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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수당 더 뿌린다는 日기시다…"그런다고 결혼 안 해"

머니투데이 윤세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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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수당 더 뿌린다는 日기시다…"그런다고 결혼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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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야심 차게 내세운 '차원이 다른(이차원) 저출산 대책'이 시작도 전에 회의론에 부딪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육아 지원에 초점을 맞춘 이번 대책이 불안한 미래를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을 설득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2019년 오사카의 한 병원에서 가족이 갓 태어난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AFPBBNews=뉴스1

2019년 오사카의 한 병원에서 가족이 갓 태어난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AFPBBNews=뉴스1


기시다 총리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수당 확대를 포함한 '어린이 미래 전략 방침'을 공개하며 "저출산은 일본의 사회경제 전체에 관련된 문제다. 물러서지 않는다는 각오로 임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에는 부모 소득과 관계 없이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을 독려하고 육아휴직 급여도 평소 소득과 동일한 수준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책이 저출산을 야기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고 블룸버그가 15일 보도했다. 자녀 양육에서 여성이 지게 되는 과중한 부담을 덜어주거나 젊은이들에게 가정을 꾸려도 되겠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책 대부분은 이미 가정을 구성한 이들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츠츠이 준야 리쓰메이칸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은 아직 아이가 없거나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큰 공감을 얻지 못할 공산이 크다"면서 "아마 기시다 총리도 이번 대책이 '다른 차원'에 이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일본 저출산의 근본적인 문제는 많은 젊은이가 저소득, 불안정한 직장으로 인해 미래를 불안해한다는 점이다. 이들에겐 결혼이나 출산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면서 "혼외출산이 거의 없는 일본에서 저출산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임금 인상"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 자료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소득은 정규직 근로자의 3분의 2에 그친다. 또 30대 초반 남성의 경우 정규직 60%는 기혼이지만 비정규직 기혼은 25%에 불과하다. 젊은층에서 소득과 결혼율이 직결된다는 근거다.

/사진=니혼게이자이신문

/사진=니혼게이자이신문


나가세 노부코 오차노미즈여대 노동경제학 교수 역시 "최저 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은 풀타임으로 일해도 연간 200만엔(약 1810만원)밖에 벌지 못한다"면서 "가족 부양은커녕 혼자 먹고살기도 힘든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의 임금을 끌어올리는 건 저출산 대책의 가장 기본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물가 상승으로 인해 일본의 실질임금은 계속 줄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의 4월 실질임금은 전년 대비 3% 하락하며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4월 명목임금은 전년 대비 1% 늘었지만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률을 압도했다.


또 기시다 총리는 저출산 대책에 필요한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현지에서는 사실상 증세 말고는 재원을 충당할 마땅한 방법이 없지만 외교 성과로 지지율을 끌어올린 기시다 총리가 조기 총선을 염두에 두고 불리한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노무라연구소의 기우치 타카히데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대책은 획기적인 것도 아닌 데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대책이 필요하다. 생산성 향상과 실질소득 증대를 기대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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