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망명' 삼 랭시·'가택연금' 켐 소카 등 투표 어려워
캄보디아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훈센 총리 |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의 출마 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를 두고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FP통신은 이번 조치가 해외로 망명한 반대파 지도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 장기 집권 중인 훈센이 정적을 탄압하기 위해 법 체제를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이 인권단체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훈센의 최대 정적인 전 캄보디아구국당(CNRP) 대표인 삼 랭시는 정권의 탄압을 피해 2015년 프랑스로 망명했다.
따라서 그가 다음 달로 예정된 총선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향후 출마권이 박탈된다.
훈센 정권은 지난 2017년 11월에 당시 전체 의석 125석 가운데 55석을 가진 CNRP를 반역 혐의를 적용해 강제 해산했다.
집권 캄보디아인민당(CPP)은 이듬해 총선에서 전체 의석 125석을 싹쓸이해 '일당 지배' 체제를 구축했다.
삼 랭시의 정치적 동지인 켐 소카도 올해 3월에 반역 혐의로 징역 27년형이 선고된 뒤 가택연금 중이어서 투표 참여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훈센을 반대하는 세력인 촛불당(CP)은 이번 총선 참여 자격이 박탈됐다.
캄보디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15일 CP가 총선 참여 자격을 인정받기 위한 자료들을 제출하지 못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CP는 삼 랭시를 추종하는 CNRP 출신 인사들이 만든 정당이다.
앞서 훈센은 12일 텔레그램을 통해 "타당하고 합법적인 이유 없이 투표에 불참하면 선거 출마 자격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면서 이같은 내용의 법 개정을 내무부와 법무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훈센은 1985년 총리에 취임한 뒤 계속해서 캄보디아를 통치하고 있다.
그는 오는 7월 23일 실시될 총선에서 연임에 도전한다.
훈센의 장남인 훈 마넷 캄보디아군 부사령관은 재작년 12월 2일 부친에 의해 후계자로 지명됐다.
같은 달 24일 CPP도 훈 마넷을 '미래의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훈 마넷은 이번 총선에 CPP 소속으로 출마할 예정이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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