 공급계약을 수개월 단위로 체결하기 때문이다. A라면업체의 경우 지금도 지난해 8월 계약 당시 가격을 적용받고 있다. 밀가루 외에도 전분, 수프 등 기타 원재료 가격이 올랐고 인건비, 물류비, 창고비, 광고비 등 원가 부담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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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분업체는 밀 가격이 내렸다고 해서 당장 더 낮은 가격으로 새로 계약을 맺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밀가루 수입에 시차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B제분업체 관계자는 “하락한 가격의 밀이 실제 밀가루 생산에 투입되려면 3분기는 돼야 한다”며 “그때쯤엔 공급 가격을 인하할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10년에도 밀가루 가격이 떨어지자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라면 제조사들이 라면값을 20∼50원 낮춘 바 있다. 당시엔 공정거래위원회가 “원가가 떨어졌는데도 가격을 내리지 않는 것은 담합행위”라고 압박했었다.
주류업체들이 최근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따라 인상 계획을 보류한 만큼 라면업계도 가격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오비맥주 등 주류업체들은 주정과 주세 인상 등에도 소주와 맥주 가격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여기에 올해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꺾인 다른 식품업체와 달리 라면업체들이 나란히 호실적을 거두기까지는 라면 가격 인상이 주효했다는 분석도 라면값 인하론에 힘을 싣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9월 라면 평균 가격을 11.3%, 오뚜기는 11.0% 올렸다. 이어 삼양식품도 지난해 11월 라면 가격을 평균 9.7% 인상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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