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이슈 MLB 메이저리그

[이창섭의 MLB스코프] FA 10명에 4천억 썼는데… 컵스, 대반전이 필요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지난 겨울 시카고 컵스는 3억 달러가 넘는 돈을 썼다. 총 3억1052만 달러(약 4016억 원)를 투자해 구단들 중 가장 많은 FA 10명을 영입했다.

유격수 댄스비 스완슨(7년 1억7700만 달러)과 투수 제이미슨 타이욘(4년 6800만 달러) 두 명에게만 2억 달러가 넘는 돈이 들어갔다. 컵스는 스완슨과 타이욘이 투타의 주축이 되길 바랐다. 108년 만에 염소의 저주를 깨뜨리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16년, 컵스는 베테랑 벤 조브리스트와 존 래키를 데려오면서 팀에 경험을 더한 바 있다.

출발은 산뜻했다.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개막 3연전을 1승2패로 패했지만, 4월 중순 LA 다저스와 3연전을 위닝 시리즈(2승1패) 다음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3연전을 모두 승리했다. 4월 20일(한국시간)까지 기록한 11승6패는 밀워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이상 14승5패)에 이은 내셔널리그 3위 성적이었다.

당시 컵스는 투타 균형이 잘 맞았다. 팀 타율(0.286)과 팀 득점(99) 팀 도루(22) 모두 내셔널리그 1위, 팀 평균자책점(3.24)도 밀워키(3.02) 다음으로 좋은 리그 2위였다. 투수진의 '진짜 실력'을 유추할 수 있는 팀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도 3.34로 리그에서 가장 좋았다. 컵스의 행보는 단순한 바람이 아닌 듯 했다. 리그 판도를 흔들 수 있는 돌풍처럼 보였다.

놀랍게도 컵스의 이 기세는 오래 가지 않았다. 홈에서 다시 만난 다저스에게 4연전을 1승3패로 패하더니, 4월말부터 시작된 동부 원정을 7경기 1승6패로 망쳤다. 객관적으로 전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던 마이애미 말린스와 워싱턴 내셔널스를 넘지 못하면서 사기가 떨어졌다. 이후 컵스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했다. 5월 14일 미네소타 트윈스에게 패하면서 5할 승률이 무너졌고, 아직도 5할 승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첫 17경기 11승6패였던 컵스는, 이후 45경기 15승30패에 그쳤다. 승률이 0.333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승률 4할이 되지 않는 유일한 내셔널리그 팀이다. 현재 겨울에 대대적인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망스러운 팀으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뉴욕 메츠,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거론되고 있지만, 사실 이 세 팀보다 더 심각한 팀이 바로 컵스다. 9일 기준 컵스는 26승36패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4위다.

부상자가 있었다. 브래드 박스벅거(팔뚝)와 코디 벨린저(무릎) 저스틴 스틸(팔뚝)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하지만 이 세 선수는 공백을 메우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만약 컵스가 올해 우승 도전에 나섰다면 이 정도의 부상 위험은 당연히 염두에 뒀어야 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부상보다 뼈아픈 건 부진이다. 기대했던 선수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다. 특히 최소 3선발 역할은 해줘야 했던 타이욘은 선발진에 남아 있기 힘든 성적이다. 10경기 성적이 1승4패 평균자책점 7.02다. 40이닝 이상 던진 내셔널리그 투수 63명 가운데 평균자책점이 두 번째로 나빴다. 가장 나쁜 다저스 노아 신더가드(1승4패 ERA 7.16)는 부상을 명분으로 선발진에서 제외됐다.

타선도 미적지근하다. 사실 스완슨은 주연보다 조연이 어울리는 선수다. 애틀랜타 시절에도 팀의 간판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그러면 컵스는 진짜 간판 선수들이 등장해줘야 하는데, 2016년 크리스 브라이언트와 앤서니 리조를 떠올릴만한 선수들이 없다. 야심차게 올렸던 맷 머비스와 크리스토퍼 모렐이 빗나간 한 방이 되면서 계획이 꼬였다.

머비스는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 도합 36홈런을 쏘아 올렸다. 마이너리그 통합 홈런 3위였다(1위 세인트루이스 모이세스 고메스 39홈런). 그러나 올해 메이저리그에서는 22경기 타율 .176와 OPS .531로 바닥을 치고 있다. 승격 후 첫 12경기에서 홈런 9개를 몰아친 모렐도 최근 10경기 29타수 2안타(.069)로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다. 새로운 코어의 리더가 되어주길 바라는 이안 햅도 타석에서의 파괴력이 이전 같지 않다.

또 다른 문제는 불펜이다. 현재 컵스는 불펜 평균자책점이 4.58로 리그 12위, 전체 24위다. 승부처에서 얼마나 활약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승리 확률 기여(WPA)에서도 -2.35로 전체 네 번째로 좋지 않았다(불펜 WPA 최하위 오클랜드 -5.14). 리드를 날린 17경기는 리그에서 세인트루이스(21경기)와 신시내티(18경기) 다음으로 많았고, 불펜 전력이 좌우하는 석 점차 이내 근접전 승률도 0.313(10승22패)로 리그 최하위였다. 지난 LA 에인절스와의 시리즈도 불펜이 무너지면서 백기를 들었다.

확실한 마무리가 없는 것이 운영을 더 어렵게 한다. 팀 내 세이브 1위 마크 라이터 주니어가 세이브를 수확한 건 단 세 경기다. 박스버거가 빠지면서 마무리에 고정되는 듯 싶더니, 데이빗 로스 감독은 라이터 주니어를 경기 승부처에서 중용하고 있다.

나오는 상황이 일정하지 않은 라이터 주니어는 최근 8경기 7.1이닝 7실점으로 1.06의 평균자책점이 3.33까지 치솟았다. 애드버트 알조라이(23경기 ERA 2.17), 줄리안 메리웨더(26경기 3.76)도 보다 명확한 보직이 필요하다.

불펜 경험이 풍부하지 않다면 더욱 관리를 해줘야 한다. 보직이 구분 돼야 선수들도 등판할 때 그에 맞는 책임감을 가진다. 간혹 가장 강력한 불펜 투수를 승부처에 내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어느 정도 증명된 투수들이어야 한다. 그런데 컵스 불펜에는 이 조건에 부합하는 투수들이 없다.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 지난 몇 년간 월드시리즈에 오른 팀들을 되돌아보면 정규시즌 초반에 헤매는 팀들이 많았다. 2018년 다저스는 5월까지 26승30패, 2019년 워싱턴은 5월까지 24승33패였다. 2021년 애틀랜타는 7월까지 5할 승률이 되지 않았고, 지난해 필라델피아도 첫 50경기에서 21승29패를 당한 뒤 조 지라디 감독이 경질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네 팀은 모두 월드시리즈에 올라갔으며, 2019년 워싱턴과 2021년 애틀랜타는 우승까지 달성했다. 컵스에게도 희망은 남아 있는 셈이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컵스가 다행스러운 점은 소속 지구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는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와 더불어 경쟁력이 약한 곳이다. 밀워키와 피츠버그 파이러츠가 5할 승률을 넘고 있지만, 밀워키는 작년처럼 시즌 중반 주축 선수들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피츠버그 역시 득실점을 기반으로 계산된 피타고리안 성적은 5할 승률이 되지 않는다(30승31패). 컵스가 재정비를 빠르게 한다면 충분히 역전 현상은 나올 수 있다.

과연 컵스는 2018년 다저스와 2019년 워싱턴, 2021년 애틀랜타, 2022년 필라델피아처럼 남은 시즌 대반전을 일으킬 수 있을까. 일단, 분위기를 단번에 바꿀 수 있는 '모멘텀'이 나와줘야 한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