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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세계 2위 전기차 판매국이자 배터리 수요 대국이다. 유럽 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점유율은 2021년 최고 71%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국 기업이 유럽으로 몰려들면서 한국과 중국 기업간 경쟁이 심해졌다. 여기에 유럽 내 배터리 기업 등장과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도 배터리 기술 내재화에 뛰어들었다. 14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유럽 2023’은 새로운 배터리 산업 격전지로 부상하는 유럽에서 한국과 중국, 유럽 배터리 기업들의 격화된 경쟁이 엿보였다.
인터배터리 유럽 2023에 마련된 LG에너지솔루션 부스 전경 (LG에너지솔루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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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시장 선점한 韓…투트랙 전략으로 선두 수성
K-배터리 3사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사들은 현재 유럽 내 곳곳에 대규모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유럽 내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에, 삼성SDI와 SK온은 헝가리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소부장 기업들의 진출도 이어진다. 에코프로비엠은 국내 양극재 제조사 중 처음으로 유럽 공장을 착공했다. 분리막 업체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폴란드에, 전해액 업체인 엔켐과 동아일렉트로라이트는 헝가리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동박 제조사인 솔루스첨단소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각각 룩셈부르크, 스페인에 현지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SK넥실리스도 폴란드 공장을 건설 중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가격을 무기로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는 중국 기업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맞불을 놨다. 이번 인터배터리 유럽 행사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제품 중 처음으로 LFP 배터리를 적용한 주택용 ESS 신제품을 선보였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주로 생산하는 LFP 배터리는 국내 기업들이 생산하는 삼원계(NCM·NCA)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밀도는 낮지만 가격경쟁력과 안전성이 높은 것을 장점으로 최근 시장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삼성SDI는 인터배터리 유럽 2023에서 SBB(Samsung Battery Box)를 주력으로 내세웠다. ESS 제품에는 처음으로 하이니켈 NCA 양극재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SDI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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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했다. 중국 기업들과 격차를 벌이기 위해서다. 삼성SDI는 배터리 셀과 모듈을 하나의 박스 형태로 담은 완제품 형태의 ESS인 SBB(Samsung Battery Box)를 이번 전시회 주력으로 내세웠다. SBB에는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를 적용해 기존 배터리 보다 용량을 30% 높인 ESS용 최고 용량 배터리 셀이 탑재됐다.
삼성SDI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은 ESS에 주로 LFP 배터리를 사용하는데 삼성SDI가 처음으로 고성능 전기차에 주로 쓰이는 하이니켈 NCA를 채택한 것은 프리미엄 전략”이라며 “제한된 공간에서 에너지밀도를 높이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소부장 기업들도 유럽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인더, 실리콘 음극재, 분산제 등 이차전지 소재를 생산하는 한솔케미칼 오너 3세인 조연주 부회장은 유럽 시장을 살피고 투자 계획을 판단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이번 EES 유럽 행사를 찾았다. 장비 업체인 유진테크놀로지 이미연 대표는 지난달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더 배터리쇼 유럽 행사에 이어 이번 인터배터리 유럽 행사에 참가했다. 이 대표는 “유럽 배터리 제조사 등장과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기술 내재화가 국내 장비 업체에는 기회가 되면서 현재 회사 내 유럽 비중이 30% 수준으로 높아졌다”면서 “지난 배터리쇼 유럽에서도 참가업체 절반이 중국 업체일 정도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미국 시장 진출이 막힌 중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 올인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유럽 기가팩토리 속도전…자체 배터리 공급망 구축 착착
유럽 내에서는 노볼트, ACC, 프라이어, 바르타 등 유럽 자체 배터리 제조사들의 시장 진입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BMW, 폭스바겐, 벤츠 등 독일 완성차 업체들도 배터리 제조 자회사를 만들거나 자체 배터리 생산공장을 마련하는 등 배터리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완성차 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 스텔란티스, 프랑스 화학회사 토탈이 합작해 설립한 배터리 기업인 ACC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에 기가팩토리 설립 계획을 밝혔다. 인터배터리 유럽 부대행사로 열린 더배터리데이 유럽 컨퍼런스에 나선 장 밥티스트 페르노 ACC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프랑스 최초의 기가팩토리를 만들었고 40GWh 생산능력을 확보했으며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마치고 올해 말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며 “프랑스 외에 독일과 이탈리아 기가팩토리도 몇 달 안에 건설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 기가팩토리 설립 계획을 설명하는 톰 젠슨 프레이어 배터리 최고경영자(CE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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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배터리 기업인 프레이어는 노르웨이 기가팩토리에 이어 미국에도 기가팩토리를 짓고 있다. 톰 젠슨 프레이어 배터리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노르웨이와 조지아에 기가팩토리를 짓고 있으며 2025년 생산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이미 130GWh 이상 물량에 대해 고객사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유럽 배터리 회사들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기업들이 유럽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대해 크게 견제하는 모습이다. 젠슨 CEO는 “대부분에 배터리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생산되는 것이 초기 단계 산업 발전에는 중요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럽과 미국이 자체 공급망을 보완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와 인프라 차원에서 매우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페르노 COO도 “어떤 자동차 회사도 하나의 회사에 배터리 공급을 의존하고 싶진 않을 것”이라면서 “3년된 신생 업체를 LG, 삼성, SK 같은 거대 업체와 비교하기 어렵고 고품질 배터리를 만들어서 우리만의 시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이 몰린 ees 유럽 CATL 부스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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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배터리 제조사 LFP 앞세워 유럽 진출 활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내수 시장 집중을 극복하고 글로벌로 확장을 위해 유럽을 발판으로 선택했다. 특히 미국 IRA 이후 사실상 미국 진출이 봉쇄되면서 활로를 찾기 위해 유럽 공략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인 CATL은 10조원을 투자해 대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헝가리에 건설한다. SVOLT는 독일에, 완샹은 체코에, 엔비전AESC는 프랑스와 스페인에 공장을 건설 계획을 밝혔다. 중국 기은 가격이 낮은 LFP 배터리를 앞세워 고객사를 확대하면서 유럽 내 배터리 시장점유율을 2021년 22%에서 지난해 34%로 12%포인트 높였다. 현지 생산이 시작되면 가격과 물량에서 더욱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배터리 유럽과 함께 열린 유럽 내 최대 ESS 전시회 ‘ees 유럽’에 참가한 BYD는 LFP 기반 ‘블레이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와 ESS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부스에서 만난 영 징 매니저는 “LFP 배터리가 더 안전성과 가격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오직 LFP 배터리만 생산하고 있다”면서 “테슬라도 LFP를 선택했고 더 많은 회사들이 점점 LFP를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과 SVOLT가 ees 유럽 전시회에서 선보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제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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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중국 배터리 제조사 SVOLT 역시 LFP 경쟁력을 강조했다. 홍 리 키어카운트매니저는 “3년 전만 해도 배터리 시장의 70%를 NCM 배터리가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70%를 LFP가 차지하며 대세가 됐다”라면서 “(한국이 LFP 배터리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데) 경쟁상대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LFP 배터리가 시장성이 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경석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 “중국 기술 수준 높아지면서 해외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고 유럽과 미국 등이 공급망 안정성 확보와 산업 육성을 추진하면서 제도 관련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면서 “글로벌 시장에 치열한 각축전 속에서 K-배터리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는 글로벌 시장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기업은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통해 초격차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뮌헨(독일)=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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