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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상무)로 빠진 2년을 제외하면, 안상현은 2018년부터 올해까지 꾸준하게 1군에 등록돼 얼굴을 내비치기는 했다. 입대 직전 시즌인 2019년에 1군 65경기, 제대 직후인 2021년에는 37경기에 나갔다. 지난해에도 46경기에서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1군 통산 166경기에서 소화한 타석은 고작 216타석. 경기 중후반에 들어가는 전형적인 백업 선수였다.
비교적 작은 체구지만 장타를 칠 수 있는 타석에서의 임팩트가 있었고, 수비에서는 타고 난 센스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발도 빨랐다. 그러나 1군에서는 뭔가가 다 조금씩 부족했다. 안상현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는 김원형 SSG 감독도 때로는 기대감을, 때로는 답답함을 토로하곤 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엔트리까지 넣었을 정도로 기대가 있지만, 아직 확실한 1군 선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사이 이제는 어느덧 20대 중반의 선수가 됐다. 더 이상 어리다고 볼 수는 없는 나이다. 내야에도 이제 안상현보다 더 기대를 받는 어린 후배들이 2군에서 성장하고 있다. 스스로도 위기를 느낄 법한 순간. 그만큼 절박함과 간절함이 강해졌다. 그리고 그 절박함은 17일 인천 롯데전에서의 대역전극 발판을 놓고 마침표를 찍는 맹활약으로 이어졌다.
SSG는 17일 롯데 선발 박세웅의 역투에 막혀 7회까지 1점을 뽑는 데 그쳤다. 6회 득점도 적시타 없이 땅볼 2개로 만든 힘없는 1점이었다. 그러나 1-5로 뒤진 8회 무려 8점을 뽑아내는 응집력을 발휘한 끝에 8-5로 역전승했다. 대타로 들어간 안상현이 역전의 냄새를 만들고, 또 마침표를 찍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SSG는 롯데가 8회 좌완 김진욱을 마운드에 올리자 대타 작전으로 맞불을 놨다. 첫 번째 대타 강진성이 안타를 치고 나가자, 김원형 감독은 안상현을 두 번째 대타로 넣었다. 4점 뒤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공격 이닝이 두 번 남은 만큼 포기할 상황은 전혀 아니었다. 근래 경기 후반 들어가 안타를 하나씩 치고 볼넷을 고르며 출루율을 높이고 있었던 안상현이 히든카드로 경기에 들어간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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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는 또 하나의 유망주, 좌타 거포 전의산(23)의 손에서 나왔다. 전의산은 4-5로 뒤진 8회 2사 만루에서 상대 마무리 김원중을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쳐 경기 분위기를 일거에 뒤집었다.
사실 전의산도 시즌 초반 쓴맛을 본 유망주였다.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해 77경기에서 홈런 13개를 치며 SSG 팬들의 큰 기대를 받은 전의산은 올해 기대했던 것만큼의 타격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홈런도 줄었고, 타율도 1할대에 허덕였다. 시즌 초반에는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보고, 안 되면 2군에 가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지만, 실제 한 차례 2군을 경험한 상황에서 또 한 번의 2군행은 시즌을 망칠 수 있었다. 전의산도 절박한 유망주였다.
앞선 타자들이 강한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며 전의산도 책임감을 느꼈다. 전의산은 “타자들이 말도 안 되게 공을 골라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집중을 못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결국 존을 좁히고 김원중의 빠른 공을 기다렸고, 단 한 번의 기회를 살리며 이날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안상현이 8회 맞이한 두 번째 타석에서 또 하나의 적시타를 치며 SSG는 승리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8회에 롯데 필승조를 상대로 만든 기적 같은 7득점에 이틀 연속 경기장을 찾은 정용진 SSG 구단주는 말 그대로 포효했다. SSG 팬들의 심정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었다. 한창 잘 나갔다가 이제는 주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전의산은 이제 모든 기회가 간절해졌다고 했다. 안상현 또한 “내게 주어지는 타석이 소중하기에 잘하고 싶었고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 내고 싶었다”고 했다. 절실했던 유망주들이, 기적 같은 역전승을 일궈내며 팀의 저력이 잘 전수되고 있음을 증명했다. 1승 이상의 가치가 있었던 하루라는 표현은 딱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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