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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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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전 7시간 운항 멈춘 배···‘그리스 난민선 참사’ 남는 의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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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600여명 희생된 난민선, 침몰 전 장시간 운항 멈춰

“침몰 전 정상 운항했다” 그리스 당국 설명과 배치

“해안경비대 견인 시도로 난민선 전복” 증언도

구조 거부했나, 안 했나…꼬리 무는 의혹들

경향신문

그리스 해안경비대가 공개한 침몰 전 난민선 사진. 갑판 위에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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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그리스 남부 해안에서 침몰해 최대 600여명의 희생자를 낳은 난민선이 그리스 당국의 무리한 견인 시도 끝에 전복된 것이라는 생존자들의 증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를 부인하고 있는 그리스 당국의 설명과 배치되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그리스 당국은 해당 선박이 침몰 전 안정적인 속도와 항로로 운항하고 있었다고 밝혔지만, 이 배는 침몰 전 최소 7시간 동안 운항을 멈춘 채 같은 지점에 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침몰 당시 상황에 대한 의문점이 꼬리를 물고 있다.

영국 BBC는 18일(현지시간) 해양분석플랫폼인 ‘마린 트래픽’의 선박 GPS 항적 추적 데이터를 입수해 침몰 지역의 선박 이동을 분석한 결과, 난민들을 태운 어선이 지난 13일 전복되기 전 7시간 동안 침몰한 지점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해당 선박은 밀입국 선박이었기 때문에 항적 추적장치를 달고 있지 않았지만, 이 배를 돕기 위해 접근했던 주변 선박들의 움직임과 당시 촬영된 동영상 등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이날 침몰 당일 오후 7시40분~10시40분 사이 배가 “꾸준한 항로와 속도로” 안정적으로 운항했다는 그리스 당국의 설명과 배치된다. 배는 잠시 후인 오후 11시쯤 침몰했다. BBC는 “그리스 정부는 배가 안전하게 이탈리아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구조를 시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항적 데이터는 그리스 정부의 공식 입장에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그리스 당국은 해안경비대가 여러 차례 난민선에 구조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이들이 이탈리아로 가겠다며 도움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리스 당국에 따르면 해안경비대는 이날 아침부터 난민선의 항적을 파악하고 있었고, 최소 15시간 이 배를 추적하며 여러 차례 소통해 보급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난민들이 도움을 거절했다는 그리스 정부의 설명과 달리 지중해에서 난민 구호 활동을 펴는 민간단체들은 이들로부터 구조를 요청하는 연락을 여러 차례 받았다고 밝혔다. 해상에서 조난을 당한 난민들을 위한 핫라인인 ‘알람폰’은 이날 낮 12시17분 난민선으로부터 긴급히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민간 선박인 ‘럭키 세일러’ ‘페이스풀 워리어’ 등도 각각 이날 오후 3시와 6시 배에 보급품을 전달했다. 배에 탄 사람들은 침몰 전 최소 이틀 동안 식수 부족으로 바닷물을 마셨고, 배가 전복되기 전에 이미 6명이 사망했을 정도로 상황이 열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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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들은 난민선 전복이 그리스 해경의 무리한 선박 견인 시도 때문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한 시리아인 생존자는 “경비정이 난민선을 밧줄로 결박해 좌측으로 견인을 시도했고, 이에 난민선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급선회하면서 배가 침몰했다”고 그리스 일간 카치머리니에 말했다. 또 다른 생존자도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그리스 총리와 만나 해안경비정이 밧줄로 견인을 시도했고 경비정의 속도가 빨라 이에 매달린 배가 좌우로 크게 흔들리다가 전복됐다고 말했다.

그리스 당국은 이런 의혹을 부인했다. 일리아스 시아칸타리스 그리스 정부 대변인은 지난 16일 “해안경비대가 난민선이 도움이 필요한지 파악하기 위해 밧줄을 사용했다”면서도 난민선을 묶거나 배를 견인하기 위한 계류용 밧줄은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침몰한 배에는 최대 750여명이 탑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참사로 최소 78명이 사망했고 550여명은 여전히 실종된 상태다. 2015년 1100명의 사망자를 낳은 난민선 침몰 이후 최악의 참사가 될 전망이다.

생존자 104명은 전원 남성으로, 어린이와 여성도 이 배에 탑승하고 있었지만 단 한 명도 구조되지 못했다. 생존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이 배에 탄 남성들은 여성과 어린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갑판 아래 화물칸에 이들을 사실상 가둔 것으로 전해졌다. 참사에서 구조된 23세 생존자 하산은 그리스 일간 에카테미리니와 인터뷰에서 “처음엔 나도 갑판 아래에 탔지만, 숨을 쉬기 힘들어 10유로를 지불하고 갑판 위로 나올 수 있었다”며 난민선의 참혹한 상황을 전했다.

여성과 어린이 뿐 아니라 파키스탄인들도 사고 발생 시 생존 가능성이 낮은 갑판 아래로 내몰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파키스탄 국적 탑승자는 300여명으로 추정되는데, 생존자 104명 가운데 파키스탄 국적자는 12명 뿐이었다. 파키스탄 정부는 19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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