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연휘선 기자] 방송은 볼 만한데, 쏟아지는 잡음들에 피곤해진다. 일반인 데이팅 예능 프로그램 선두주자 '나는 솔로(SOLO)'가 짧아지는 예능 풍토 속에 이례적인 분수령 100회를 넘기고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단, 출연자 논란으로 인한 시청 피로도 해결도 과제로 안고 있다.
ENA, SBS플러스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약칭 나솔)'가 최근 15기를 시작하며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다. 무려 100회를 넘었다. 기수마다 편차는 있었으나 일반인 데이팅 프로그램 중 가장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라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평이다. 그러나 기수를 거듭할 수록 끊이지 않고 등장하는 출연자들의 문제가 산적해 불편함도 더하는 실정이다.
프로그램 초기 '나솔' 출연자들의 논란은 '검증' 문제에 쏠렸다. 일반인 출연자들의 연애 리얼리티 예능이 우후죽순 쏟아지며 연예인들의 학교 폭력과 같은 과거사 검증 리스크가 일반인 출연자들에게도 적용됐던 바. '나솔'의 출연자들도 과거 행적들이 일부 네티즌들에 의해 폭로되며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연애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인 만큼 '나솔' 출연자들의 경우 사생활이 조명됐다. 연애, 결혼, 교제관계 등에 얽힌 부분이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자로 적합한지와 결부되며 반감을 사기도 했다. 이혼을 숨겼다거나, 양다리를 걸쳤다거나, 심지어 열애 중에 교제 상대에게 성병을 옮겼다거나 하는 파렴치함 내용들까지 다양하게 거론됐다. 이 같은 폭로성 검증들에 대해 출연자 일부는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기도 했으나, 반대로 방송에서 통편집 된 뒤 기수가 끝난 뒤 논란을 인정하며 사과문을 올린 사례도 있었다.
출연자 검증에 대한 부담감이 점점 더 가중되는 가운데 최근 '나솔'에서는 출연자들의 방송 내용에 대한 지적과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연애 리얼리티는 출연자들끼리의 로맨스 형성 과정을 조명하고, 카메라를 통해 이를 보는 시청자들은 직간접적으로 출연자가 연애 상대로 어떤지를 관찰하고 평가한다. 이 부분이 프로그램에 몰입하며 재미를 느끼게 효소이기도 하지만, 공인이 아닌 개인이 불특정 다수에게 항변의 기회 없이 일방적으로 평가받는 구조가 마냥 정당해 보이지는 않았다.
이 가운데 '나는 솔로'는 제작진 개입 없는 담백한 기조를 유지해왔다. 큰 틀과 순서 안에서 출연자들 끼리의 경쟁 구도 또한 있는 만큼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되, 출연자들의 감정선에 영향을 줄만한 제작진의 연출적 개입은 없는 구성인 것이다. 여기에다가 '나솔'과 거의 흡사한 구조였던 과거 SBS 예능 프로그램 '짝'부터 이어진 남규홍 PD 특유의 상황을 관조하는 듯한 관찰자적인 관망 태도가 더해졌다. 이에 '나솔'의 구성은 화려한 배경을 자랑하는 넷플릭스 '솔로지옥'이나 특유의 영상미와 음악으로 몰입감을 살리는 '하트시그널', 전 연인들의 서사로 묘미를 더한 '환승연애' 시리즈 등과는 차별화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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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나솔' 만의 장점이었던 이러한 담백함이 출연자들에 대한 비판과 화살을 부추기는 모양새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기조가 관망에 가까운 것은 맞으나 '나솔'이라고 해서 편집 과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일주일 가까이 되는 촬영 기간의 분량을 다양한 출연자 관점에서 담아내다 보면 자연스레 방송에 담을 내용과 아닌 내용은 걸러지기 마련. 이 과정에서 불가피한 장면의 취사 선택이 이뤄진다. 여러 연애 리얼리티 중 상대적으로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프로그램일 뿐 '나솔'이라고 해서 다큐멘터리가 아니며, 설령 다큐 장르라고 해도 연출자의 관점이 전무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조적인 프로그램의 기조로 인해 방송 안에서 자칫 '빌런'처럼 묘사되는 일반인 출연자조차 그 모습이 전부인 양 치부되고 그로 인해 시청자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게되는 것이다.
만약 출연자가 연예인이라면 제작진과의 소통이 원활하거나, 소속사를 통해 사생활이나 과도한 여론의 평가에 대해 보호를 받을 수도 있고 혹은 대중의 평가가 곧 생업인 만큼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인 출연자들의 경우 제작진의 연출 외에는 어떠한 보호 장치 없이 대중의 평가에 직면하게 된다. 연애 심리 실험에 가까운 '나솔'의 기조가 이제는 일반인 출연자들에게 마냥 안전하지만은 않은 이유다.
물론 '나솔'에 출연하며 인플루언서로 전향한 출연자도 있고, 기대 이상의 관심에 기뻐하는 출연자도 존재하긴 한다. 그러나 모든 보호의 기준은 가장 약한 곳에서 적용돼야 한다. 더욱이 제작진이 출연자 보호를 위해 다양한 논란에 침묵을 우선하는 것 또한 논란에 대한 인정으로 비쳐 오해를 부를 때도 있었다. 무엇보다 '나솔' 출연자들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지적이 프로그램에 대한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프로그램의 매력이 시청 피로도에 역전당하기 전에 이를 감소시키기 위한 제작진의 고민이나 적극적인 대응이 엿보여야 할 때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나솔' 제작진이 이와 관련 마냥 무지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남규홍 PD는 최근 프로그램 100회 기념 소감에 대해 답하며 "앞으로도 출연자 관련 문제가 전혀 없을 거라고 단정하지는 못 하겠지만,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이 검증하고 심판해주는 것에 대해 제작진으로서 감사드린다. 프로그램이 긴장하고 건강하게 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된다고 생각하며 더 신중하게 제작에 임하겠다"라고 밝혔다. 심지어 "먼 훗날 '21세기 한국인의 사랑' 하면 가장 떠오를 수 있는 대표 프로그램이 되게 우리 시대 청춘남녀의 사랑과 연애, 결혼상대자를 찾는 과정을 정직하고 담백하게 담아가겠다"라는 포부도 덧붙였다. 그의 바람이 계속되는 '나솔'에서 오해 없이 담길 수 있을까. 100회까지 왔으니 이제 태동기는 끝났다. 숙련기를 거쳐 더는 지리멸렬해지지 않기 위한 '나솔'의 이후를 기대한다. / monamie@osen.co.kr
[사진] ENA, SBS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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